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 중인 배우 정우성이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담은 에세이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을 출간했다. 6월 20일은 유엔이 난민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지정한 ‘세계 난민의 날’인데 이날에 맞춰 오늘(20일) 발행했다.
정우성은 세계 난민의 날인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A홀에서 ‘난민, 새로운 이웃의 출현’이라는 제목으로 간담회를 열고 난민에 관한 자신의 소회를 전했다.
이날 간담회는 정우성이 로힝야 난민들과 재회한 모습이 담긴 영상을 짤막하게 보여주며 시작했다. 지난 2014년 5월 유엔난민기구 명예사절이 된 그는 난민과 관련해 특별한 관계가 있던 것은 아니지만,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의 제안을 받고 곧바로 수락했다고 한다. 다른 이를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 5년째인 현재까지 활발히 활동 중이다.
정우성은 “2014년에 제가 네팔을 방문했을 때 지구상에서 가장 불쌍한 난민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난민들과의 만남을 통해)그때 왜 그런 얘기를 했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미얀마에 긴 시간 살면서 자신의 나라로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어떻게, 어디서, 누구와 찾아야 할지 질문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지금 많은 난민이 발생하는 나라는 제국주의를 거치고 있다. 우리도 국민들의 힘으로 (6.25 전쟁, 제국주의 등을)이겨냈기 때문에 길잡이가 될 수 있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난민 문제는 세계의 고민거리다. 1943년 유엔구제부흥사업국(UNRRA), 1947년 국제난민기구(IRO)에 이어 1950년부터 유엔난민기구(UNHCR)가 활동 중이지만 급증하는 난민 처리에 역부족이다. 현재 세계 난민은 약 7080만 명. 시리아, 예멘, 남수단, 미얀마의 내전과 위기가 이어지면서 수는 늘고 있다. 한국에도 2만 명이 넘는 신청자가 난민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에 정우성은 “대부분 인도적인 체류를 하고 있지만 임시적이다. 1년, 최소 3개월에 한 번 재허가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취업에 대한 문제도 있다”며 “(일부 사람들이 우리가 낸) 세금으로 그들의 기초 생활을 지원한다고 오해하시는데 그렇지 않다. 그들이 자력으로 생활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체류 허가를 받았지만 생활은 넉넉지 않다”고 했다.
오늘은 세계 난민의 날이다. 유엔이 난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2000년 유엔총회 특별결의안을 통해 정한 날이다. 한국은 1993년 아시아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난민법을 제정했다. 우리도 일제 식민통치나 전쟁 등으로 수많은 사람이 난민이 된 과거가 있다. 그러나 지금 한국에서 외국인이 난민으로 인정받기란 별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난민 인정률(3.9%)은 세계 평균(30%)의 1/10 수준이다.
그러면서 “난민에 대한 자극적인 뉴스와 정보로 인해 이해가 없는 입장이다. 시간이 지나 가짜 뉴스가 사라지고 사람들 스스로 그들(난민)에 대해 이해하려는 입장이 생긴 거 같다. 극단적으로 안 좋은 얘기를 하시기도 했지만 점차 사라지는 거 같다”고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난민 후원 1위’라고 한다. 전체가 아닌 개인 단위로는 1위다. 그런 걸 보면 우리 국민들이 분명 따뜻하고 높은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에는 틀림이 없다”고 밝혔다.
정우성은 2016년 3월 레바논에서 내전으로 조국을 떠난 시리아 난민을 만났고 2017년 6월엔 이라크에서 이라크 국내 실향민과 시리아 난민을 만났다. 2017년 12월엔 방글라데시에서 로힝야 난민을, 2018년 11월에는 지부티와 말레이시아에서 예멘 난민 등을 만났다. 지난달에는 2년 전 방문했던 방글라데시를 다시 찾아 그때의 로힝야 난민들과 재회하기도 했다.
정우성은 난민 수용에 대해 지속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던 바.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했던 것은 아니다. 몰이해를 경계하고 여러 가지 의견을 수용하자는 입장이다.
이날 정우성은 ‘난민 옹호 발언을 할 때마다 악플이 달렸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배우로서 그런 반응이 무섭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무섭진 않았지만 놀랐다. 나에게 이런 목소리가 왜 전달되는지 알기 위해 댓글을 차분히 봤다”며 “그 중에 마음을 완전히 닫고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있었고 순수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했다. 제가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좀 더 성숙한 담론으로 이끌 수 있을 거 같았다”라는 가치관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악플은)저보다 제 주변분들이 우려하고 더 걱정했다. 그렇지만 저는 제가 (직접)느끼고 보고 알고 있는 난민에 대해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담은 에세이집을 발간한 이유다.
정우성은 난민을 만날수록 이들이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내전이나 폭압 등 특수한 상황이 벌어지기 전까지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난민에 대해 극단적인 우려는 할 수 있지만, 난민 전체가 범죄 집단이라는 식으로 도식화 해선 안 된다. 저 역시 두려운 면도 있지만 규정하면 절대 안 된다고 본다. 그들도 희망을 품고 '고국으로 돌아가야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국내에 허가를 받은 난민들이)지금까지 어떤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있다. 제주도에선 버스에 떨어진 지갑을 고스란히 찾아준 경우도 있었다. 자신들이 문제를 저지르면 악영향을 끼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조심하며 살고 있다.”
지난해 12월 제주 예멘 난민신청자 중 2명이 처음으로 난민 인정을 받았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예멘 난민 신청자 가운데 심사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던 85명을 심사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정우성은 “제가 책을 낸 건 난민에 반대하는 분들에게 이해를 강요하는 게 아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난 뒤 제 활동에 대해 모으면, 의미 있는 활동이 되리라 생각했었다. 난민 이슈와 맞물려 좋은 타이밍이 될 거 같다"며 “사실 저는 찬성이든 반대든 어느 쪽도 좋다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고 본다. 이해의 간극을 좁히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watc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