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일루션' 이은결의 마술은 거창하면서도 소박하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쇼를 선사하다가도 아주 단순한 행위로 어린 시절, 우리 모두에게 있었을 상상의 세계를 일깨워준다. 놀라우면서도 따뜻하기 그지없는 150분간의 마술 여행이다.
오늘(9일) 오후 6시30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의 공연으로 막을 내리는 '더 일루션(THE ILLUSION)'은 마술사 이은결의 23년 내공이 총 집약된 공연이다. 그동안 마술 영역에서 볼 수 없었던 하나의 주제 의식을 담고, 작가주의를 탄생시킨 작품.
'더 일루션'의 마술은 관객들이 공연장에 발은 내딛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카메라와 스크린, 자막만으로 모두가 함께 웃는 마술이 완성되고, 이은결의 '더 일루션'이 단순한 쇼가 아닌, 다 같이 놀라고 웃고 긴장하고 공감하는 '따뜻한 시간'이 될 것임을 예감케 한다.
물론 '클래스가 다른 마술사' 이은결이 선사하는 쇼인만큼, 소소한 행복이 전부인 공연은 아니다. 특히 전반부는 그라서 가능한 대형 스케일의 쇼가 가득하다. 마술하면 떠오르는 미녀 파트너, 앵무새, 흉흉한 도구들이 끊임없이 나와 긴장감 넘치는 상황을 연출한다.
하지만 '더 일루션'의 특별함은 마술의 본질을 탐구하는 후반부에 집약된다. 잔잔하고 별거 없고 소박하지만 인생에서 우리가 가끔씩 만나왔던 마술 같은 순간들, 즉 일루션(본래는 실재하지 않는 형상을 마치 실재하는 것 같이 자각하는 작용)의 의미를 되짚어준다.
그리고 이를 향한 그의 고민과 노력은 어린이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을, 어른들에게는 잊고 있었던 추억을 만들어주거나 소환시킨다. 일루션을 통한 '공감'. 이은결과 있는 순간만큼은 공연장에 있는 사람들의 상상이 현실이 되고 그 놀라운 감정을 함께 나눈다.
'더 일루션'을 본 소감은 다양한 감정이 교차해 한 마디로 정의하기 힘들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일루션 오브 아프리카(Illusion of Africa)'에서는 더욱 그렇다. 단지 "저는 마술하는 사람이 아니라 마술로 표현하는 사람이고 싶다"라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 nahe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