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혜자가 '디렉팅 논란'에 휩싸인 봉준호 감독에게 사과한 가운데, 봉준호가 GV 당시에 김혜자의 말실수를 바로 잡지 않은 이유가 드러났다.
지난 5월 9일 서울 롯데시네마 합정에서 롯데컬처웍스의 사회공헌 프로그램 '해피엔딩 스타체어' GV 이벤트 행사가 진행됐다. 2009년 개봉한 영화 '마더' 개봉 10주년을 맞아 주연 배우 김혜자와 연출을 맡은 봉준호 감독이 참석했다.
봉준호 감독과 김혜자를 다시 만난 영화 팬들은 즐거워했고,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그러나 이날 김혜자의 발언이 다소 논란이 됐다.
김혜자는 '마더'에서 아들로 출연한 원빈이 사전 협의 없이 촬영 중 자신의 가슴을 만졌다고 고백하면서 "이거는 재미있으라고 하는 얘기"라며 "원빈 씨가 '엄마하고도 잔다'고 진구에게 말하고 방에 들어와서 자는 장면에서, 갑자기 내 가슴을 만지더라. '가슴 만지는 장면이 아닌데'라고 생각했지만 가만히 있었고, 촬영이 끝나니까 봉준호 감독이 본인이 만지라고 시켰다고 했다"고 밝혔다.
봉준호 감독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보통 영화에 모든 것들이 감독에 의해 컨트롤 된다는 환상을 가지기 쉽지만 그렇진 않다. 원빈이 혹시 아기 같이 만지지 않았나?"라고 물었고, 김혜자는 "안 하던 짓을 하니까 놀랐고, 봉 감독이 하라고 그랬다. 원빈 씨가 '감독님이 해보라'고 그랬다"고 답했다.
이후 김혜자의 발언을 담은 동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퍼지면서 봉준호 감독의 성 인식 논란이 불거졌고 이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 무엇보다 촬영 중 상대 배우와 사전 합의 없이 신체 일부를 만지게 지시했다는 점에서 비난이 거세졌다.
이에 대해 5일 영화 '기생충' 제작사 바른손이엔에이 측은 "김혜자 선생님한테 확인한 결과, 당시 상황에 대해 기억에 잠시 오류가 있었다고 말씀해주셨다"며 "선생님은 ''마더'는 나와 봉 감독이 '난 엄마가 아니라서 극 중 엄마의 마음은 선생님이 더 잘 아실 거 같다'는 이야기도 하고 서로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찍은 영화였다. 생각해 보니 촬영 전에 봉 감독이 '도준이 엄마 가슴에 손을 얹을 수 있어요'라고 했고 내가 '얹으면 어때요, 모자란 아들이 엄마 가슴 만지며 잠들 수도 있겠지'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며 촬영 전 내용에 대해 사전 상의를 한 후에 진행했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어 "김혜자 선생님은 '저 장면을 찍을 때 모자란 아들을 둔 마음이 복잡한 엄마로 누워 있었어요. 양말도 안 벗었어요. 만약 아들이 잘못되면 언제라도 뛰어나가야 하니까. 그런 엄마의 마음으로 연기를 했는데 이렇게 오해하니까 내가 봉 감독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이 상황이 무섭다'고 덧붙였다"고 말했다.
특히 봉준호 감독은 김혜자가 잘못된 발언으로 말실수를 했지만, '마더' GV 때는 이를 바로 잡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 바른손이엔에이 측은 "영화에 대해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오갔던 대화였고, 여기에 대해 '선생님 기억이 틀렸다'고 할 경우 민망해하시는 상황이 될까 싶어, 감독님도 미처 현장에서 더 이상 말씀을 하실 수 없었다는 점 참고 부탁드린다"며 봉준호 감독의 입장도 설명했다.
김혜자의 '마더' GV 발언만 알려졌을 땐 봉준호 감독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글이 많았다. 그러나 바른손이엔에이 측의 공식 입장처럼 김혜자의 기억에 오류가 있었고, 봉준호 감독도 현장 분위기상 이를 해명하지 못했다. '마더' 촬영 당시 두 사람 사이에 배려와 신뢰가 없었다면 지금의 관계가 유지되지 못했을 터.
봉준호 감독와 김혜자는 2009년 개봉된 '마더'를 계기로 10년 이상 돈독한 친분을 이어오고 있으며, 현재 봉준호는 김혜자를 주인공으로 또 다른 작품도 구상 중이다.
이번 칸영화제에서 한국 취재진들은 만난 봉준호 감독은 "김혜자 선생님 눈이 가까이서 보면 순정만화 여주인공 눈처럼 은하수가 있다. 최근에도 만났는데 여전히 소녀의 기운을 뿜어내시더라. 지난 2월에도 김혜자 선생님 집에 놀러 갔고, '마더' 마지막 촬영 날에는 선생님께 꽃다발과 다음 영화의 콘티 한 장을 그려 봉투에 담아 드렸었다. 벌써 10년이 지났지만 언젠가는 꼭 같이 작품을 하고 싶다"며 존경심과 애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혜자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직접 봉준호 감독에게 사과한 만큼 지나친 비난과 억측은 자제해야 할 때다.
다음은 '기생충' 제작사 바른손이엔에이 공식입장 전문
안녕하세요 영화 '기생충' 제작사 바른손이엔에이입니다.
지난 5월 9일 있었던 '마더' 김혜자 선생님 스타체어 GV 논란 관련해 정정 말씀 드립니다.
김혜자 선생님 본인께 확인해 본 결과, 당시 상황에 대해 선생님 본인의 기억에 잠시 오류가 있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김혜자 선생님은 “‘마더’는 저와 봉감독이 ‘저는 엄마가 아니라서 극중 엄마의 마음은 선생님이 더 잘 아실 거 같다’는 이야기도 하고 서로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찍은 영화였어요”라며 “생각해 보니 촬영 전에 봉감독이 ‘도준이 엄마 가슴에 손을 얹을 수 있어요’라고 했고 내가 ‘얹으면 어때요, 모자란 아들이 엄마 가슴 만지며 잠들 수도 있겠지’라고 했어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셨습니다. 김혜자 선생님에 따르면 감독님과 해당 씬 촬영 전에, 촬영 내용에 대해 사전 상의를 한 후에 진행했다는 점 정확히 확인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김혜자 선생님께서 덧붙이시기를 “저 장면을 찍을 때 모자란 아들을 둔 마음이 복잡한 엄마로 누워 있었어요. 양말도 안 벗었어요. 만약 아들이 잘못되면 언제라도 뛰어나가야 하니까. 그런 엄마의 마음으로 연기를 했는데 이렇게 오해하시니까 제가 봉감독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이 상황이 무섭습니다”라고도 덧붙이셨습니다.
또한 봉준호 감독이 GV 당시 이를 바로 잡지 않았던 것은, 영화에 대해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오갔던 대화였고, 여기에 대해 ‘선생님 기억이 틀렸다’고 할 경우 김혜자 선생님이 민망해 하시는 상황이 될까 싶어, 감독님도 미처 현장에서 더 이상 말씀을 하실 수 없었다는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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