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의 두 번째 스리백 실험이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7일 밤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서 열린 호주와 A매치 평가전서 후반 31분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천금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뚜껑을 열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의 우세가 점쳐졌다. 역대전적은 한국이 7승 11무 9패로 근소 열세였지만 전력에선 크게 앞섰다. 한국은 권창훈(디종), 정우영(알 사드) 등을 제외하곤 정예 멤버들이 모였다. 5일 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치른 손흥민(토트넘)을 위시한 해외파가 다수 출전했다. 반면 호주는 사실상 2군에 가까운 진영을 내세웠다. 아시안컵에 나섰던 주축들을 대거 제외한 채 새 얼굴 찾기에 초점을 맞췄다. 5만 3천여 명에 달하는 홈 팬들의 응원도 한국이 누릴 수 있는 어드벤티지였다.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는 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방향성을 알 수 없는 스리백 실험은 예견된 실패로 끝났다. 벤투 감독은 새해 초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서 처음으로 스리백을 실험했다. 당시 한국은 답답한 경기력 속에 0-0으로 비기며 실패를 맛봤다. 벤투 감독은 아시안컵서 단 한 번도 스리백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후 평가전서도 포백을 기반으로 한 전술 운영을 했다.
벤투 감독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을 앞두고 다시 한 번 스리백 카드를 꺼내들었다. 2차예선에 돌입하기 전 최종 2번의 모의고사서 확실한 플랜B를 확립하겠다는 의도였다.
김영권(감바 오사카), 김민재(베이징 궈안), 권경원(톈진 콴잔)이 스리백을 구성했고, 김진수(전북)와 김문환(부산)이 좌우 윙백으로 출격했다. 수장이 방향을 잃자 선수들도 표류했다. 한국은 2차예선서 객관적 전력이 떨어지는 상대의 밀집수비를 뚫어야 한다. 벤투 감독은 이를 위해 공격적인 스리백을 다듬으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어색한 옷을 입은 선수들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포지셔닝과 간격 유지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중원의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좌우 윙백의 공격적인 오버래핑과 스리백의 적극적인 빌드업, 유기적인 움직임이 필요했지만 부족했다.
무엇보다 윙백의 활약이 미미했다. 김진수는 소속팀서 윙백이 아닌 포백의 풀백으로 출전해왔기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듯했다. 측면 공격수 출신인 김문환이 그나마 활발한 모습을 보였지만 세밀함에서 부족했다.
한국은 전반 유효슈팅이 한 차례도 없었을 정도로 고전했다. 수비 시 파이브백을 형성했지만 이마저도 불안했다. 수 차례 위협적인 찬스를 내줬다. 전반 중반엔 세트피스서 골대를 강타하는 헤더를 허용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후반전에도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후반 중반 결정력이 뛰어난 황의조와 크로스가 날카로운 홍철(수원)이 들어가 구세주가 됐다. 후반 31분 홍철의 크로스를 황의조가 절묘한 오른발 발바닥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열리지 않던 호주의 골문을 열었다.
벤투 감독의 두 번째 스리백 실험은 황태자 황의조와 공격적인 측면 수비수 홍철 덕에 간신히 승리를 챙겼다.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지만 보완점을 가득 안은 한 판이었다./dolyng@osen.co.kr
[사진] 부산=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