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이 더 커졌어요". 배우 김경남이 첫 주연 작품인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으로 연기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남다른 각오로 드라마를 마친 그를 직접 만나봤다.
김경남은 지난 5일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하 '조장풍')의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장풍'은 왕년엔 불의를 참지 못하는 유도 폭력 교사였지만 지금은 복지부동을 신념으로 하는 6년 차 공무원 조진갑(별명 조장풍)이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으로 발령 난 뒤 갑질 악덕 사업주 응징에 나서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통쾌한 전개와 현실감 넘치는 풍자로 호평을 얻으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종영했다.
이 가운데 김경남은 과거 조진갑(김동욱 분)에게 가르침을 받은 뒤 개과천선한 흥신소 갑을기획의 사장 천덕구 역으로 열연했다. 그는 조진갑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해결사로 맹활약하며 '브로맨스'를 보여주는가 하면, 말숙(설인아 분)과의 로맨스로 설렘을 선사하며 호평을 받았다.
김경남은 "너무너무 좋은 역할이었고, 하고 싶은 역할이었고, 보여줄 것들이 굉장히 많았다. 멜로도 있었고, 액션이나 코미디적인 부분들, 그리고 브로맨스나 그런 것들 하나하나 다 보이길 바랐는데 드러난 것 같아서 좋았다"며 '조장풍' 출연에 감사했다. 그는 "진갑과의 브로맨스, 말숙과의 로맨스 다 좋았다. 후반부에는 '덕구 요즘 좋아 보인다'고 진갑 선생님이 질투하기도 했다. 데이트 장면 찍을 때 '요즘 재미있다며?'라고 부러워하기도 하셨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특히 '조장풍'은 김경남에게 생애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지상파 드라마였다. 이에 그는 "아무래도 롤의 크기를 봤을 때 노출 빈도수가 많아지고 거기에 따라서 제가 해내지 못하면 이 드라마에 피해가 될 수 있는 부분들도 있으니까 부담이 컸다. 진갑 선생님 역의 동욱, 우도하 역의 류덕환 형과 극을 이끌어가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 부담감이 컸다"고 털어놨다.
대신 김경남은 박원국 PD과 천덕구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거쳐 부담감을 극복하고 캐릭터를 완성하려 애썼다. 세트 안에서 시도할 수 있는 다양한 동선과, 소품 활용에 대해서도 박원국 PD가 제작 과정을 보여주며 함께 의논했다고. 김경남은 "감독님이 시안도 보여주시고 아이디어도 제시해달라고 해주셨다. 와인바, 칠판에 적어가는 것들을 먼저 알려주셔서 같이 연구했다. 같이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그런 소소한 소품들까지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데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초반엔 정말 감독님께 많이 의지했다. 그런데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것보다 저한테 100% 신뢰를 보여주셔서 나중엔 저를 믿고, 감독님을 믿고 갔다"며 "중후반부에는 '내가 잘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때 동욱이 형이나 덕환이 형한테 조언을 구했다. 그럴 때마다 감사하게도 '잘 하고 있다'고 격려해주셔서 힘을 얻었다"고 밝혔다.
김경남은 "사랑받기 시작한 지점에서 그런 고민을 한 건 '더 잘할 수 있을까?' 의문이 컸기 때문이었다"며 "내가 정체될까 봐 걱정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워낙 드라마에 대한 반응도 좋고 피드백이 대부분 긍정적이었는데, 저 스스로 문제점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에 뒤를 많이 돌아봤다"고 고백했다.
이에 그는 구대길(오대환 분), 양태수(이상이 분), 최서라(송옥숙 분) 등 '조장풍'의 척결 대상인 악인들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천덕구의 흐름에도 변화를 시도했다. 악인을 잡는 패턴에도 변화를 주고자 고민했다고.
김경남은 갑을기획 멤버들의 '케미'를 조금 더 자연스럽게 하고자 했다. 그는 "초반부인 1~4회까지 보여준 모습들이 다소 인위적이지 않을까 고민했다. 출연진과 친해지는 기간이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일상에서 이야기하듯 자연스럽게 몸을 풀었다. 그때 즘에 동욱이 형도 '너희 정말 편하게 느껴진다'고 해주셔서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저는 분위기를 주도하거나 이끌어가는 성격은 아니"라며 부끄러워 했다. 이어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굉장히 많이 내려놨다. 또 '덕구스럽게' 현장에서 지내려고 했다. 나중엔 정말 그렇게 됐다"고 자부했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래 김경남은 오디션을 보는 신예에서 이제는 러브콜을 받는 배우로 성장했다. '이리와 안아줘'까지 오디션을 봤고 전작인 '여우각시별'과 '조장풍'은 모두 제작진으로부터 섭외 연락을 받은 작품이었단다.
이 가운데 김경남은 "아무래도 가장 최근에 끝낸 '조장풍'이 지금 제 인생의 '인생작'"이라고 밝혔다. 그는 "천덕구라는 역할은 제 인생에서 첫 공중파 주연 작품이고 그런 면에서 의미가 크다. 이전 작품에서 배우고 느낀 점을 바탕으로 해서 이번 작품에 임했는데, 주연 롤을 맡아서 드라마를 끝낸 지금은 전혀 다른, 전에 몰랐던 부분들에 대해 깨닫는 것도 있어서 개인적으로 의미가 남다른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그는 차기작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그는 "아직은 제가 장르를 선택하고 이 역할을 꼭 해야겠다는 건 아니고, 열린 마음으로 해본 것보다 안 해본 게 훨씬 많기 때문에 여러가지를 해보고 싶다. 배우적인 욕심으로서는 전작에서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건 있지만 꼭 그것만 하고 싶다는 건 아니다.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류덕한이 연기한 우도하처럼 엘리트 변호사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는 욕망도 드러냈다.
더불어 김경남은 연극에 대한 의지도 피력했다. 그는 "올해는 계획된 게 없는데 공연이라는 것도 제가 혼자서 하고 싶다고 되는 부분은 아니라 좋은 기회들이 있을 때 회사 측에 계속 하고 싶다고 말하는 편"이라며 "놓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라이브로 관객들을 만나고 배우들과 호흡하고 연습 기간에 얻어지는 것들이 다르다. 그 작업이 굉장히 즐겁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연기는 제 일이다. 아직은 힘들다고 느끼지 않았다. 언젠가 이 일이 지치고 힘들고 그만하고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을텐데, 아직은 아니다. 힘들었던 순간도 즐겨야 한다고 생각한 마인드가 있었다. 이건 자양분이다. 언젠가 빛을 볼 수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렇기에 김경남은 첫 주연 작품인 '조장풍' 이후 앞으로의 시간들에 남다른 각오를 가졌다. 그는 "사실 부담이 더 커졌다. 전에는 꾸준히 새로운 모습 보여드리고자 했다면, 이번엔 '조장풍’이 큰 사랑을 받고, 덕구라는 좋은 역할을 맡아서 차기작 부담이 또 생겼다. 포부 보다는 계속 목표로 하는 건 '중심을 잘 잡자'인 것 같다. 흔들리지 말고 하던 대로 성실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 monami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