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 전 분야의 예능을 섭렵한 멀티테이너이긴 하지만 사실 그는 음악 밖에 모르는 바보다. 그런 윤종신의 방송 활동 중단 선언에 연일 팬들의 아쉬움이 쏟아지고 있다.
윤종신은 지난 4일 SNS에 “2019년, 태어난 지 50년 노래 만들고 부른 지 30년 되는 해가 되었어요. 그동안 많은 노랠 만들고 부르고 방송에 나와 웃고 웃기고 울기도 하며 미스틱이라는 회사도 만들어 보고 참 부지런히 걷고 뛰고 달리며 지금까지 왔네요. 그러다 2010년 시작한 ‘월간윤종신’, 내년 2020년 그 월간윤종신이 10주년을 맞게 됩니다. 그 10주년이 되는 해에 제가 많은 노래들 속에서 그리고 꿈꾸고 바랐던 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 글에서 그는 “적지 않은 세월을 살아오며 제 노래 속에서 외로움 그리움 쓸쓸함을 노래해 왔지만 정작 저는 항상 사랑하는 사람들을 가까이에 두고 정든 안방을 떠나보지 않은 채 상상만으로 이방인, 낯선 시선, 떠남 등의 감정을 표현해 왔던 무경험의 창작자란 생각을 몇해전 부터 하게 되었어요”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미스틱 스토리 식구들의 고마운 동의 속에 2020년 월간 윤종신은 제가 살아온 이 곳을 떠나 좀 더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곳을 떠돌며 이방인의 시선으로 컨텐츠를 만들어 보려 합니다. 월간윤종신 노래 외에도 미스틱 스토리 그리고 몇몇 뜻이 맞는 제작팀과 떠나간 곳에서 여러 경험을 담은 컨텐츠를 해보려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월간윤종신'은 지난 2010년 3월 25일부터 시작된 윤종신의 음원 발매 프로젝트다. 윤종신은 음원 차트 순위와 상관없이 잘 만든 좋은 노래를 매달 ‘월간윤종신’이란 타이틀 아래 9년 넘게 발표해왔다.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깐족거리는 입담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지만 음악에서 만큼은 누구보다 진중하고 묵직했다.
그랬던 윤종신이 2020년 ‘월간윤종신’ 10주년을 맞이해 '이방인 프로젝트(NOMAD PROJECT)'를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저라는 사람의 인생으로서 창작자로서 2020년은 큰 전환점이 될 것 같습니다. 재작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왔고 남은 기간 착실히 준비해서 올해 10월에 떠나보려 합니다”라며 당분간 방송계를 떠나 음악 만드는 이방인으로 지내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윤종신은 고정 출연 중인 MBC ‘라디오스타’와 JTBC ‘방구석 1열’ MC 자리에서 내려온다. ‘라디오스타’에서는 MC들 가운데 유일하게 구설 없이 개근했고 ‘방구석 1열’에서는 해박한 영화 지식과 유쾌한 입담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만큼 많은 이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그러나 윤종신의 또 다른 무한도전을 아낌없이 응원하는 목소리가 크다. 방송인으로서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지만 명곡 탄생을 위해 한 템포 쉬어간다는 그의 뜻을 200% 존중하는 팬들이다. 본업인 가수와 더 좋은 노래를 만들겠다는 그가 오히려 고마울 따름이다.
사실 윤종신은 2년 전부터 쏟아지는 방송 스케줄에 행복하지만 버거운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측근은 5일 OSEN에 “윤종신이 쉬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했다. 작년 재작년부터 스케줄이 워낙 빡빡해져서 참 많이 힘들어했다. 우울증도 약간 왔다더라. 스케줄에 쫓겨 일을 하다 보니 즐기지 못해서다. 일이 재미없어졌으니 시청자분들에게도 죄송할 테고. 재충전을 하러 나가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귀띔했다.
한 템포 쉬어가는 겸, 더 넓은 세상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윤종신이다. ‘월간윤종신’과 ‘리슨’ 같은 다양한 음악 플랫폼으로 듣는 재미를 높인 그가 또다시 트렌드를 이끌 터. 윤종신은 “도태되지 않고 고인 물이 되지 않으려는 한 창작자의 몸부림이라 생각해 주시고, 2020 월간윤종신 ‘이방인 프로젝트’ 잘 준비하겠습니다”라고 인사했다.
믿고 기다리는 행복한 방랑자, 윤종신을 응원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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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