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직까지 이렇게 인터뷰하는 게 신기해요.(웃음)”
배우 원진아(29)의 중저음 목소리에서 떨리지만 설레는 마음이 느껴졌다. 인터뷰 장소에 일찍 도착해 여유있게 사진 촬영까지 마친 그녀는 인터뷰를 하기까지 그 짧은 시간 속에 자신만의 호흡으로 긴장을 가다듬으며 여유를 찾고 있었다. 서두름 없이.
원진아는 겉으로는 작고 연약하게 보이지만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누다 보면 의외로 강단 있는 면을 느낄 수 있다. 한마디로 외유내강형이라고나 할까. 게다가 솔직 털털한 말투도 인상적이었다.
원진아는 12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실제 성격이 (영화 속 강소현과) 비슷한 면이 있다”며 “길에 쓰레기를 막 버리거나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을 보면 가끔씩 욱한다. 물론 따라가서 뭐라고 말은 못하지만(웃음) 불의를 못 참는 거 같다”고 자신의 실제 성격에 대해 전했다.
원진아는 이날 자신의 스크린 첫 주연작 ‘롱 리브 더 킹’(감독 강윤성, 제작 영화사필름몬스터・비에이엔터테인먼트, 제공배급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미시간벤처캐피탈・콘텐츠난다긴다)에 합류하게 된 과정부터 현장에서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소감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롱 리브 더 킹’은 목포 출신 조직의 보스 장세출(김래원 분)이 시민 영웅이 돼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다는 원작 웹툰의 설정을 따랐다.
원진아는 “이번 영화는 오디션을 보지 않고 (감독님과 제작진에서 먼저)미팅 제안을 받아 임하게 됐다”며 “제가 주연이 됐다는 생각에 마냥 기뻐만 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부담이 됐다. 저를 선택해주신 분들에게 실망감을 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사실 오디션을 보고 합격해 작품에 들어갔을 때보다 특히나 더 걱정이 많았던 작품이었다”고 밝혔다.
원진아는 단편영화 ‘오늘영화’(2014)를 시작으로 ’캐치볼’(2015), ‘바이바이바이’(2016) 등에 출연했고 상업장편 ‘강철비’(2017)를 통해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어 ‘돈’(2019)을 거쳐 ‘롱 리브 더 킹’으로 장편 영화에서는 처음 주연을 맡게 됐다.
드라마는 ‘그냥 사랑하는 사이’(2017) ‘라이프’(2018)에서 주연을 맡은 바 있다.
이에 원진아는 “걱정이 많이 돼서 리딩을 하러 자주 갔다. 근데 감독님이 ‘계속 보니 강소현과 비슷한 면이 있다’고 하셨다. 감독님이 ‘캐릭터적인 연기보다 계속 소현의 감정을 가져가 보자’고 하셔서 촬영을 하면서 부담을 덜었다”라고 전했다.
‘롱 리브 더 킹’은 원작 웹툰의 기본적인 설정을 따랐지만 ‘범죄도시’(2017)로 흥행에 성공한 강윤성 감독의 각색과 연출을 거쳐 흥미로운 캐릭터들의 매력이 한층 살아났다. 이 영화에서 김래원이 목포 조폭 출신 장세출을, 원진아는 열정 많은 변호사 강소현을 연기했다.
장세출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강소현에 대한 애정 때문. 그녀의 마음씨와 순수한 외모에 반해 좋은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러다 버스 추락 사고에서 온몸으로 시민을 구한 세출이 목포의 영웅으로 떠오르고,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국회의원에 출마하게 된다.
“김래원 선배님이 너무(저와 경력 차이가 많이 나는) 선배님이셔서 걱정을 했는데 좋았다. 현장에서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먼저 얘기를 해주셨다. 선배님이 제게 조언을 해주고 싶어도 제가 불편해 할까봐 일부러 조언을 안하시더라.“
이어 원진아는 “사실 저는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고 놀랐다. 선배님이 현장에서 너무 자연스럽게 생활 연기를 하셨는데, 스크린에서 보니 너무 멋있다. 진짜 장세출 같더라. 영화를 봤는데 선배님의 깊은 감정을 느껴서 놀랐다”라고 김래원의 연기를 극찬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김래원 선배님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큰 오빠 같은 느낌이었다. 하하. 되게 점잖으셨는데 낚시 얘기를 하실 땐 아이처럼 보였다”고 덧붙였다.
‘롱 리브 더 킹’은 조폭이 지역구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이자, 장세출과 강소현의 멜로극, 장세출의 액션영화이다. 한 영화에 다장르가 들어있는 것.
이에 원진아는 “사실 영화를 촬영하면서 ‘멜로로 느껴질까?’라는 생각이 있었다. 근데 소현이가 화면에 안 나와도, 전체를 봤을 때, 세출이가 소현에 대한 마음이 계속 있는 게 보여서 멜로로 느껴졌다. 다른 분들도 멜로로 봐주신 것 같아 좋다”고 영화를 본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저는 ‘롱 리브 더 킹’이 가족 영화로도 느껴졌다. 어떻게 보면 코미디도 있고, 선배님들의 액션도 있어서 정확히 어느 라인인지 어려웠다. 강윤성 감독님이 골고루 배치를 잘 해주신 거 같다”고 영화에 대한 만족도를 전했다.
그럼에도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는 만족하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아직 영화를 한 번 봤는데, 저의 부족한 면만 보였다. ‘저럴 땐 이렇게 할걸’이란 생각이 들어서 아쉽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만족스럽다”고 했다. “‘롱 리브 더 킹’이 정치영화라기보다 우리가 원하는 리더의 모습에 초첨이 맞춰진 것 같다. 어느 집단에서든 필요한 리더가 있지 않나. 리더의 이야기를 담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았다고 해서 정치영화는 아니라는 의미다.
원진아는 “저도 아직까지는 신인에 속해서 강소현처럼 열정이 많다. 비슷한 부분이 있는 거 같다. 하고 싶은 것도 많다”며 “극중 소현도 제 나이 또래 사회 초년생인데, 아직 잘하고 싶은 열정이 사라지지 않은 상태라서 남들 앞에 나서서 큰 소리를 내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그 모습이 능숙하진 않고 어색하다. 저 역시 소현이처럼 열정이 가득해서 열심히 하려는 모습에 공감이 됐다”라고 캐릭터를 해석하고 표현한 과정을 전했다.
원진아는 ‘하고 싶은 장르가 있느냐’는 물음에 “저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한다. 이번에 이 영화를 하면서 선배님들의 액션 연기를 보니 저도 액션 장르에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웃음) 뭔가 멋있는 액션이 아니라도 추격전처럼 움직임이 많은 걸 해보고 싶다”라고 답했다.
‘롱 리브 더 킹’은 세출이 소현을 만나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결심을 세우고 목포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하는 성장기에 집중했다. 개봉은 이달 19일. 러닝타임 118분. 15세 관람가./ watc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