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기본 단위인 가족을 통해 인간을 말하고 싶었다.”
봉준호 감독이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 CGV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parasite,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바른손이앤에이)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사회 양극화라는 단어를 굳이 사용하지 않더라도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 사실적으로 담고 싶었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봉준호 감독은 우리 사회의 기본을 이루는 가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자신의 고민거리 및 생각을 상징・은유적으로 전달해왔다. 전작 ‘괴물’(2006) ‘마더’(2009) ‘설국열차’(2013) 등이 대표적인데 ‘기생충’에도 가족애와 사회 계급구조를 통해 현 시대에 대한 납득 가능한 메시지를 담았다. 흥미로운 건 이들 작품이 제작 당시의 한국 정세와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기생충’은 반지하에 살지만 가족애 만큼은 흘러 넘치는 기택(송강호 분)의 집안을 비추며 평화롭게 시작한다. 2세대 4인 가족으로 구성된 기택네는 가족 구성원 전체가 돈벌이가 없어 먹고살 걱정을 하지만,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박사장(이선균 분) 딸(현승민 분)의 과외 교사로 들어가면서 한줄기 희망을 엿본다. 이어 차녀 기정(박소담 분)까지 미술 치료교사로 일자리를 구하며 본격적으로 기생 생활을 하기 시작한다.
‘기생충’은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다가 후반부터 취업, 결혼, 출산에 허덕이는 ‘N포 세대’이자 저소득층인 기우를 화자로 두고 계층의 수직 이동 가능성이 적은 한국 사회의 폐쇄적 계층 구조를 말한다.
특히 부감으로 끝없이 내려가는 계단을 강조할 때 한층 더 빠져나올 수 없는 기택과 기우, 기정, 충숙(장혜진 분) 가족의 현실을 강조한다.
재산, 학벌, 집안 내력 등으로 사회 계층 이동이 막힌 우리나라에서 국가 시스템의 부재까지 더해져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는 약자들이 결국 ‘기생충’으로 변모하고 말았다. 계층이동 사다리가 붕괴했다는 인식의 확산으로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도 이제 실현 불가능한 속담으로 굳어지고 있다.
빈곤한 생존자들의 삶을 그린 ‘기생충’에서 기택의 반지하라는 한정된 공간은, 이들 가족이 직면한 현실이 한층 더 차갑게 다가온다. 패러사이트라는 제목은 절묘하게 영화의 주제를 압축해 의미화 한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를 보면 ‘기생충’은 어제(1일) 112만 6568명을 동원해 일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누적관객수는 237만 2317명./ watc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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