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과 마술이 공존하던 고대 영국이 뮤지컬로 다시 태어났다. EMK 오리지널 뮤지컬의 세 번째 작품 ‘엑스칼리버’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놀라운 무대로 뮤지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모든 이야기에 ‘기승전결’이 있듯이 ‘엑스칼리버’ 역시 기승전결이 뚜렷하다. 아더가 출생의 비밀과 자신의 운명을 들으며 혼란스러워하는 모습부터 전설의 검 ‘엑스칼리버’를 뽑아들고 색슨족과 맞서고자 결심하는 과정, 그 속에서 겪는 좌절과 성장, 외세의 침입을 막아내고 진정한 왕으로 거듭나는 모습들이 155분에 담겼다.
대본을 맡은 아이반 멘첼은 한국 초연에서 더욱 장대하고 강력한 서사를 위해 색슨족이라는 실재의 적을 만들어냈고, 캐릭터 간의 성격과 관계를 더욱 명확히 구축해 보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개될 수 있도록 대폭 수정했다.
하지만 이질감은 없다. 오히려 몰입감이 더 높아졌다. 특히 극의 클라이막스에서는 인물들 간의 비극적인 모습이 더 보여지면서 또 다른 울림을 안긴다. ‘왕이 되어야 하는 운명’이 운명으로 받아들여야하는지, 저주로 받아들여야하는지는 ‘엑스칼리버’를 본 관객들이 생각해야 할 지점이다.
그 안에서 보여지는 효과는 감히 뮤지컬 역사에 획을 그었다고 표현할 수 있다. 근대 과학이 싹트기 전, 고대 영국의 모습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마법과 마술, 그 중에서도 ‘흑마법’이 등장하면서 판타지를 자극한다.
이런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영상과 각종 특수효과가 ‘엑스칼리버’를 가득 채운다. 아더가 이끄는 기사들과 색슨족의 결투 장면에는 실제로 무대 위에서 비가 내리는, 흔히 볼 수 없는 효과가 등장한다. 대규모 빗속 전투 장면은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그려지면서 극적인 감동과 울림을 준다.
각종 영상도 몰입감을 높인다. 아더가 자신의 몸 내부에 존재하는 용을 다룰 수 있게 되는 모습을 실제 불과 연기, 영상을 통해 무대 예술로 시각화했다. 특히 아더가 엑스칼리버를 뽑아내는 순간에는 마치 신을 실제로 보는 듯한 효과가 더해져 감동을 준다.
여기에 안무가 제이미 맥다니엘과 무술 감독을 맡은 마르첼로 마라스칼치가 현대적으로 스타일링 된 안무를 입히면서 ‘엑스칼리버’ 무대는 조금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음악도 ‘엑스칼리버’를 가득 채운다.
아더 역을 연기하는 세븐틴 도겸의 활약도 놀랍다. ‘엑스칼리버’를 통해 처음으로 뮤지컬에 도전하는 도겸은 몰입도를 높이는 연기와 목소리로 새로운 뮤지컬 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도겸의 활약이 돋보이는 이유 중 첫 뮤지컬임에도 하나는 극의 중심을 잡고, 극을 이끄는 아더라는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겸은 완벽한 무대를 위해 보컬, 연기, 액션 연습에 몰입했다. 뮤지컬 첫 도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운 무대를 선보였고, 제왕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드라마틱한 과정을 겪는 아더의 이야기를 빈틈으로 채웠다. 탁월한 가창력으로 넘버를 소화한 건 당연하다.
도겸이 연기하는 ‘아더’는 감정 변화가 가장 심한 인물이다. 출생의 비밀과 운명을 받아들이는 과정부터 가장 행복한 날 비극적인 일을 겪고, 사랑하는 사람과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 당하고, 나라를 이끌어야 하는 외로운 왕의 모습을 연기로 보여준다. 과하지 않은 표정과 절도 있는 동작, 배우들과 호흡 역시 나무랄 데 없다.
무엇보다 도겸의 연기 중 노래가 인상적이다. 목소리를 사용할 줄 안다.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단호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달콤하게 노래하며 아더의 감정 변화과 상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그룹 세븐틴 내에서도 보컬 유닛에 속한 도겸인 만큼 노래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안다.
뮤지컬 ‘엑스칼리버’는 오는 8월4일까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