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전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진짜 이야기'가 사랑받을 수 있는 것 같고요".
10회 안팎의 시즌제 예능 홍수 시대. 2년 가까이 100회를 채운 예능이 있다. 짧지만 폭발력 있는 미니시리즈 같은 예능이 범람하는 와중에 일일연속극처럼 뭉근하고 꾸준한 감동을 선사하는, '동상이몽 시즌-너는 내 운명'(이하 '동상이몽2')의 이야기다.
SBS는 18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동상이몽2'의 100회 기념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프로그램을 기획한 책임 프로듀서(CP) 최영인 SBS 예능국 부본부장과 연출을 맡은 김동욱 CP가 참석했다. 두 사람은 카페를 빼곡하게 채운 40여 명의 기자들과 함께 '동상이몽2'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동상이몽2’는 다양한 분야의 스타 부부가 살아가는 모습을 '남자'와 '여자' 입장에서 바라보고, 운명의 반쪽을 만나는 의미와 두 사람이 함께 사는 삶의 가치를 살펴보는 관찰 예능이다. 프로그램은 지난 2017년 7월 10일 3MC 김구라, 서장훈, 김숙의 진행 아래 이재명 경기도지사 부부, 배우 추자현 우효광 부부, 코미디언 김수용 부부 등의 이야기로 첫 선을 보였다. 또한 오는 24일 100회를 맞는다.
그 사이 '동상이몽2'에서는 배우 장신영 강경준 부부, 배우 한고은과 남편 신영수 씨를 비롯해 현재 출연 중인 가수 라이머와 기자 출신 방송인 안현모 부부까지 총 18쌍의 커플들과 동고동락을 함께 했다. 닐슨코리아 전국 평균으로 76주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할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끌었고, 이에 힘입어 배우 최수종 하희라 부부, 가수 노사연 이무송 부부 등이 특별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동상이몽2'가 시작부터 화려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방송 초기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우려의 시선이 더 많았다. 지금도 큰 사랑을 받는 SBS '미운 우리 새끼', MBC '나 혼자 산다',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관찰 예능이 당시에도 굳건한 입지를 자랑했기 때문. 이에 '동상이몽2'는 관찰 예능이라는 장르의 후발주자라는 제약을 안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일까. 최영인 CP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100회 녹화날 김동욱 PD가 마냥 웃지만은 않았다. 여러 가지가 주마등처럼 스쳤던지 복잡한 표정을 지었더라"라고 너스레를 떨며 입을 열었다. 이에 김동욱 PD는 "저도 100회까지 어떻게 사랑을 받았나 고민해봤다"고 운을 뗐다.
특히 김동욱 PD는 "저희가 다른 프로그램이랑 다르게 접근하려고 하는 게 '진심'이다. 출연자의 '진심'이 전해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강 커플(장신영 강경준 부부)', '추우 부부(추자현 우효광 부부)'의 경우도 그랬다. 더 웃길 수 있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런 것보다는 두 부부의 '진심'이 어떻게 전해질까 고민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 김동욱 PD는 "그래서 출연자 분들도 저희를 신뢰해주시는 것 같다. 그것 때문에 100회까지 사랑받은 것 같다"고 자신했다.
더불어 최영인 CP는 "관찰 예능이 많은데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진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저희는 한 편의 드라마처럼 리얼한 이야기를 담는다. 또 다른 이유는 대상이 부부이지 않나. 많은 사람들이 남녀 관계, 부부 관계에 공감하기 쉽지 않겠나. 갈등이 존재하지만 확 갈라설 수 없는 그 관계를 조명하기 때문에 감정 이입하기가 가장 보편적인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그리고 저희가 갈등을 확대할 수도 있겠지만 제일 중요한 건 '길게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연속극 같은, 핫한 미니시리즈는 아니더라도 잔잔한 일일연속극 같은 느낌으로 긴 호흡을 가져가고자 했다. 그들의 삶을 통해서 나는 어떤지 돌아보게 만드는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 면이 잔잔하게 오래가는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최영인 CP는 "또 100회가 넘어가면 장수 프로그램이 된다. 중간에 조금씩 고비도 있는데 그걸 넘기면 롱런하게 될 것 같다. 앞으로도 편안하게 다가가는 일일드라마 같은 느낌으로 찾아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동욱 PD는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에 대해 "일단은 저희가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실시간 댓글, 기사에 대한 댓글을 많이 확인한다. 그런 것들에서 피드백을 많이 받으려고 한다. 다만 아쉬운 건 각 부부마다 팬들이 있다 보니 '오늘 왜 이 부부가 안 나왔지?'라고 하는 반응에 일일이 설명할 수 없는 게 아쉽다. 시간적 제약이 있다 보니 한 부부가 쉬어야 할 때 방송에서 설명할 수 없을 때 죄송하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더 만족시킬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그는 "사실 100회 중에서도 가장 감동적이었던 반응은 강경준 씨 같은 경우 정안 군이 자신을 아빠라고 이야기한 걸 몰랐다가 스튜디오에서 이야기한 걸 들으면서 굉장히 눈물이 많이 흘린 장면에서 '힐링 된다'는 댓글이 많았던 일이다. 제작진 입장에서 뿌듯했고, 시청자 분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어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김동욱 PD는 "축구선수 부부나 정치인 부부도 섭외하려고 노력 중이다. 기존에 있는 부부에서 새로운 부부가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연령, 결혼 기간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 육아를 하고 있는지 여부도 그렇다. 지금 봤을 때는 연기자 부부만 나올 수 있지만 여러 가지를 열어두고 섭외하고 있다"며 출연진 변화에 대한 고심을 털어놓기도 했다.
다만 그는 "꼭 모시고 싶은 부부가 있냐"는 질문에 "되게 어려운 질문"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그는 "사실 모든 부부에게 공을 들이고 있다. 2년이 됐다 보니 공들였는데 거절 의사를 밝힌 부부들도 있고 촬영을 하다 빠진 경우도 있다. 예전에 1년 됐을 때만 해도 이 부부는 섭외 꼭 해야겠다는 것들이 있었는데 그때 거절한 이유도 알 것 같고, 지금 공들이는 부부도 있고, 한정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했다.
최영인 CP는 "저희도 배운다. 다양한 커플을 만나지 않나. '이런 면이 있네?'라고 생각하면서 함께 성장하다 보니 저희 나름의 노하우가 생긴다. 사람을 보는 시선이 같이 성장하는 거다. '진심'을 담아서 그대로 쭉 가면 프로그램이 굴러 굴러 눈덩이처럼 쭉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monami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