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안이라는 작가에 호감을 가졌다가 솔비의 작품이라고 해서 실망하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그래서 ‘솔비’라는 이름을 전시회에서 뺐어요. 색깔, 편견 없이 온전히 집중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제 내년이면 10년차 ‘작가’가 되는 권지안의 당부다. 가수 ‘솔비’가 아닌 작가 ‘권지안’으로 봐주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 편견을 깨야 하는 것을 자신이 평생 풀어야 할 숙제로 삼고 있는 권지안은 이제 그림으로 이야기하고 교감하는 ‘작가’이자 ‘아티스트’로서의 모습을 제법 갖췄다.
권지안은 솔비의 본명이다. 그룹 타이푼으로 데뷔해 무대와 예능 등 방송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솔비는 2010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2012년 첫 개인전을 열었고, 그 후로도 계속 작업을 하면서 이번 전시회 ‘리얼 리얼리티(Real Reality)’까지 모두 네 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권지안은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 빠르게 성장했다. 일러스트 형식으로 일기처럼 그렸던 권지안은 추상화 쪽으로 발전했다. 그림 안에 메시지도 담기 시작했다. ‘셀프-컬래버레이션’를 선보인 권지안은 ‘레드’, ‘블루’, ‘바이올렛’이라는 색에 메시지를 담았다. ‘레드’는 여성의 상처, ‘블루’는 계급사회, ‘바이올렛’은 사랑의 이면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레드’가 인상적이었다. KBS2 ‘뮤직뱅크’에서 퍼포먼스로 선보인 적도 있는 ‘레드’는 솔비라는 연예인이기 전에 여자로서 받는 상처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앞서 솔비는 루머, 동영상 등으로 아픔을 겪은 바 있다. 확인되지 않은 루머로 상처를 받았고, 숨었다. 하지만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 다시 나왔고, 그들이 용기를 얻고 힘을 냈으면 하는 마음에서 ‘레드’라는 작품과 퍼포먼스, 음원, 영상으로 선보였다.
‘가수’ 솔비에서 ‘작가’로 변신한 권지안을 두고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에서는 새로운 도전을 응원한다면서 힘을 줬다. 하지만 반대편에서는 ‘솔비’라는 연예인으로 얻은 인지도를 ‘작가’에 이용한다는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부정적인 반응은 연예인들이 다른 도전을 할 때 늘 따라붙는 꼬리표와 같다. 선입견이 생겼고, 그동안 보여준 예능적 이미지도 권지안에게는 꼬리표였다. 특히 권지안의 작품이 고가에 판매되는 게 ‘연예인’으로 얻은 인지도 때문이 아니냐는 편견도 있었다. 권지안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13일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인전 ‘리얼 리얼리티’ 인터뷰를 가진 권지안은 “그림을 구매하시는 분들이 ‘연예인 솔비’라서 사는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연예인 솔비’라는 타이틀 때문에 큰 돈을 사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연예인이라서 받는 혜택도 있겠지만, 그림의 가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오해가 아쉽다”며 “하나의 편견 같다. 작품을 사는 건 작가의 삶을 사는 것이다. 오랜 시간 그 작가의 삶과 메시지를 지켜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지안은 전시회의 작품들이 자신 때문에 돋보이지 않아 우려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권지안은 “작가 권지안이 아닌 연예인 솔비와 사진을 찍으려고 하시는 분들도 계셔서 작품들이 돋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며 “권지안 작가라고 해서 호감을 가졌다가 솔비의 작품이라고 해서 실망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에 ‘솔비’라는 이름을 뺐다. 선입견과 편견, 색깔 없이 온전히 집중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특히 권지안은 “‘나답게’라는 말을 많이 한다. 손가락질도 받고, 편견도 있었는데 그걸 뚫고 가는 게 내 평생의 숙제라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도 타인의 시선에 갇혀 살지 말고 그 편견을 깨고 ‘나답게’ 살아갔으면 한다. 나는 그에 맞는 용기를 드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 전시회를 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자신감을 찾았다. 미술로 인정 받고 싶다는 자신감도 생겼고, 인정 받아야 한다는 각오도 생겼다. 그게 지금 미술을 진정성 있게 하시는 분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작품을 보는 관객들과 교감하고, 삶을 공유하고 싶다는 권지안은 ‘아티스트’를 꿈꾸고 있다. 권지안은 “아티스트는 꿈꾸는 사람이다. 나를 아티스트라고 규정 짓기에는 조심스럽다. 아티스트라는 수식어를 받기 위해 더 열심히 작업할 것이다. 그렇게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아티스트라는 수식어에 부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권지안이 3년 만에 여는 개인전 ‘리얼 리얼리티’는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13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열린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