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올라온 친구입니다”
분명 경솔한 말실수였다. 하지만 한 번 들끓은 여론은 무섭고 아팠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에서 3등을 차지하며 무명 가수에서 트로트퀸으로 떠오른 홍자가 롤러코스터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7일이었다. 전라남도 영광에서 ‘법성포 단오제’ 개막식이 열렸다. 홍자는 성진우, DJ DOC, 송가인과 함께 초대가수로 나섰고 행사장을 가득 메운 수많은 관객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대비 관객 수는 폭발했고 이는 ‘미스트롯’의 두 여왕 송가인과 홍자 덕분이었다.
하지만 감격한 나머지 말이 헛나왔다. 홍자는 “‘미스트롯’ 이후 전라도 행사에 처음 와 본다. 전라도 출신 송가인이 경상도 가서 울었다. 제가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무대에 올라오기 전에는 전라도 사람들은 실제로 보면 뿔도 나 있고 이빨도 있고 손톱 대신 발톱이 있고 그럴 줄 알았는데 우리 여러분들이 이렇게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주셔서 너무 힘나고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라도에 자주 와도 될까요?”라고 물었고 관객들은 “네”라고 답했다. 활짝 웃은 홍자는 “우리 외가는 전부 전라도다. 낳아준 분, 길러준 분, 다 내 어머니듯이 경상도도 전라도도 저에게는 다 같은 고향입니다”라고 외친 후 허리 숙여 인사했다. 객석에선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이 같은 발언이 뒤늦게 온라인 상에 알려지며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전라도민을 ‘뿔도 나 있고 이빨도 있고 손톱 대신 발톱이 있고 그럴 줄 알았다’고 표현한 게 지역 비하 발언이라는 것. 행사 당시에는 객석에서 문제 되지 않았지만 건너 들은 누리꾼들이 단단히 뿔났다. 민감한 지역 감정을 홍자가 건드렸다는 비난이었다.
결국 10일 오후 홍자는 자신의 SNS에 “적절치 않은 언행으로 많은 분들께 불쾌감을 드려 죄송합니다. 변명의 여지 없이 저의 실수이며, 저의 경솔한 말과 행동으로 실망하셨을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깊이 반성하고 더 신중한 언행과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고 사과글을 남겼다.
그럼에도 한 번 식은 여론은 차갑게 돌아섰다. 홍자는 사과글을 올린 후 네이버 스페셜 V앱에서 진행된 ‘SINGING ROOM X Miss Trot - 코인노래방 X 미스트롯’ 라이브 방송에 송가인, 정다경, 정미애, 소유와 함께 예정대로 출연했는데 평소와 사뭇 다른 차분하고 조용한 모습이었다.
그동안 홍자는 ‘미스트롯’ 서바이벌에서는 물론 MBC 에브리원 ‘비디오스타’, tvN ‘풀 뜯어 먹는 소리3’ 등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마다 밝고 에너지 넘치는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풀 죽은 모습이라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홍자의 지인은 11일 OSEN에 “홍자는 힘든 시절을 딛고 어렵게 이 자리에 올라왔다. 정말 착하고 괜찮은 친구다. 너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했다. 큰 사랑을 받다가 하루 아침에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비난에 혼란스러울 법도 한데 자신의 경솔한 발언을 거듭 반성하고 있다고.
팬들 역시 성명문을 내고 "홍자는 결코 지역감정을 유발하려 하지 않았으며, 특정 지역을 비하할 의도는 더더욱 없었다는 것을 팬들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최근 콘서트 무대에서도 정말 많은 분들이 환호를 해 줘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을 정도로 너무나도 마음이 여린 친구입니다"라며 "혹여나 홍자의 발언으로 상처 입은 국민 여러분들께는 팬덤 측도 너무나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너그러이 한 번만 용서를 해 주시기를 간곡히 청하고 싶습니다"라고 밝혔다.
지난 2월 28일 첫 방송된 ‘미스트롯’은 송가인, 홍자, 정미애, 정다경, 김나희, 숙행, 두리, 김희진, 김소유, 강예슬, 하유비, 박성연 등 차세대 트로트 스타들을 탄생시키며 현재 전국투어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6월 16일 전주, 6월 22일 천안, 6월 29일 대구, 6월 30일 안양을 비롯해 부산, 대전, 강릉, 제주, 목포 등에서의 공연도 남아 있다.
공교롭게 조만간 홍자는 전주 무대에 서 다시 한번 전라도 팬들을 만날 전망이다. 분위기를 띄우려고 했던 발언이 문제가 된 만큼 다음 공연에서는 신중하게 마이크를 잡을 터. 홍자가 논란을 딛고 씩씩하게 노래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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