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꽃’ 전주 화약, 역사적 순간이 왔다.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극본 정현민, 연출 신경수 김승호)은 125년 전 이 땅을 뒤흔든 민초들의 우렁찬 사자후 동학농민혁명을 본격적으로 그린 드라마다. 단, 녹두장군 전봉준(최무성)의 일대기가 아니다. 실제 인물과 허구 인물들을 절묘하게 엮어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민초들이 주인공인 민중역사극이다.
주인공이 민초인 만큼 ‘녹두꽃’은 민초들의 열망에 주목한다. 산 자가 죽은 자를 부러워했던, 좌절로 얼룩졌던 125년 전 조선. 왜 민초들이 떨치고 일어서야 했는지, 그들이 제 목숨까지 내던져가며 그토록 원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들의 외침을 처절하게 들려주는 것이다.
1일 오늘 방송되는 ‘녹두꽃’ 23~24회는 매우 의미 있다. 녹두장군 전봉준이 민초들의 새 세상을 향한 의지가 고스란히 담긴 폐정개혁안을 들고 전라도관찰사 김학진(남문철)에게 화약을 제안했다. 역사적 순간이 아니라 할 수 없다.
‘녹두꽃’ 제작진은 역사적 순간 ‘전주화약’ 현장이 담긴 촬영 스틸을 공개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사진 속 전봉준은 뜨거운 민초들의 열망을 온몸으로 품은 채 단상에 올라섰다. 그의 앞에는 전라도 관찰사 김학진이 서 있다. 권력자가 위에서, 아래의 민초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대등하게 마주선 두 사람의 모습이 보는 사람까지 울컥하게 만든다.
이와 함께 눈길을 끄는 것은 송자인(한예리)의 존재다. 앞선 방송에서 송자인은 아버지 송봉길(박지일), 최덕기(김상호)의 목숨을 걸고 전봉준에게 거래를 제안했다. 전봉준은 이 거래를 받아들여, 송자인에게 전주 화약의 징검다리 역할을 요청했다. 때문에 전봉준과 김학진 사이에 송자인이 선 것이다. 여성으로서, 상인으로서 이 자리에 섰다는 것은 주체적인 여성으로서 송자인 캐릭터의 특별함이 오롯이 느껴진다.
단 한 가지. ‘녹두꽃’ 21~22회에서 전주 화약을 반대한 홍계훈(윤서현)이 백이현(윤시윤)에게 전봉준의 저격을 명령했다. 백이현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이 결정이 전주 화약이라는 역사적 순간과 어떻게 맞물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중반부에 접어들며 더욱 강력한 스토리 폭탄을 터뜨리고 있는 SBS ‘녹두꽃’은 매주 금, 토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