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혜수가 6·25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고(故) 성복환 전사자의 아내 김차희 할머니의 편지를 대신 낭독했다. 담담한 목소리로 전하는 할머니의 그리움, 그리고 간절한 소망이 국민들의 마음을 울렸다.
6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는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이 거행된 가운데, 김혜수가 전사자의 아내 편지를 낭독하며 추모의 뜻을 함께했다.
이날 김혜수는 검고 단정한 옷을 입고 등장해 "오늘 이 자리에는 6·25 전쟁으로 떠난 후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고 성복환 전사자의 아내 김차희 할머니께서 계신다. 할머니께 이곳 서울 현충원은 할아버지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지금 이 편지를 듣고 계실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할머니를 대신해 오랜 그리움만큼이나 간절한 소망을 전하고자 한다"고 대신 낭독할 글에 대해 소개했다.
김혜수는 "당신을 기다리며 보낸 세월. 내게 남겨진 것은 당신의 사진 한 장 뿐이다. 뒤돌아보면 그 가혹한 세월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스무살에 결혼하여 미처 신혼살림을 차리지 못하고 큰댁에 머물며 지내던 어느날 전쟁과 함께 학도병으로 징집된 후 상주에서 잠시 머물다 군인들 인파 속에 고향을 지나면서도 부모님께 인사조차 드리지 못하고 떠나는 그 심정 어찌하였을까"라며 세상을 떠난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전했다.
이어 "전장의 동료에게 전해받은 쪽지 한 장 뿐 제대로 된 인사도 없이 떠난 후 몇 달 후에 받은 전사통지는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이었다. 10년을 큰댁에 머물면서 그 많은 식구들 속에 내 설 자리는 없었다. 내가 살아 무엇할까 식음을 끊고 지내면서도 친정엄마 생각에 죽을 수 없었다. 어느 때에는 연금 타러 오라는 통지에도 며칠을 마음 아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당신의 흔적을 찾으려 국립묘지에 갈 때마다 회색 비석이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쓰러져 있는 모습으로 보이는데 어떤 이가 국립묘지에 구경하러간다는 말에 가슴이 미어진다. 젊은 청춘을 바친 무덤을 보고 어찌 구경하러 간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라며 국립묘지에 올 때마다 느꼈을 할머니의 마음을 표현했다.
또한 "삶의 고통속에 찾은 성당은 나에게 유일한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돌아오기를 기도로 보낸 수십년. 언젠가 당신과의 해후를 포기한 후부터는 영혼의 은혜가 따르리라 생각하며 당신의 생일날을 제삿날로 정하고 미사를 드렸다. 이제 구순이 넘은 나이. 평생을 기다림으로 홀로 살았지만 나 떠난 후 제사를 못 지내주는 것이 마음이 아파 큰댁 막내 조카에게 이야기를 꺼냈더니 조카가 허락해주어 작년부터 당신의 제사를 올려주게 되었는데 그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가끔은 원망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남편을 위해 한 것이 없어 원망할 수 없다고 대답한다. 마지막으로 소망이 있다면 당신의 유해가 발굴되어 국립묘지에 함께 묻히고 싶은 마음 뿐이다. 내게 남겨진 것은 젊은 시절 당신의 증명사진 하나뿐인데 그 사진을 품고 가면 구순이 훌쩍 넘은 내 모습을 보고 당신이 놀라지 않을까 걱정이 되지만 난 아직도 당신을 만날 날만을 기다린다"며 그리움보다 더 간절한 소망을 전했다.
김혜수는 편지 낭독을 통해 할머니의 그리움을 대신 하늘에 올렸다. 현충일 추념식에는 김혜수를 비롯해 김민석 일병, 방성준 일병(성준), 이창섭 일병(비투비 이창섭), 신동우 일병(B1A4 신우), 차학연(빅스 엔) 이병이 애국가 제창을 함께하며 추모의 뜻을 모았다. / besodam@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