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것보다 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소설가 김영하가 젊은이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지난 15일 방송된 KBS 2TV ‘대화의 희열2’에서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소설가 김영하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었다. 솔직하고도 소신 있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김영하의 모습은 단번에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이날 김영하는 젊은 예술가들에게, 나아가 청춘들에게 지지 않고 버티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처음부터 큰 성공과 환호를 생각하면 오래 버티기 힘들다는 것, 조금 부서질지라도 패배하지 않고 버티면 언젠간 기회가 온다는 것이 김영하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였다.
김영하는 등단부터 기존의 틀을 깬 파격 행보를 선보였다. 그는 신춘문예와 같은 정통 문학 잡지가 아닌, 비주류 계간지로 문학계에 첫 발을 들였다. 신춘문예에서 떨어진 그가 빨리 등단을 하려 하자, 주변에서는 인생 쉽게 살려고 하지 말라며 그를 만류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영학과 출신인 김영하는 당시 문학계를 잘 몰라서 더 용감했다며, 파격적 등단의 배경을 이야기했다.
김영하는 대표작 ‘살인자의 기억법’을 비롯해,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검은 꽃’, 최근 ‘여행의 이유’까지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탄생시킨 스타 작가다. 하지만 늘 그가 무언가를 쓰려 할 때는 주변의 만류가 있었다고. 김영하는 “그럴 때 이걸 써 봐야지”라고 생각했다며, 그의 기발한 작품 세계의 비하인드를 들려줬다.
또 김영하는 소설가에 대한 환상과 현실을 명확하게 이야기했다. 작가의 삶이 자유롭고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김영하는 “예술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건 그 작품을 사주는 거다. 예술가로 살아가려면 생활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예술가에게 돈은 뗄 수 없는 현실임을 강조했다. 또한 김영하는 한 번도 원고료를 떼인 적 없다고 말하며, 예술에 대한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받아야 한다고 했다.
특히 김영하는 소설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강력하게 이야기했다. 소설 안에는 질풍노도의 인간 군상이 담겨 있고, 이러한 소설을 통해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김영하는 “자기 감정을 다스릴 줄 모르는 사람을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감정을 언어화할 수 있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라고 말하며, 나를 강하게 만드는 소설의 힘을 강조했다.
동네 서점을 살리기 위한 김영하의 노력도 인상적이었다. 김영하는 판매 성적에서 불리하지만, 동네 서점에서만 살 수 있는 특별판을 출간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풀뿌리 독서 조직이 강해져야 책과 서점의 미래도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면서도, 선한 영향력을 선사하려는 김영하 작가의 소신을 알 수 있던 이야기였다.
파격과 소신의 길을 걸어온 소설가 김영하. 조곤조곤 강력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그의 매력에 푹 빠진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이기는 것보다 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의 조언은 많은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버티며 나아갈 수 있는 힘을 부여했다. 소설이 가진 특별한 매력과 소설가로서의 권리와 가치를 이야기하는 김영하와의 대화는 새로웠고, 또 한번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울림과 깨달음을 선사했다. /notglasses@osen.co.kr
[사진] KBS 2TV '대화의 희열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