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관명기자] 4년차 밴드 피에타(Pieta)가 지난달 정규 1집 ‘밀항’을 냈다. 4년차 밴드 피에타(Pieta)가 지난달 정규 1집 ‘밀항’을 냈다. 이 앨범을 두고 팬들은 “한승찬의 기타는 여전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방인’과 ‘데미안’에서는 작렬하는 기타 사운드에 “이 곡 뭐지?” 싶다. 그러고 보면 피에타 멤버들의 내공은 4년차 수준이 아니다. 한승찬을 비롯해 윤석민(보컬), 최정민(베이스), 김남훈(드럼) 모두 홍대신에서 10년을 버텼다. 피에타를 만났다.
= 반갑다. 피에타 중심으로 각자 소개를 해달라.
(한승찬) “2013년에 밴드(쏜애플)를 하다가 학업문제로 그만뒀다. 학교(추계예술대)를 다시 다니다가 2015년 3월에 대학교 동기인 (윤)석민하테 전화를 했다. 석민이는 결은 같지만 다른 노선이라 생각했는데 같이 맞춰보니 의외로 비슷한 방향이었다.”
(윤석민) “저도 밴드(라벨)를 개인사정으로 그만두고 홍대 인근에서 활동하다가 (한)승찬한테 연락을 받게 됐다. 베이스는 제가 (최)정민을 추천했다. 같은 공연 라인업에 있었는데, 베이시스트 정민이 무대에 올라가는 그 장면만으로도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승찬이 소개한 드러머 (김)남훈은 제 고등학교(아현산업정보) 동창이기도 했다.”
(최정민) “2010년에 페인터스 활동을 하다가 취향 차이로 그만뒀다. 그리고 라벨에서 같이 하자고 연락이 왔는데 며칠 후 팀이 해체됐다. 그리고는 석민이 ‘밴드를 새로 하니 합류해달라’고 하더라. 그게 피에타였다.”
(김남훈) “2009년에 하던 밴드 레망이 해체된 후 군대에 갔다 오면서 한동안 밴드 생황을 못했다. 좋은 사람들이랑 하고 싶다는 생각에 피에타에 합류하기까지 오래 걸렸던 것 같다.”
= 한승찬 윤석민 최정민, 이렇게 3명이 모였을 때 이미 피에타라는 이름을 지은 것인가.
(윤석민) “아니다. 2015년 8월에 남훈이 합류하면서 피에타로 확정했다.”
= 왜 팀명을 피에타로 정했나.
(윤석민) “피에타는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이지만, 그냥 어감이 좋았다. (2012년에 개봉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와는 상관이 없다(웃음).”
= 팀 결성 후 8개월만에 데뷔 EP가 나왔다.
#. 피에타는 2016년 3월22일에 데뷔 EP ‘Save Me’(Gravity, Fire, Surrender, Save Me, Angle), 2016년 8월29일에 싱글 ‘The Blind’, 2017년 2월28일에 EP ‘Island’(B_Side, Island, Dreamer, River, Flu), 그리고 올해 5월17일에 정규 1집 ‘밀항’(Off, 표류, Fiction, 이방인, 난파선, Drive, Sunset, 데미안, Equal, Home)을 발매했다. 1집 타이틀곡은 ‘표류’다.
(윤석민) “첫 EP는 대중성에 대한 고려 없이 저희가 하고 싶은 음악을 담았다. 지금과는 결이 많이 다르다. 지금 생각하면 피에타의 본격 항해를 위한 연습이었던 것 같다.”
= 정규 1집 타이틀이 ‘밀항’이다.
(윤석민) “이전 앨범이 ‘아일랜드’였다. 나의 도피처는 섬이지만, 그와 동시에 그 섬에서도 벗어나고픈 마음이 있다. 사람 마음은 이중적인 것이니까. 그래서 ‘밀항’으로 지었다. 10곡이 모두 가사적으로 연결되고, 복선과 인용이 서로 깔려 있는 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풀렝스로 들어주시면 좋겠다.”
= 개인적으로는 ‘이방인’과 ‘데미안’이 처음부터 꽂혔다. 멤버들은 각각 어떤 곡이 마음에 드나. 이번 인터뷰에서 함께 들어볼 만한 곡을 하나씩 추천해달라.(이에 대해 최정민은 ‘오프’, 김남훈은 ‘표류’, 한승찬은 ‘선셋’, 윤석민은 ‘데미안’을 꼽았다). 아니다. 그러지 말고 10곡을 몽땅 다 들어보자. 각 곡에 대한 코멘터리를 부탁한다. 우선 ‘오프’.
(윤석민) “노래를 들으면서 하는 인터뷰는 처음 해본다(웃음). 화자는 항상 좌절로 시작한다. 그래서 이 곡 ‘오프’가 앨범 첫 곡으로 적합했다. 불이 꺼진 것이니까. 기타의 경우 승찬이 앰비언스, 제가 아르페지오를 맡았다. 메인 리드기타는 승찬이다.”
(한승찬) “이번 앨범의 기타라인을 작업하면서 최대한 튀지 않으려고 했다. 곡에 어울리는 연주를 하려고 노력했다. 이전 앨범에서는 내가 나서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나를 버리니 좋은 음악이 나왔다.”
= 2번 트랙 ‘표류’가 타이틀곡이다.
(김남훈) “보통 가사를 나중에 작업한다. 그런데 이 곡은 제가 연주를 하면서 느꼈던 감정이 나중에 나온 가사와 정확히 일치했다. 개인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곡이라고 본다.”
(최정민) “이번 앨범은 가사들이 이전 EP들보다 더 도드라졌으면 싶었다. 연주는 채우기는 쉽지만 버리는 것은 어렵다. 노랫말과 하나 되는 연주, 저한테는 이게 핵심이었다. 이런 곡들이 이어져 10개 트랙이 하나의 스토리를 이루는 것이다. ‘표류’는 타이틀곡에 어울릴 만한 곡이었다.”
(윤석민) “이 곡은 음보다는 여백이 중요했다. 제가 가사를 쓰는데, 남들이 가사를 어렵게 생각할지 쉽게 생각할지 감을 못 잡곤 한다. 이 점이 제가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 ‘픽션’은 어떤 곡인가.
(윤석민) “지금 펼쳐지는 모든 것들이 소설 같았으면 좋겠다는 내용이다.”
(한승찬) “기타가 나서지 않고 보컬을 받쳐주는, 전체 공간감을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최정민) “리듬 파트는 말 그대로 리듬에만 주안점을 뒀다. 이 곡에서는 특히 우주적 느낌을 주려 했다.”
= ‘이방인’에서는 한승찬의 기타가 빛난다. 처음 들었을 때부터 귀에 착착 감겼다.
(한승찬) “집에서 녹음한 기타 소스를 썼다. 녹음실에서는 감정이 안나왔다. 라디오헤드의 조니 그린우드도 자기 기타가 잘 나온 곡을 좋아한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는데, 저 역시 이 곡을 좋아한다.”
(윤석민) “카뮈의 ‘이방인’을 보면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선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사운드적으로는 베이스와 드럼이 곡에 필요한 무드를 잘 만들어줬다.”
(최정민) “각자 플레이어로서 욕심이 있겠지만 이번 앨범은 곡의 무대를 많이 생각했다. 단순한 음을 연주해도 꽉 찬 느낌을 주고 싶었다.”
= ‘난파선’, 스토리상 이번 앨범의 하이라이트 같다.
(윤석민) “사람은 최악의 순간이 오면 오히려 초연해진다. 그래서 이 곡은 다이내믹은 표현 안하고 최대한 미니멀하게 감으로써 그 초연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사운드적으로는 로우파이를 지향했다.”
(한승찬) “앨범 중에서 이 곡을 가장 먼저 녹음했다. 앨범의 중심이 되는 사운드를 잡으려고 했다.”
= 앞의 곡들과는 결이 많이 다르다.
(윤석민) “맞다. 로우파이 감성 때문이다. 악기 넣고 이런 것보다는 사운드의 질감을 표현하는데 집중했다. 이에 비해 다음곡 ‘다이브’는 ‘이방인’과 같은 결로 ‘데미안’과 연결된다.”
= ‘선셋’은 한승찬의 추천곡이다.
(한승찬) “노을, 해질녘은 좋으면서도 힘들어지는 뷰(view)다. 편안하면서도 울적해진다. 이러한 오묘한 느낌이 싫다. 연주하면서도 알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 이 곡은 2년 전부터 라이브 때 연주했다.”
(윤석민) “승찬의 감정에 공감한다. 피에타 이미지랑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곡이다. ‘다이브’도 그렇지만, ‘내일 세상이 멸망한다면?’ 이런 기분으로 곡을 쓰는 경우가 많다.”
= ‘데미안’은 윤석민이 추천했다.
(윤석민) “곡 초반에 여러 변주를 줬다. 이런 리듬 세션을 쓰는 경우가 없었다.”
(한승찬) “이 곡 솔로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윤석민) “이 곡 솔로가 승찬의 베스트인 것 같다.”
(한승찬) “이에 비해 다음곡 ‘이퀄’은 앰비언스 위주로 했다.”
= 마지막은 ‘홈’이 장식한다.
(윤석민) “결국 섬으로 다시 돌아왔다. 추운 겨울, 집에 와서 따뜻한 물에 손을 담그면 왠지 외롭다는 느낌이 든다. 그 장면을 떠올리며 썼다.”
= 6월15일 플랫폼창동61에서 공연을 한다.(인터뷰는 공연 전에 이뤄졌다)
(한승찬) “트랙리스트는 예전 공연보다 줄었지만 긴 시간이 능사는 아니더라. 관객에게 만족을 드리는 게 중요하다.”
= 왜 홍대쪽이 아니라 창동에서 하게 됐나.
(윤석민) “예전에 밴드 이상의 날개가 주관한 기획공연에 초청돼 플랫폼창동61에 간 적이 있다. 조명도 좋고 음향도 좋았다. 단공 위치를 찾으면서 이미 그곳 창동에서 하려고 했다.”
(한승찬) “공연장 예약 후 그곳에서 협력뮤지션을 구하길래 신청을 했는데 감사하게도 협력뮤지션으로 당첨됐다. 덕분에 뮤료대관이 됐다(웃음).”
= 피에타는 앞으로 어떻게 활동할 것인가.
(윤석민) “정규앨범을 준비하면서 미뤄뒀던 게 너무 많다. 무엇보다 공연이 너무 하고 싶다. 곧 홍대 라이브클럽데이(6월28일)에도 참여할 것이다. 큰 공연도 좋지만 관객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데는 소규모 공연이 더 좋다. 곡 작업도 계속할 것이다.”
= 10곡을 뮤지션과 함께 들었더니 배가 부를 정도다. 다음 2집 때 또 인터뷰하면 좋겠다.
(피에타) “좋다. 수고하셨다.”/ kimkw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