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금종려상)을 받은 당일은 마음껏 즐겼다.”
봉준호 감독은 6일 오후 생방송된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소감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더불어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인 자신의 영화 ‘기생충’(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바른손이앤에이)에 대한 제작기를 전했다. 이 영화에 착수하는 데 몇 년이 걸렸지만, 정작 시나리오를 한 줄 한 줄 적어내려간 기간은 4개월이었다고 밝혔다.
이날 봉준호 감독은 “제목이 ‘기생충’이라고 들었는데 재난 영화인 줄 알았다”는 손석희 앵커의 말에 “(개봉 전엔)SF영화인 줄 아시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봉 감독은 “제가 지하철에 타도 (사람들이)못 알아 보신다. 간단한 변장 방법이 있다. (그렇게 하면)전혀 모른다. 그래서 지하철도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자신만의 변장법을 전했다. 그러면서 “제 생김새가 특별한 게 없다. 헤어스타일만 감추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손석희 앵커는 “영화를 지난 주말에 봤는데 후회했다. 질문을 해야 하는데 제 질문이 전부 스포일러가 될 거 같다. 질문을 잘못하면 욕을 바가지로 먹을 거 같다. 제가 실수를 하면 말려 달라”고 부탁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기생충’은 오늘 낮 12시 47분을 기준으로 500만 2478명을 돌파했다.
이어 봉준호는 “관객들,기자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적극적으로 (스포일러 방지에)협조를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부자와 가난한 자의 이야기를 다룰 때 쉽게 떠오르는 틀이 있는데, ‘기생충’은 여러 가지 예측 불가한 내용이 있다. 그래서 이상할 수밖에 없는 거 같다”고 ‘기생충’을 자평했다.
손 앵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이 작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그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 ‘기생충’을 보면 왠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물론 완전히 다른 내용이지만. 가족을 다뤄서 그런지 뭔가 일맥상통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봉준호 감독은 “아시아 영화고, 아시아의 가족을 다루니 기본적으로 같은 게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정통 작가주의 감독이고 저는 장르영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고 비교했다. 그러면서 “두 영화의 분위기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봉준호 감독은 “부자가 착하기까지 하다는 말은 부자가 착하지 않다는 기본 전제 같다”는 질문에 “그 말엔 극단적인 면이 있다. 현실에서의 삶을 일반화시키기 쉽지 않은 양상이있다. 흔히 영화에서, 악당으로서의 부자는 탐욕스럽고 욕심 많고 요즘 말로 ‘갑질’을 한다. 일반화일 수 있지만. 또한 돈 없고 힘이 없지만 가난한 자들끼리 연대하는 게 많이 봐온 영화(스토리)인데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좀 더 복잡 미묘한 면이 있다. 부자이든 가난한 사람이든 좀 더 복잡 미묘한 층이 겹쳐져 있어서 우리 주변 현실과 비슷한 면이 있는 거 같다”고 답했다.
이번 영화에서 '냄새'에 집중한 이유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거리는 보통 밀접하지 않고서는 알기 힘들다. 우리 사회에서 부자와 가난한 자들의 동선이 겹치지 않는다. 이 영화는 특수한 게 기우(최우식 분)가 과외선생으로 부잣집에 들어간다. 부자와 가난한 자가 서로의 냄새를 맡을 수 있을 만큼 서로의 선을 침범하는 얘기”라고 했다.
이어 “냄새라는 게 상황, 처지, 형편이 드러난다. 하루 종일 고된 노동을 하면 몸에서 땀냄새가 나기 마련이고 이 영화에서 그런 것에서 지켜야할 인간에 대한 예의가 있다. 그런 예의가 붕괴되는 걸 다루고 있다”고 살짝 공개했다.
봉준호 감독은 “제 영화에 예상치 못한 돌발적 요소들이 있다. 프랑스에선 ‘삑사리의 예술’이라고 기사 제목에 적었다”며 “‘기생충’이 시작되고 1시간 10분간의 러닝타임 동안 벌어진 일들, 그게 하나의 거대한 삑사리다. 전혀 예기치않은 방향으로 간다. 스토리의 흐름 자체가 프랑스의 영화잡지에서 말한 것처럼 삑사리의 흐름을 타고 있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봉테일’이라는 별명에 대해 “굉장히 부담된다. 무슨 오류가 있지 않은지 샅샅이 보게 된다. 물론 영화가 정교하면 좋은데 그것만이 미덕은 아니다. 저는 예측할 수 없는 과감성을 추구한다. 봉테일에 놓고 보면 제 입장에서는 갑갑하고 두려운 면이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송강호 배우가 봉준호 감독은 20년 동안 몸무게만 변했다고 하더라”는 손 앵커의 말에 “제가 저에 대해 어떻게 얘기해야할지 모르겠다. 20년간 지켜본 송강호 선배님의 말이라면 믿고 싶다. 이번에 촬영하면서 많이 놀랐다”며 “송강호 선배님은 언제나 제가 구상하고 상상한 것 이상의 뭔가를 갑자기 보여준다. 그건 감독에게 큰 선물이다. 이번에도 촬영을 하면서 그런 순간이 많이 있었다”고 극찬했다.
그는 차기작에 대해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무척 공포스러운 영화다. 또 하나는 미국에서 준비하는 영화”라며 “두 영화 (중 어떤 게 먼저 나올지)순서가 어떻게 될지 진행에 속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두 가지를 동시에 준비는 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watch@osen.co.kr
[사진] '뉴스룸'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