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혜진이 치열했던 모델의 삶, 은퇴 발언, 앞으로 계획 등에 대해서 공개했다.
1일 오후 방송된 KBS2 토크쇼 '대화의 희열2'에서는 방송인 예능인 한혜진이 아닌, 20년 동안 런웨이를 걸어온 모델 한혜진의 인생 스토리가 공개됐다.
신체적 콤플렉스 때문에 모델을 포기했던 한혜진은 "난 어릴 때 그냥 키 크고 못생긴 아이였다. 학창시절에 어딜가나 머리 하나가 더 있어서 제발 작아지는 게 소원이었다. 그때 선생님보다 더 컸고, 초등학교 6학년때 이미 168cm가 넘었다. 수업 종이 끝나는 소리가 들리면 노이로제가 걸릴 것 같더라. 내 키를 재기 위해 남자 애들이 우리반으로 왔다"고 밝혔다.
한혜진은 사람이 많은 곳에 가지 않았고, 주목 받는 게 죽을 만큼 싫었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광장 공포를 겪었다고.
그러나 한혜진의 큰 키 때문에 길거리 캐스팅이 쏟아졌고, 지금의 소속사 대표가 고등학생 한혜진을 보고 모델 학원에 등록하라고 매일 전화를 했다. 한혜진이 모델 학원에 등록하자마자 거의 모든 서울 컬렉션에 캐스팅 되면서 승승장구 했다.
그는 "그래도 수백, 수천 명 앞에서 속옷을 못 입는 게 너무 고통스러웠다. 디자이너는 절대 모델 개인의 속옷을 못 입게 한다. 모델 일이 힘들어서 하루에 수십, 수백 번을 그만두고 싶었다. 정말 때려치고 싶었는데, 무대에 딱 올라가니까 너무 좋아서 돌겠더라. 만약에 언젠가 죽는 날이 온다면 '여기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여길 어떻게 떠나?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천직이었다고 했다.
한국에서 톱모델 자리에 오른 한혜진은 2006년 뉴욕에 진출했고, 세계 4대 패션쇼(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 컬렉션 무대를 석권했다. 그런데도 4년 만에 돌아온 이유에 대해 "너무 외로웠다. 미친듯이 외로웠다"고 고백했다.
한혜진은 지난 2월 '패션계 거장' 칼 라거펠트가 췌장암으로 사망하자 SNS에 추모 글을 올렸다.
그와의 생생한 첫만남을 공개한 한혜진은 "모델로 누릴 수 있는 가장 호사스러움을 누리게 해준 분이다. 전 세계 가장 핫한 도시에서 크루즈 쇼를 한다. LA 격납고에서도 비행기에 내리자마자 워킹했고, 베네치아에 갔을 땐 해변에다 무대를 만들어서 워킹도 했다. 만리장성에서도 워킹을 했다. 칼이 그런 식으로 쇼를 많이 했다. 모든 환상을 다 경험하게 해 준 디자이너다. 그래서 정말 멋있게 걸어주고 싶었다. 돈을 주고 돈을 받는 관계지만 그 이상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애틋한 마음을 내비쳤다.
이날 한혜진은 오래 활동하면서 후배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고 했다. 앞서 '나혼자산다'에서 올해 은퇴하겠다는 말과 반대되는 멘트였다.
"왜 '나혼자산다'에서는 은퇴한다고 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내가 바닷가에서 석양를 바라보고 그 얘기를 했더라. 그것 때문에 한혜진 모델 은퇴하고 방송만 한다고 생각하시더라. 왜 그렇게 얘기했는지 모르겠는데 되게 감정적으로 많은 복잡한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답했다. 그냥 푸념처럼 했던 빈말이 모델 은퇴로 번진 것.
유희열은 "동종 업계에서 같은 길을 걸어왔던 사람과 대화하다 보면 '아휴~ 그동안 잘했다 올해까지만 하자' 그런 말도 한다"며 공감했다.
한혜진은 "그래서 그렇게 마지막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정말 마지막으로 그 에피소드를 찍고 '나혼자산다'에서 하차했다"며 전현무와의 결별로 하차한 것도 언급해 녹화장을 초토화시켰다.
"언제까지 모델 일을 할 거라고 생각했느냐?"는 질문에 한혜진은 "예전에는 서른을 절대 넘지 말자고 했다"고 얘기했다. "지금은 어떤가?"라고 묻자 유희열은 "한 80살까지 하겠다고 해도 된다"며 부추겼고, 한혜진은 "왜 80세까지만 하느냐, 90살까지 할 거다. 모델 생명 연장의 꿈, 내가 바로 이뤄드리겠다"며 미소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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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화의 희열2'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