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이 밝힌 #실패 #자살생각 #기생충 그리고 #송강호 [어저께TV]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9.06.04 06: 58

칸을 사로잡은 거장 봉준호 감독도 가난하고 실패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천재성과 열정, 노력과 빼어난 재능으로 마침내 최고의 감독이 됐다. 
3일 방송된 MBC스페셜 ‘감독 봉준호’에서 봉준호 감독은 “어렸을 때 TV에서 해 주는 외국 영화들을 엄청 많이 봤다. 병적으로 집착해서 봤다. 주말의 명화, 명화극장, AFKN에서 금요일 밤마다 야한 영화나 폭력적인 영화를 많이 했다. 하지만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고 과거를 떠올렸다. 
봉준호는 현재 영화 콘티를 직접 그릴 정도로 뛰어난 그림 실력을 갖고 있다. 재능을 살려 연세대학교 학보에 만화와 만평을 실었고 카메라를 사기 위해 6개월 정도 학교 매점에서 도넛을 팔기도 했다. 카메라를 껴안고 잘 정도로 영화에 미친 그였다. 

가난한 영화 감독 지망생 봉준호는 옴니버스 영화 ‘지리멸렬’을 만들었는데 박찬욱 감독이 단박에 천재를 알아봤다. 박찬욱은 “기발하고 엉뚱하고 창의적이고 뛰어난 작품이었다. 처음 봤다. 이게 누구냐 해서 연락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다음 장편 시나리오를 제안한 박찬욱. 하지만 투자 문제로 무산됐고 봉준호는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다. 제가 찍은 결혼식 테이프를 갖고 계신 분들도 많으실 거다. 신부 엄마 울 때 클로즈업 들어가고 주례사 안 끊기도록 하고 우는 하객도 제대로 담았다. 신랑의 전 여자 친구로 보이는 하객도 골라 찍었다”며 미소지었다.
이후 봉준호는 ‘모텔 선인장’ 조감독으로 처음 장편영화 현장에 투입됐고 만화적인 상상력이 풍부한 ’플란다스의 개’로 데뷔했다. 하지만 보기 좋게 실패. 봉준호는 “스토리 자체가 성립 안 되더라. 이런 영화를 왜 찍었을까. 나혼자 얼굴이 빨개졌다. 극장 불 켜지기 전 뛰쳐나왔다. 외롭더라. 왜 이런 걸 찍었지? 영화가 성립이 안 되더라”고 자책했다. 
하지만 봉준호는 다음 작품인 ‘살인의 추억’으로 단박에 만회했다. 그는 “송강호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라 송강호가 대스타여서 캐스팅 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아무리 봐도 그 역은 송강호밖에 없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 작품 스태프들이 봉준호 감독에게 ‘봉테일’이란 애칭을 붙였다. 김뢰하는 “사전 단계가 정말 치밀하다. 현장에서 어떤 스태프도 허둥대는 걸 못 봤다. 그래서 봉테일 봉테일 했다”고 밝혔고 류성희 미술감독은 “스타킹에 들어가는 돌의 크기나 형태가 이미 머릿속에 다 있었다. 이 사람이 실제 이런 일을 하나 의심할 정도로 범죄 현장, 범인 심리 등을 다 궤뚫고 있어서 무서웠다”고 했다. 
이후 봉준호 감독은 제작비 부족으로 자살까지 생각하는 고비를 겪으며 연출한 ‘괴물로 천만 감독이 됐고 ‘마더’로 평단과 관객들의 호평을 싹쓸이했다. ‘설국열차’에는 크리스 에반스와 틸다 스위튼이 출연할 정도로 봉준호는 세계적인 영화 감독으로 성장했다. 배우들의 작품 선택 이유, 장르가 곧 봉준호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최근에는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까지 거머쥐었다. 봉준호는 “‘기생충’은 같이 사는 삶의 어려움에 대한, 거기서 우러나오는 웃음과 공포에 대한 희비극이다. 가족들이 주인공인데 그들에게 펼쳐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독특하고 유니크한 상황의 연속이라 볼 수 있지만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며 팬들의 적극적인 관람과 해석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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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 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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