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꽃'의 윤시윤이 '도채비'(조선말 도깨비의 방언)와 같은 야망과 사람답게 살고 싶은 '백이현'의 이성 사이에서 선택의 순간을 맞았다.
지난 31일 밤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 21, 22회에서는 동학농민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동학군의 수장 전봉준(최무성 분)이 폐정개혁안 관철과 동학군 해산을 조건으로 관군과 화약을 맺었다.
길고 긴 동학농민운동이 끝을 향해 달려가는 상황. 백이현(윤시윤 분)도 잠시 숨을 고를 수 있었다.
그동안 백이현은 '녹두꽃'에서 누구보다 많은 변화를 겪었다. 첫 방송에서는 일본에서 막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순수한 유학파로, 개화사상에 젖어 조선을 바꾸겠다는 지식인의 모습을 보였다. 비록 그는 세습아전 집안의 후손으로 양반은 아니었으나 어느 양반가 자제 못지 않게 배움을 갈고 닦아 관리가 되고자 했다.
그러나 아버지 백가(박혁권 분)의 만행과 동학농민운동이 백이현의 발목을 잡았다. 탐욕스러운 백가의 온갖 만행이 동학농민운동 속에 백이현의 집안을 주된 표적으로 삼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백이현은 스승에게도 버림 받으며 과거 응시생에서 향병으로 전락했다.
결국 그는 이방이 돼 동학군을 제압하는 관군에 소속돼 저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상황. 동학군에게 그는 범접할 수 없는 사격 실력으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며 죽음을 몰고 다니는 '도채비'로 통했다.
동학군과 관군의 화약 체결은 백이현이 더 이상 '도채비'로 살지 않을 수 있는 계기였다. 더욱이 그는 전봉준이 제시했다는 폐정개혁안의 내용을 확인하고 감탄했다. 탐관오리를 징벌하는 것부터 신분제를 철폐하고 토지를 균등하게 분배해야 한다는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사상이 관찰사에게 관철된 것을 보며, 백이현은 앞서 전봉준이 죽창을 들었다는 이유로 '야만'이라 비판했던 것을 후회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생각도 오래 갈 수 없었다. 관찰사와 다른 생각을 가진 관군의 초토사가 백이현을 따로 불러 전봉준 저격을 지시한 것.
초토사는 백이현에게 "자네 화약에 대해 어찌 생각하나. 역적과 화약을 맺는 나라가 어디 있단 말인가. 군인으로서 정치 모리배들이 나라를 망치는 걸 좌시할 수는 없다"며 "내일 전주성 앞에서 화약 체약을 거행한다. 그때 전봉준을 저격하라"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눈 딱 감고 한번만 당겨라. 고부 말고 한양으로 가는 길을 열어줄 테니까"라며 백이현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건넸다. 이에 백이현도 "지금 한양이라고 하셨나"라며 눈을 빛냈다.
앞서 백이강(조정석 분)은 동생 백이현이 동학군의 원수 '도채비'인 것을 알고도 놔주며 스스로 그 안의 야수성을 이겨내라고 권한 바 있다. 과연 백이현은 '한양'으로 가는 '도채비'의 길과 고부로 가는 인간 백이현의 길 중 어떤 길을 택할까. 백이현의 선택에 귀추가 주목된다. / monami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