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설에 휩싸였던 배우 고원희가 “사실은 사실”이라면서 자신이 성형수술을 했다고 인정했다. 여타 연예인들이 ‘시간이 없어서 그런 것 안 한다’ ‘다이어트를 한 것이다’ ‘메이크업 스타일이 바뀐 것’이라고 해명하는 것과 완전히 다른 입장이다. 그만큼 대중이 스타의 거짓말이나 숨기는 모습보다 솔직한 면모를 보고 싶어한다는 의미다. 네티즌과 팬들은 고원희의 솔직한 행보에 박수를 보내며 심지어 지지 성명문까지 발표했다.
KBS2 월화드라마 ‘퍼퓸’(극본 최현옥, 연출 김상휘)의 팬들은 지난 24일 공식 성명문을 내고 “드라마 ‘퍼퓸’의 팬들이 모여 있는 퍼퓸 갤러리는 드라마 ‘퍼퓸’에 대해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대표적인 커뮤니티 공간”이라며 “배우 고원희에 대해 지지 입장을 피력하고자 공식 성명문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퍼퓸’은 인생을 통째로 바쳐 가족을 위해 헌신했지만 한 가정을 파괴하고 절망에 빠진 중년 여자와 사랑에 도전해볼 용기가 없어서 우물쭈물하다가 스텝이 꼬여버린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고원희는 극중 40대 주부에서 향수를 뿌린 뒤 인기 패션모델이 된 민예린 역을 맡았다.
이어 ‘퍼퓸’ 갤러리 측은 “ 고원희는 주인공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는 드라마 내의 중추 역할을 맡은 만큼 책임감도 남다르고 누구보다 성실한 배우”라며 “극이 진행될수록 배우 고원희가 아닌 패션모델 민예린이라는 캐릭터가 대중의 가슴속에 고스란히 여운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퍼퓸’ 갤러리 일동은 이번 고원희의 역할은 분명 훗날 회자될 만한 인생 캐릭터라 될 것이라 생각하기에, 시청자들도 끝까지 관심을 가져 주시길 간곡히 청하는 바”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공동 성명서가 나오게 된 배경에는 고원희의 성형수술 고백이 있었다. 그는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누리동 쿠킹스튜디오에서 열린 ‘퍼퓸’ 기자간담회에서 ‘성형수술을 받았느냐’는 말에 “그렇게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사실은 사실이기 때문이다”고 답했다.
이어 고원희는 “오히려 드라마에 누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다. 그런 설이 나오지 않도록 연기로 보답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보였다. 이 자리에서 아무도 이 같은 답변이 나오리라고 예상치 못했던 바.
팬들의 지지 성명문 내용 대로 고원희는 연기파 배우 하재숙과 2인 1역이기 때문에 부담이 컸을 터. 더욱이 주부, 엄마를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두 배우가 한 인물을 연기하는 데 이질감이 들지 않을까 하는 일각의 우려도 있었지만 자신만의 연기적 경험을 살려 노력하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고원희는 “내가 연기하는 민재희, 하재숙이 연기하는 민재희가 잘 붙을까 하는 고민이 많았다. 초반엔 편집실에 가서 하재숙이 연기하는 걸 보며 어떻게 톤을 잡아야하는지 생각했다”며 “이질감이 들지 않을까 하는 부분에서 걱정이 컸다. 다행히도 선배님과 내 목소리 톤이 중저음이어서 조금 겹쳐보이는 것 같다. 같은 가발과 옷을 입어서 그런지 변한 모습이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고 밝혔다.
엄마를 연기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결혼과 출산 경험이 없어서 내 안에서 그 감정을 이끌어내려고 했는데 어릴 때 맞벌이 부모님 대신 두 동생을 돌봤던 기억을 떠올리고 꺼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캐릭터, 연기라고 생각한다. 망가지는 캐릭터를 했을 때 감독님께서 ‘네 강점은 얼굴을 잘 쓰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몸을 사리지 않고 표현하려고 한다. 다른 캐릭터를 만나면 그 캐릭터에 몰입해 다른 인물로 보여질 거라 믿는다. 지금은 지금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고 덧붙였다.
한 배우가 성형수술을 인정한 일에 공식 성명문까지 나올 ‘사건’은 아니지만 이런 게 나왔다는 것을 거꾸로 생각해보면 스타들이 그간 크고 작은 일에서 솔직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 팬들이 적잖이 실망했다는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성형 여부를 떠나 연기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생긴 고원희의 연기 인생사가 한층 더 뚜렷해지길 바라본다./ watc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