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페이도 이런 열정 페이가 없습니다". '으라차차 만수로'의 보드진이 구단주 김수로를 향해 성토 대회를 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향한 찬사는 잊지 않았다.
21일 오후 서울시 구로구 신도림동 라마다호텔에서 KBS 2TV 새 예능 프로그램 '으라차차 만수로'(이하 '만수로')의 제작발표회가 치러졌다. 이 자리에는 프로그램을 연출한 양혁 PD와 배우 김수로, 이시영, 스포츠해설가 박문성, 보이그룹 뉴이스트 백호가 참석했다.
'만수로'는 직업은 배우, 꿈은 구단주인 김수로가 영국 축구 13부 리그 '첼시 로버스'를 인수하고 실제 구단주가 되며 발생하는 이야기를 그린 예능이다. 김수로는 지난해 10월 사비를 들여 '첼시 로버스'를 인수했다. '만수로'를 위해서가 아니라 실제 본인의 꿈을 위해서였다.
이에 김수로는 보드진 역시 직접 섭외했다. 그를 필두로 박문성이 전략이사, 보이그룹 엑소(EXO) 멤버 카이와 뉴이스트 멤버 백호가 글로벌이사, 인도 출신의 방송인 럭키가 통역 이사, 이시영이 총괄이사로 뭉쳤다.
그는 보드진 구성 및 섭외 과정에 대해 "모두 제 마음속의 1순위였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먼저 그는 이시영에 대해 "제 연락처에 여배우들이 별로 없다. 제가 여배우에게 인기가 없는 것도 그렇지만 제가 여배우 분들과 사석에서 만나는 것들을 잘 못한다. 그런데 이시영 씨는 저와 같은 체육관 출신이다. 장혁, 이시영, 김수로 이렇게 세 사람이 권투를 같이 하면서 정말 많이 통했다. 그리고 같은 재활 병원 출신이다. 정말 이렇게 맞기가 힘든데, 체육관은 맞을 수 있지만 병원까지 맞기는 힘든데 치료받는 곳까지 같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너무 예쁜데 남자다운 성격을 선호하다 보니 (이시영이) 너무나 좋아하는 배우라 섭외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박문성에 대해 "박문성 해설위원은 제가 너무 좋아하는 해설이었다. 너무 좋아하다 보니 제가 처음에 SNS로 메시지를 보내서 인사한 사이다. '저랑 알고 지내자’고 했다. 그로부터 몇 년 뒤에 이렇게 만나게 될 줄 몰랐다"고 밝혔다. 이어 "엑소 카이는 전부터 같은 '첼시' 팬이라 무한 사랑이 가능했다. '나의 팀을 좋아하는 같은 팬'이라고 생각해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에서 워크숍을 갈 때마다 '넌 나의 사랑’이라는 따뜻한 눈으로 봤다"고 말했다.
김수로는 "'아이돌 육상 체육대회’에서 운동을 잘하는 친구들을 좋아하는데 백호라면 아침에 같이 운동할 수 있겠더라. 사적으로도 친해지려고 새벽 1시에도 통화한다. 며칠 전에는 백호 프로그램을 정주행했다. 그렇게 방송 때문에, 뭐 때문이 아니라 이사님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럭키는 사석에서 만났는데 '이렇게 한국적 유머가 잘 맞는 친구가 있을까?' 싶었다. 샘 오취리와 많은 고민 끝에 럭키로 선택했다. 통역을 잘 하려면 말도 잘해야 한다고 봤다"며 "또 럭키가 하는 식당이 정말 맛있는데 장사가 잘 안 되고 있다. 럭키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통역을 열심히 하면 식당도 잘 될 거라고 선택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수로는 "보드진 모두 다 그 전에 만난 인연이고 착한 사람들이라 선택했다"고 한번 더 강조했다.
이처럼 공들여 섭외한 보드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에게 풍족한 환경을 제공할 순 없었다. 이에 이날 '만수로' 제작발표회에서는 '13부 리그'의 현실과 열악한 환경에 대한 성토 대회가 벌어졌다.
무엇보다 박문성은 "처음에 구단주 얘기를 들었을 땐 진짜 뭔가 싶었다. 제가 중계를 14년 정도 했는데 저도 13부 리그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는 봤지만 김수로 씨가 13부 이야기를 할 때는 '이 형 왜 그러지?' 싶었다. 차라리 방송 때문이라고 했으면 이해할 텐데, 그냥 인수했다고 해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확인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막상 갔더니 더 열악하고 처참할 정도로 열악했다. 이 형(김수로) 정말 큰일 날 거라 생각했다. 정말 많이 힘들었다"며 "열정 페이도 이런 열정 페이가 없었다. 저희를 어딘가에 가둬놨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백호는 출연 계기에 대해 "수로 형이 직접 저희 회사로 오셨고, 정말 말씀을 너무 잘하시더라. 약간 속아 넘어간 것도 있고, 너무 막연하게 '영국’이라고 하니까 있어 보이고 좋았다. 축구는 제가 아는 종목이고, 영국에서 축구가 정말 유명하다는 걸 들어서 알고 있고, 막연하게 가벼운 마음으로 따라갔다"고 말해 주위를 폭소했다.
그는 "갔는데, 처음에는 한 이틀 정도는 '이게 뭔가?' 싶었다. 나중에 형들한테 카메라 꺼지고 '이게 진짜인 거죠?'라고 여쭤봤다. 갔는데 대본도 하나도 없고, 저를 회사까지 와서 섭외를 해서 갔는데 딱히 제가 해야 할 역할도 보이는 것 같지도 않았다. 구단을 인수한 것도 방송을 시작하면서 인수한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처음에 2~3일은 저도 왔다 갔다 했다. 그런데 진짜였다. 생각보다 많이 열악했다. 그런 모습들이 좋았다. 형, 누나들이 다 너무 진중하게 임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촬영하면서 점차 진지해지고, 이 팀을 위해서 나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시영 역시 "짧게 얘기하자면 '방송을 끼고 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프로그램마저 없었으면 수로 오빠는 정말 힘들게 구단을 운영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현실적인 생각이 들었다"고 거들었다. 다만 그는 "할수록 진지해졌던 건 거기 선수들은 직업이 있는 상황에서 축구가 꿈이라 운동을 하고 있는 거였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직업이 있는 거다. 제가 28살에 데뷔를 늦게 했는데 제가 하는 직업이 있고 연기자의 꿈을 꾸고 있었는데 그런 모습이 떠오르면서 감정 이입이 많이 됐다"고 덧붙였다.
김수로는 이 같은 보드진의 성토에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해명보다도 "보드진 정말 잘 뽑은 것 같다. 이 분들과 함께 꿈꾸는 젊은 친구들을 응원한다는 게 '사실은 돈이 많이 있어도 돈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걸 많이 알려줘서 좋다"며 웃었다.
단, '13부 리그'의 열악한 환경이 필연적인 것이었다. 김수로는 "보드진이 열악한 부분을 편하게 가고 싶어 했지만 그 리그에는 그 리그에 맞는 정책이 있다. 예를 들어 13부 리그에 전용구장이 있다면 그건 공평하지 않다. 세미 프로리그까지는 가야 가능한 부분이다. 저희는 월세를 내고 구장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대신 김수로는 발전적인 부분을 강조했다. 그는 "처음엔 월세 구장도 3명 앉을 수 있는 벤치 하나가 있는 곳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보러 올 수도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도 들었다. 한국에서 뭔가 그런 힘을 받고 싶다거나 도전을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서 월세를 올려서라도 가족 분들이라도 앉을 수 있는 스탠드가 있는 구장으로 옮겼다. 거기도 굉장히 열악했지만 그런 부분들도 도네이션으로 시간을 내서 보수하면서 조금씩 꾸려간다는 게 기뻤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그는 "제20대 배우의 열정을 다시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너무 좋은 일인 것 같다. 그들(선수들)도 좋고 저희는 그들을 응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좋다. 다소 열악했지만 너무나 열심히 해준 보드진께 칭찬으로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과연 출연진이 입을 모아 이야기한 열악함은 어느 정도일까. 더욱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꿈과 희망을 느낀 부분은 무엇일까. '만수로'가 호기심과 기대감을 동시에 자극하고 있다. 오늘(21일) 밤 9시 50분 첫 방송. / monami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