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재명이 개봉을 앞둔 스크린 첫 주연작 '비스트'와 곧 태어날 아기에 대한 마음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슬로우파크에서는 영화 '비스트' 주연 배우 유재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비스트'(감독 이정호, 제작 (주)스튜디오앤뉴, 제공배급 NEW)는 희대의 살인마를 잡을 결정적 단서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은폐한 형사 한수(이성민 분)와 이를 눈치챈 라이벌 형사 민태(유재명 분)의 쫓고 쫓기는 범죄 스릴러 작품이다. 지난 2005년 프랑스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원작 영화 '오르페브르 36번가'를 바탕으로 리메이크했다.
유재명은 극 중 한수의 살인 은폐를 눈치챈 라이벌 형사 민태를 연기했다. 원칙을 최우선으로 하는 강력반 2인자 민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범인을 검거하는 한수와 사사건건 대립한다. 한수를 견제하며 살인사건의 범인을 쫓던 민태는 우연히 한수의 살인 은폐를 눈치채고, 그를 제칠 절호의 기회를 잡게 된다. 이번 영화가 스크린 첫 주연작이다.
'열일 배우' 유재명은 지난 5월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자백'과 신작 '비스트'를 비롯해 '나를 찾아줘', '킹메이커 : 선거판의 여우' 등의 개봉도 앞두고 있다. 최근에는 후배 유아인과 범죄 영화 '소리도 없이'에 캐스팅됐다. 범죄 조직을 뒤치다꺼리하며 살아가는 두 남자에게 예기치 못한 사건이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비스트를 어떻게 봤느냐?"라는 질문에 유재명은 "영화를 걱정 반 기대 반 심정으로 봤다. 어깨가 굳어질 정도로 긴장하면서 봤더라. 그런데 기대만큼 작품이 잘 나와서 다행이다. 배우들과 시사를 끝내고 얘기를 나눠보니, 각자 자신의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 조금씩 있더라. 아쉬운 점도 있고, 좋은 점도 있는 것 같다. 음악, 색감을 포함해 '저 장면이 저렇게 엣지 있게 나왔어?' 놀란 것도 있다. 개인적으로 시나리오 상의 긴장감이 잘 표현된 것 같다"고 만족했다.
흥행 부담감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성민 선배님이 엄청난 내공을 가지고 있고, 거기에 보조를 맞춰서 '이 작품을 잘 끌고 나갈 수 있을까?' 싶었다. 언론 시사회 전까지는 흥행 부담감이 컸다"며 "지금 영화를 보고 하루가 지났는데,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서 잘 모르겠다. 몇 번 경험했으면 알 수도 있는데, 지금은 얼떨떨하다. 무식한 게 용감하다고 마음이 편한 것도 있다"고 밝혔다.
아무리 편하게 마음을 먹어도 주연으로서 흥행 부담감이 없을 수는 없는 법. 유재명은 "이성민 선배님이 나한테 특별히 조언을 해주시거나 그런 건 없었다. 선배님은 나랑 현장에 있을 때도 그렇고, 눈높이를 맞춰서 조언이나 충고가 아닌 있는 그대로 쿨하게 대해주셨다. 동료로서 연기할 때 오픈 마인드였고, 조언보다는 같이 즐기려고 하셨다. 그래고 나도 현장에서 작품에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프랑스 원작을 일부러 보지 않은 그는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중간에 '안 봐야 되겠다' 싶더라. 혹시라도 내가 원작 배우들의 연기를 따라할까 봐 굳이 보지 않았다. 그리고 감독님과 미팅을 할 때도 원작과는 좀 다르다고 했다. 그런 판단으로 보지 않았다. 대략적인 이야기만 듣고 촬영에 임했다"고 답했다.
선배 이성민의 연기에 대해서는 "배우로서 긴 시간 연기했는데, 고수는 칼만 대면 기운이 느껴진다고 첫 합을 맞췄을 때 느낌이 달랐다. '이래서 이성민 선배구나' 싶더라. 내가 분석하고 해석한 캐릭터만 하기보단 선배님의 기운을 받아서 '리액션만 해도 되겠구나' 싶었다. 그런 충격과 안도감을 동시에 받았다. 내가 무슨 연기를 해도 언제든 받아주시고, 리허설 할 땐 굳이 짜지 않고 합을 만들었다. 경찰서에서 둘이 싸우는 장면은 전혀 계산된 게 아니었다. 감독님이 배우들이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도록 열어줬고, 마음껏 하다보니 그런 연기가 나온 것 같다"며 감사한 마음을 내비쳤다.
2015년 tvN '응답하라 1988'을 시작으로 드라마는 '비밀의 숲', '슬기로운 감빵생활', '라이프', 영화는 '브이아이피', '골든슬럼버', '명당', '악인전' 등에서 활약한 유재명은 연극 무대를 거쳐, 드라마와 영화의 단연 및 조연에 이어 어엿한 주연 배우로 자리잡았다.
특히 드라마 '응팔' 이후 무명 생활을 끝내고 큰 사랑을 받은 유재명은 영화 주연이 된 지금까지 자신에게 찾아온 변화가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당시 '응팔'에서 쌍문고등학교 학생주임이자, 동룡이 아빠로 분해 열연했다.
유재명은 "3~4년 사이에 정말 많은 게 바뀌었다. 과거 부산에서 연극 했을 때 작품 제목이 '이상한 일들의 연속'이었다. 내가 요즘 딱 이렇다. 그래서 계속 멈춰서 잠시라도 차 한 잔을 하면서 멈추려고 애 쓴다. 느긋해지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산책도 다니고, 나한테 주어진 이상한 일들을 잘 씹어서 삼키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체할 것 같더라. 대중의 시선, 주변의 시선, 그런 것들에 많이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가자는 마인드다. 술 마실 때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하는 편"이라며 주변 환경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요즘 새롭게 겪는 일이 많다는 유재명은 "'비스트'로 영화 주연을 한 다음에, 스스로 부족하고 갈고 닦아야 할 것 같더라. 영화보고 생각이 많아졌다. 난 여전히 부족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몇 년 사이에 너무 큰 변화가 생겼는데, 난 여전히 멈춰있는 것 같고 의지박약 같다. 잘 적응해 나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실제 모습에 대해 "'응팔' 동룡이 아빠 모습도 있고, '비스트' 민태 얼굴도 있다. 그래서 배우로 산다는 게 행복하다. 매번 다른 작품에서 새로운 캐릭터로 그 신에서 마음껏 표현할 수 있으니까 얼마나 좋은 일인가. 동네에 있을 땐 영락없는 아저씨다"며 웃었다.
과거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멋진 슈트핏으로 화제를 모은 유재명. 이 드라마를 계기로 생애 처음으로 슈트를 마련했다고.
유재명은 "슈트가 잘 어울린다고 해주시더라. 그런 글을 많이 봤다.(웃음) 팬 분들도 평소에 예쁜 옷을 많이 입으면 좋겠다고 하시는데, 내가 봤을 땐 나한테 편한 옷이 제일 예쁜 것 같다. '비밀의 숲' 찍을 때 맞춤 정장을 제작해서, 의상팀과 얘기해 사비로 구입했다. 그 전까지는 양복이 단 한 벌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불편한 옷을 못 입는다. 예전에 연극할 때 무대를 청소하고 조명을 달아야 하니까 편안한 운동복만 입고 20년을 살았다. 그래서 양복도 없었다. 하지만 나한테 조금 불편해도 적응하고 감수하는 게 배우의 방법론이라면, 이제는 그런 옷을 입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지금 나의 화두이기도 하다"고 얘기했다.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열일'하고 있는 유재명은 곧 아빠가 된다.
유재명과 아내는 오랜 기간 알고 지냈으며, 과거 유재명이 연극 무대에서 연출을 할 때, 지금의 아내가 조연출을 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이후 두 사람은 12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연인으로 발전해 사랑을 키워나갔다. 지난해 10월 21일, 두 사람은 서울 모처 웨딩홀에서 비공개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가 됐다. '허니문 베이비'인 유재명과 아내는 오는 8월 부모가 될 예정이다.
아빠가 되는 소감을 묻자 유재명은 "이상한 일의 연속"이라며 부끄러워했다. 그는 '비스트' 촬영 중 아내의 임신 소식을 접했다. 스케줄이 바빠서 아쉽게 아내와 태교 여행을 가지 못했다고. 그는 "아내의 임신 소식이 알려지고, 축하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또, "행복하다. 부끄러워서 말을 잘 못하겠는데, 떨리고 감사하다. 해보니까 결혼도 쉬운 일이 아니더라. 다들 어쩜 그렇게 잘 사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일상에 취미가 하나도 없다는 유재명은 "주변에서 작품을 너무 많이 한다고 이미지가 소비될까 봐 걱정하는 분도 있더라. 그런데 할 만하니까 하고 있다.(웃음) 연기 외에는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여행도 안 다니고, 동네 산택하는 게 전부다. '비스트' 개봉 후에는 이번 여름에 유아인 씨와 영화 '소리도 없이'를 촬영한다. 좋은 작품이 될 것 같다"고 덧붙여 차기작도 궁금케 했다.
한편, '비스트'는 오는 2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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