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박의 충격적인 근황이 공개됐다. 조울증을 겪고 있는데다 오롯이 의존했던 아버지 같던 매니저는 알고 보니 7억 원을 빼돌린 도박꾼이었다.
10일 오후 11시 전파를 탄 MBC 스페셜 ‘천재 유진박 사건보고서’에서 제작진은 “코미디를 상상했는데 눈물나는 감동의 순간을 담을 때가 있는 것처럼 휴먼 다큐를 만들고 싶었던 우리에게 배신과 반전의 추리물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는 말로 오프닝을 열었다.
유진박은 1990년대 후반 미국 줄리어드 출신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렸다. 동문은 “유진박은 실제로 당시에도 천재였다. 수많은 바이올린 경연 대회에서 1등하거나 우수한 성적을 냈다. 그런데 비올라를 많이 해 본 적이 없는 아이가 경연 대회에서 1등했다. 비올라 전공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굉장히 잘해서 한숨만 나왔다. 쟤 왜 저렇게 잘해? 천재성이 있는 괴짜 같았다. 로망처럼 보는 천재 친구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를 발굴한 매니저 K는 “뉴욕에 있는 동문이 기가 막힌 친구가 있다더라. 딱 보는 순간에 온몸에서 바늘이 돋더라. 그 연주를 보는데 이런 물건이 있구나 너무 쇼킹했다”고 유진박에게 찬사를 보냈다. 그 덕분에 유진박은 귀국했고 ‘남자셋 여자셋’, 당대 최고의 토크쇼, 한국 대표 무대 등에 출연했다.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탄생의 순간.
하지만 3년간 전성기를 보내고 유진박은 매니저 K와 15년간 헤어졌다. 그 사이 다른 매니저에게 감금 폭행을 당해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러다가 2015년 다시 만났고 둘은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그런데 제작진이 찾아간 유진박의 집은 충격적이었다. 집 모든 벽에 알 수 없는 낙서가 가득한 것. 유진박은 “그냥 생각나는 대로 벽에 낙서했다”며 해맑게 웃었다.
이는 조울증의 징표였다. 에너지 넘치는 조증 상태가 되면 주체할 수 없는 생각을 표출하는 것. 숫자부터 영어, 한글, 다양한 표기가 가득했다. 유진박은 약을 먹으며 조울증 조절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예술적 영감이 모두 흩어지는 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저는 독창적인 음악을 좋아한다. 어떤 노래는 예측이 되는데 그건 지루하다”며 남다른 천재성을 뽐냈다.
유진박의 조울증 시작은 1998년 20살 때였다. 이 때 어머니는 유진박의 모든 걸 케어했다. 전문가는 “조울증을 앓다 보면 친구관계가 끊어진다든지 관계가 안정적이지 못한다. 후유증으로 성인이 돼서도 성숙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더욱 의존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유진박은 “제 조울증이 창피하다. 가끔 사람들이 몰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유진박에게는 아버지 같은 존재가 된 매니저 K에 대한 제보가 들어왔다. 심지어 공연 전 매니저의 마이크가 켜진 채 녹음됐는데 K는 “내가 여기 전남 영암에 와 있다. 6시 반에 공연이 끝나. 3만 원만 좀 해주면 안 되냐. 바로 이체해줄게”라며 누군가에게 3만 원을 다급하게 빌렸다.
팬들도 K를 의심했다. 팬들은 “돈, 뉴저지 집, 유진박이 엄마하고 살았던 집 다 어디 갔나. 어머니는 생전 알뜰하게 모은 돈을 모두 부동산에 투자했다. 너무 궁금하다 그 많은 돈이 어디 갔는지. 보여지는 모습은 거지죠. 상거지다. 연예인이라 할 수가 없다”고 했고 지인은 “어머니는 생전 안 좋은 아파트도 사서 여자분인데 수리까지 했다. 유진이가 나중에 유명해지면 돈이 필요할 텐데 라며 돈을 모으셨다”고 귀띔했다.
특히 유진박과 K 사이를 제보한 이는 “유진박이 만난 역대 매니저 중에 제일 나쁜 놈이다. 다른 놈들은 가둬놓고 때리고 했지만 돈과 재산에는 손을 안 댔다. 어머니에게 상속 받은 땅이 있었는데 매니저가 모르게 팔아치웠다. 지금 돈이 하나도 없다. 매니저가 자꾸 돈을 빌려오더라. 로드 매니저까지 돈이 안 되니 다 그만두고 밴드 멤버들도 다 나갔다”며 금전적인 문제가 있음을 알렸다.
문제의 땅은 제주도에 있었다. 매니저는 유진박의 이름으로 돈을 빌렸고 담보로 빌렸던 제주도 땅을 팔았다. 2천 평을 3억 2천만 원 받고 넘겼다. 부동산업자는 “저렴하게 거래가 됐다고 보여진다. 5억 원 정도 거래될 수 있는데”라고 말했다. 유진박의 땅을 매입한 이는 “당사자는 없었지만 대리인이 서류를 모두 가져와서 전문가 입회하에 거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지금의 집마저 보증금 1억 중 5천만 원을 K가 가져간 걸로 알려졌다. 월세도 6개월 밀렸다. 오피스텔 입주자는 “계약할 때 유진박 신분증과 도장도 그 분이 가져왔다. 문제가 있으니 빨리 비워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렇게 매니저가 유진박 몰래 빼돌린 금액은 최소 7억 원이었다.
앞서 매니저는 “유진박 어머니가 나밖에 없다고 애절하게 얘기하시더라. 뭉클했다. 내가 이 친구의 현란한 바이올린을 들을 수 있고 밥만 먹으면 될 것 같더라”며 유진박을 다시 거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제보자는 “문제는 도박이다.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면 유진이가 앵벌이를 하고 있다. 유진이를 앵벌이 시켜서 그 돈으로 매니저가 자기 도박한다. 이건 100%, 150%”라고 강조했다.
결국 제작진은 제주도 땅에 대해 물었고 유진박은 “제주도에 재산 없었을 걸요. 제주에 살아 본 적이 없었다”고 답했다. 제작진은 “매니저가 재산을 다른 사람에 판 것을 아나?”라고 물었다. 유진박은 “만약 그분이 그런 일을 했다면 제 이모랑 얘기했을 거다. 저를 기만할 분이 아니다. 그 분을 믿는다. 그는 정직한 분이다. 제 이모도 그를 믿으라고 했다”고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할 수 없이 제작진은 유진박에게 이모와 전화 연결을 해줬다. 진실을 알게 된 유진박은 충격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제작진은 유진박을 대신해 매니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매니저는 “이모님하고 통화하고 정리되는 내용을 제작진에게 알려드리겠다”고 했다. 이것이 유진박과 매니저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다른 지인의 도움으로 유진박은 안정을 찾아갔다. 그러나 매니저 때문에 체납된 세금은 1억 3천만 원이었고 유진박의 통장은 가압류 상태였다. 유진박은 “저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모르는 게 문제다. 헷갈린다. 똑같은 일이 또 반복되는 느낌이다. 지금까지 저는 속물이었다. 나 유진박이야 이랬는데 결과적으로 저는 뮤지션이고 뮤지션이라면 이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을 알아야 한다. 자신 있다. 새로운 마음 갖고 열심히 하려고 한다”며 애써 웃었다.
제작진은 현재 매니저 K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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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 스페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