한국야구는 오는 11월 ‘2019 WBSC 프리미어12’와 야구가 정식종목으로 부활한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있다. 두 대회 모두 한국이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서기 때문에 여러모로 신경 쓰이는 국제무대이기도 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대표 팀 감독으로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경문(61) 대표 팀 감독은 지난 1월에 부름을 받고 다시 지휘봉을 잡았다. 카리스마와 지도능력을 겸비한 그가 최적임자로 낙점 받았다. 두 대회의 짐을 한 몸에 짊어지게 된 것이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주최하고 세계랭킹 상위 12개국이 참가하는 국제 대회인 ‘2019 WBSC 프리미어12’는 초대 우승팀인 한국으로선 자존심도 자존심이려니와 2020년 도쿄올림픽 본선 출전권 2장이 걸려있는 만큼 전력투구를 해야 할 무대다. 그래서 ‘김경문호’의 구성에 더욱 관심이 간다.
김경문 감독의 최근 행보는 한마디로 ‘정중동(靜中動)’이다. 고요한 가운데 소리 없이 움직인다.
김 감독은 “요즈음 감독들이 예민할 때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다닌다. 주로 조용히 집에서 본다.”고 근황을 전했다. 김 감독과 함께 대표 팀 코치진, KBO 기술위원들이 현장을 다니며 다각도로 선수들을 점검하고 있다.
대표 팀이야말로 ‘노소장청(老少壯靑)’의 조화로운 구성이 필요할 터. 베테랑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젊은 선수들에 대한 점검이 더욱 중요하다. 바로 한국야구의 미래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물론 김경문호도 새내기들의 활약을 눈여겨보고 있다.
“올해는 공도 빠르고 컨트롤도 좋은 신인 투수들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띤다.”고 운을 떼자 김경문 감독은 “코치들이 다 보고 있다.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몇 명 있다.”는 짤막한 말로 조심스럽게 응답했다.
김 감독은 “8, 9, 10월을 지켜보면서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 몇 명은 발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불어넣었다. 현재의 성적보다도 한여름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난 뒤에 ‘살아남은 자’들을 집중해서 살펴보겠다는 뜻이다.
실명 거론은 사양했다. “지금 말하면 (모두가) 힘들어진다. 투수, 타격코치, 기술위원들이 열심히 보고 있다. 다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의견을 잘 모아서…(결론을 내겠다)”라고 여운을 남겼다.
야구 전문가들은 대표 팀에 새롭게 접근해가는 ‘약관’ 나이의 신진급 선수들로 투수로는 LG 트윈스 마무리 투수 고우석(21)과 키움 히어로즈의 좌완 선발 이승호(20), 야수로는 KT 위즈 외야수 강백호(20), 한화 이글스 내야수 정은원(19), 이들보다는 나이가 약간 많지만 KIA 타이거즈 내야수 박찬호(24) 등을 거론하고 있다.
고우석은 오승환을 연상케 하는 시속 150km대의 ‘돌 직구’에다 슬라이더 등 변화구 제구력도 좋아져 LG의 든든한 ‘뒷문지킴이’로 거듭났다. 5월 30일 현재 평균자책점 1.84에 3승2패 9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다. 이승호는 히어로즈의 선발 한 축을 꿰차고 평균자책점 4.97, 3승1패를 기록했다.
타자로는 강백호가 으뜸이다. 프로 입단 2년차인 그는 타율 3할2푼3리(6위), 7홈런(공동 18위), 30타점(공동 25위)으로 KT의 중심타자로 자리 잡은 것은 물론 KBO 리그의 강타자 반열에 들어섰다.
3할대 타율 언저리를 기록( .295)하고 있는 정은원은 4홈런, 31타점으로 한화 타선의 주전라인이다. 한화 팬들로부터 ‘러브 아이콘’으로 아낌없는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중이다.
박찬호는 ‘이제야 비로소’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드러내고 있다. 올해 KIA 내야의 핵인 유격수는 물론 3루수로도 활약하고 있는 박찬호는 타율은 3할9리(15위)로 안치홍에 이어 팀 내에서 버금가는 기록이고, 수비력도 날로 향상되고 있다. 비록 뼈아픈 실책도 저질렀지만 팀 승리의 디딤돌이 되는 호수비도 여러 차례 했던 터. ‘박찬호’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활약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중이다.
이들 외에도 눈길이 가는 선수들이 많이 있다. 문제는 이들이 ‘햇비둘기 재 넘을까’하는 우려의 시선을 지워낼 수 있을지 여부다. 아직 한 시즌을 온전히 뛰어보지 못한 선수들이 대부분이기에 한 여름에는 체력관리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절은 선수들이 어떻게 ‘극기(克己)’해서 고비를 잘 넘기고 '좁은 문'을 통과할 수 있을지, 흥미롭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시인) ‘바람에 흔들려보지 않은 나뭇가지 어디에 있겠는가.’ (고은 시인)
/홍윤표 OSEN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