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봉준호 감독 리스펙! "영원히 '기생'하고 싶다"(종합)[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9.06.03 17: 22

배우 이선균(45)은 요즘 영화 ‘킹메이커: 선거판의 여우’(감독 변성현)의 촬영에 여념이 없어 얼굴에 졸음이 가득했지만, 발걸음은 가벼워보였다.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이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돼 황금종려상(대상)을 수상한 데다 국내 흥행까지 챙겼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기생충’은 어제(6월2일 기준)까지 336만 6927명(영진위 제공)이 관람했다. 손익분기점(360만)을 넘고 천만 관객 돌파도 조심스럽게 점쳐지는 상황.
이선균은 3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흥행은 제 얘기 같지가 않다. 현실감이 없다”면서 부끄럽게 웃었다. 이어 ‘배우들의 요즘 반응이 어떠냐’고 묻자 “자축하고 있다”고 답하며 “저 역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이런 일이 있구나’ 싶다.(웃음) 굉장히 좋고 감사한 마음이다“라는 소감을 내놓았다.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바른손이앤에이)은 가족 전원이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두 가족의 걷잡을 수 없는 만남을 그린다. 이선균은 ‘기생충'에서 글로벌 IT회사의 대표 박동익을 연기했다. 재벌은 아니나 사업이 번창한 부자에 속한다.

이선균은 데뷔 후 처음으로 봉준호 감독과 작품을 하게 됐다. 2012년 ‘화차’(감독 변영주)와 ‘내 아내의 모든 것’(감독 민규동), ‘끝까지 간다’(감독 김성훈, 2014)으로 흥행을 거두긴 했지만 그간 봉 감독과 기회가 닿지 못했다.
2001년 뮤지컬 ‘록키 호러쇼'로 데뷔한 그는 2007년 방송한 드라마 ‘하얀 거탑’과 ‘커피프린스 1호점’을 통해 비로소 대중적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어 ‘파스타’(2010) ’골든 타임’(2012)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2016) ‘나의 아저씨’(2018) 등 드라마에서 상대역으로 출연한 여배우를 한층 더 빛나게 만드는 연기를 보여준 그는 기혼임에도 여전히 여성 팬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에 이선균은 “데뷔한 지 오래됐다고 해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 참여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이런 행운이 제게 와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혜진 배우와 대학 동기다. 제가 2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가서 복학할 때 봤는데, 졸업한 이후에도 동기들끼리 자주 모이진 않았다”며 “(장혜진 배우를)멀리서 응원하는 마음은 있었다. 단역시절부터 잘하는지 알고 있었다. 저희 동기들이 웬만해선 잘 연락을 안하는데 이번엔 단체 카톡창에서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더라”고 말했다. 장혜진은 기택의 아내 충숙 역을 맡았는데, 공교롭게도 장혜진과 이선균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과 1기다.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과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설국열차’(2013)에 이어 네 번째로 만난 송강호는 말할 것도 없고 대중에 낯설었던 장혜진, 부부 역을 맡은 이선균과 조여정, 이번 영화를 통해 비로소 닮았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최우식과 박소담까지 모든 배우들이 봉준호 표 흥미로운 ‘가족 희비극’을 완성했다. 
봉준호 감독의 이 영화는 반지하에 살지만 서로에 대한 불평 없이 화목한 기택의 집안을 비추며 시작한다. 가족 구성원 전체가 직장이 없어 먹고 사는 게 가장 큰 걱정인데, 장남 기우가 박사장 딸의 과외선생으로 들어가면서 한줄기 희망을 찾는다. 그러고나서 차녀 기정(박소담 분)까지 미술 교사로 일자리를 구하며 본격적으로 기생하기 시작한다. 
이선균은 아내 연교 역을 맡은 조여정에 대해서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여정은 에너지가 밝고 긍정적이다. 그게 캐릭터와 잘 맞아 떨어졌다”며 “굉장히 적극적으로 다가와줘서 편했다. 너무 고마웠고. 연기하는 데 불편함이 없을 정도였다. 연기를 하면서도 (조)여정이가 너무 잘해줘서 즐거웠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연교와 동익의 사이가 딱딱했다. 서로 존댓말을 썼고. 근데 감독님이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결혼을 일찍한 대학 친구처럼 하는 게 어떠냐’고 하셨다. 저는 처음엔 변태처럼 하려고 했었는데(웃음). 첫 날 시도하다가 안하는 걸로 바꾸었다. 저도 현장에서 유연하게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유연해진 자세를 전했다. 
그러나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는 “제가 연기를 (잘하는지)아직도 모르겠다.(웃음) 일단 이 영화가 너무 좋다보니까 저는 잘 묻힌 거 같다”라며 “처음 볼 때도 내용을 다 알고 봤지만 상황적인 코미디가 돋보였다면, 두 번째 볼 때는 기우에게 감정이 이입돼 먹먹했다. 저는 먹먹한데 (칸영화제에서 2번째로 볼 때) 칸 현지의 반응은 열광적이라서 영화처럼 희비극 같았다”라고 영화를 재차 관람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시나리오가 나오기 전에 이미 캐스팅이 됐다고 했다. “(감독님이)제게 만나고 싶다고 하셔서 처음으로 뵀다. 만나 보고 캐릭터와 제 이미지가 안 맞으면 안 될 수도 있었다. 밥을 먹다가 ‘이런 역할이 있다’면서, 그 날 대본을 먼저 본 건 아니고, ‘고3짜리 딸이 있다’고 하셨다. 근데 제가 ‘저 흰머리 되게 많아서 괜찮다’고 말했다(웃음)”고 캐스팅된 과정을 전했다.
이선균은 “나중에 나온 대본을 보면서 너무 놀라웠다. 연극적인 느낌도 많았다. ‘기생충’은 영화를 연극으로 만들어도 굉장히 재미있겠다 싶었다”라고 봉준호 감독의 시나리오를 극찬했다.
‘기생충’에서 중요하지 않은 인물은 없지만, 이선균이 맡은 동익의 분량은 기택이나 기우에 비해서는 적은 편이다.
“분량이 적어서 편했던 것도 있지만 제가 꿈꾸던 봉준호 감독님 작품이라 잘하고 싶었다. 근데 이 영화가 한 두 명이 끌고 가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이질감을 주지 않기 위해 감독님을 100% 믿고 갔다.”
그는 ‘다른 감독들과의 작업과 차이점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봉준호 감독님이 너무나 준비를 잘해주셨다. 그전 작품까지 제가 이끌고 가는 역할이 많았는데 이번엔 그런 부담이 없다는 게 좋았다. 그래서 마음이 가벼운 것도 있었다. 대본에 설계를 잘 해놓으셔서 배우들은 마음이 편했다”라며 “감독님의 네임 밸류 때문에 촬영 전에는 긴장을 많이 했다. 신인 배우처럼. 근데 시간이 조금 지나고 보니 감독님이 동네에 영화를 잘 찍는 형처럼 편해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당연히 봉준호 감독님과 또 작업하고 싶다. 영원히 기생하고 싶다. 하하. 봉준호 감독을 숙주로 모시고 싶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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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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