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우완 홍건희(27)가 인생투를 했다.
홍건희는 2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선두 SK 와이번스와의 시즌 9차전에 선발등판해 16타자 연속 퍼펙트 쇼를 펼치는 등 7이닝 3피안타 7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5-2로 앞선 8회초 구원투수 전상현이 동점을 내주는 바람에 2승에 실패했다.
1회말 노수광, 한동민, 최정을 모두 외야 뜬공을 잡고 기분좋게 출발했다. 2회는 박정권 헛스윙 삼진을 포함해 삼자범퇴로 막았고 3회는 두 개의 삼진을 곁들여 역시 세 타자를 무안타로 제압했다. 9타자를 상대로 34개의 볼을 던지며 무결점의 멋진 투구였다.
4회도 기세를 이어갔다. 노수광 1루 땅볼, 한동민 2루 땅볼에 이어 최정은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5회는 정의윤과 박정권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고 김강민은 3루 땅볼로 유도했다. 힘찬 퍼펙트 행진은 6회 1사후 나주환에게 3유간을 빠지는 안타를 내주고 깨졌다.
홍건희는 7회도 마운드에 올라 한동민에게 우전안타를 맞았다. 그러나 1사후 정의윤에게 좌월 투런홈런을 맞고 실점했다. 몸쪽 낮은 공을 정의윤이 제대로 공략한 것이었다. 홍건희는 그래도 냉정을 되찾고 이후 두 타자를 막아내고 생애 최다 이닝을 완성했다.
타선도 5회까지 5점을 지원해 힘을 불어넣었다. 투구수는 96개. 직구 최고 구속은 148km를 찍었다. 볼의 회전력이 돋보이는 직구를 위주로 구사했다.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와 커브의 각이 예리했다. 간간히 체인지업을 던져 타이밍을 뺏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웃지 못했다. 8회초 5-2에서 등판한 전상현이 2사 만루 위기를 내주더니 정의윤에게 주자일소 우중간 2루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중견수 이창진이 판단 실수로 타구를 재빨리 처리하지 못한 것도 뼈아팠다. KIA는 8회말 3점을 얻어 8-5로 승리했다. 홍건희는 달콤한 과실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인생투는 오롯히 빛났다.
홍건희는 경기후 "작년까지 고정 선발 경험이 많지 않았다. 올해 선발로 나가며 경기를 풀어나가는 요령이 생겼다. 슬라이더 구속에 욕심 많았는데 올해 캠프에서 서재응 코치와 상의해 속도보다는 각도를 크게 만드는게 주력했는데 효과를 봤다. 퍼펙트 투구를 했지만 의식은 하지 않았다. 안타 이후 실점만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