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준, 안성기, 우도환이 뭉친 한국형 엑소시즘 영화 '사자'가 여름 개봉을 앞두고 있다.
26일 오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는 영화 '사자' 풋티지 상영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주연 배우 박서준, 안성기, 우도환을 비롯해 연출을 맡은 김주환 감독이 참석했다.
'사자'는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 분)가 구마 사제 안신부(안성기 분)를 만나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강력한 악(惡)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2017년 여름 극장가를 장악했던 영화 '청년경찰'(565만 명)의 김주환 감독과 박서준이 재회한 작품으로, 전혀 다른 장르를 선보인다.
작품 구상 계기에 대해 김주환 감독은 "예전에 프랑스에 한 번 간 적이 있는데, 어떤 대천사가 악마를 누르고 있는 조각상을 본 적이 있다. 거기에는 어마어마한 갈등이 있다. 해외에는 컨저링, 마블 등 유니버스가 있는데, 한국에서도 그런 세계관이 있으면서 많은 인물들이 싸울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했다. 그런 와중에 '사자'가 시작된 것 같다. 조각상을 보고 '사자'를 결심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우리 영화는 선과 악의 싸움이 있는 영화다. 선을 위해 싸우는 사람과 악을 통해서 자신의 이득을 취하고, 싸우는 사람들의 갈등이 있는 영화"라고 짧게 소개했다.
박서준은 극 중 악과 마주한 격투기 챔피언 용후를 연기했다. 사신이라 불리는 격투기 챔피언으로, 어릴 적 아버지를 잃은 뒤 세상에 대한 불신으로 마음을 닫은 지 오래다. 악몽을 꾼 이후 갑자기 생긴 원인불명 손의 상처를 계기로 안신부와 만나게 되고, 상처 난 손에 깃든 특별한 힘과 세상 곳곳에 숨은 악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는 캐릭터다. '청년경찰' 이후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
그는 "긴장되고 떨린다. 그동안 보여준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 관객 분들의 감상평도 궁금하고 설레기도 하다. 재작년에도 여름에 개봉했는데 이번에도 여름에 인사 드리게 됐다. 극장에서 시원하게 우리 영화를 느끼시면 좋겠다"고 했다.
박서준은 "'사자' 시나리오를 보기 전까지는 어떤 이야기인지 몰랐다"며 "그간 마블이라든지 유니버스가 있는 영화들을 계속 접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그게 만들어질 수 없을까?' 싶었는데, '사자' 시나리오를 본 뒤에는 '지금 내 나이에 가장 강렬하게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굉장한 것들이 숨어져 있더라. 어떻게 보면 캐릭터 적으로 도전일 수 있겠더라. 우리나라 관객 분들한테도 비주얼 적으로 흥미적인 요소들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왜 박서준이어야 했나?"라는 질문에 감독은 "엑소시스트 장르에 액션이 가미된 강한 캐릭터다. 여기에 상처와 결핍이 심한 다크한 캐릭터다. 주인공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담겨 있는 게 새롭다. 함께 작업하면서 자연스럽게 같이 하고 싶었고, 박서준이 할 수 있는데 본인이 모르는 것도 내가 생각한 게 있다"고 답했다.
박서준은 "시나리오 글만 봤을 땐 '액션을 해봤으니까 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하루하루 지날수록 '이게 오늘 끝나는 합이 아니구나' 싶더라.(웃음) 촬영으로 가면 굉장히 힘들 것 같았다. 막상 촬영 땐 앵글도 신경 써야하니까 훨씬 힘들었다. 우리 영화에 핵심 CG들이 들어가는데, 그걸 상상으로 채워나가면서 연기하니까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동시에 촬영을 마치고 한 단계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안성기는 악을 쫓는 구마 사제 안신부를 맡았다. 바티칸에서 온 구마 사제단 아르마 루키스(빛의 무기) 소속의 사제로, 한국에 숨어든 강력한 악의 검은 주교를 찾고 있다. 강한 신념과 선의 의지로 모든 것을 걸고 임무에 나서는 그는 자신을 도와주던 최신부가 떠나고 홀로 위험을 맞는 순간 눈앞에 나타난 용후의 존재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용후의 손에 생긴 상처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는 인물이다.
안성기는 "이 영화는 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다"며 "몇 년 동안 활동이 뜸했는데, 해마다 영화는 했지만 관객과의 만남이 적었다. 이번에 '사자'를 통해서 많은 관객들과 만나야 겠다고 생각했다. 안신부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며 출연 결심 이유를 공개했다.
이어 "대단한 에너지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나이가 되면 노쇠한 느낌을 주기 쉬운데, '나이가 들었는데도 무슨 일을 할 수 있구나', '힘을 주는 구나' 싶더라. 그래서 이 영화가 좋았다"며 "안신부는 구마의식을 오래했으니 노련하게 보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일을 할 땐 진지하고 카리스마가 느껴지면 좋겠다고 느꼈다. 대신 일은 떠나면 아버지 같이 푸근하고, 더 나아가선 유머까지 있는 그런 사람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안성기에 대해 김주환 감독은 "많은 매체에서 구마사제가 나오는데 끝판왕이 나와야 된다고 생각했다. 인간적인 아우라, 이 직업에 적합한 분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안성기 선배님이 나오면서 카톨릭 세계에 필요한 지점이 채워졌다. 선배님이 최고라고 생각했다"며 극찬했다.
후배들과 호흡을 맞춘 안성기는 "아주 좋았다. 사실 박서준이 아들 뻘이었다. 현장에서 걱정했던 게 나를 어렵게 생각하면 어떻게 하나 했는데, 다행히 친근하게 잘 따라줘서 좋았다. 앞으로도 몇 작품 같이 하고 싶다. 박서준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매력 덩어리인 것 같고, 어떻게 보면 쿨한 것 같다"고 칭찬했다.
박서준은 "안성기 선배님이 정말 아버지 같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선배님을 처음 만났는데, 나한테는 선생님이다. 처음에 선생님이라고 불렀는데 '그냥 선배로 하자'고 하시더라. 선생님은 나이 들어보인다고 하셨다. 그런 부분도 유쾌하게 느껴졌다. 처음 영화를 시작할 때 부담이 됐는데, 선배님을 만나게 돼 의지하게 됐다. 촬영이 끝날 무렵에는 선배님을 만나 인생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됐다. 아버지 같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우도환도 "나이가 들면 안성기, 박서준 선배님처럼 되고 싶다고 느꼈다. 촬영이 끝나면 밥을 먹고, 스크린 야구를 치러 간 기억이 잊혀지지 않는다. 나도 이렇게 사랑 받으면서 오래 배우 생활을 하고 싶다"며 바람을 드러냈다.
구마 장면을 위해서 라틴어 대사를 외운 안성기는 "아직도 중얼거리고 있다. 지금도 목욕탕에 앉으면 중얼중얼 한다"며 직접 시범을 선보여 큰 박수를 받았다.
우도환은 악을 퍼뜨리는 검은 주교 지신을 소화했다. 베일에 둘러싸인 미스터리한 인물로, 상대의 약점을 꿰뚫고 이용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지니고 있다.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악의 존재를 향한 자기만의 의식을 치르는 지신은 안신부와 용후로 인해 계획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고, 그들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한다.
그는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았다. '과연 구현이 될까?' 자신도 없었는데, 감독님을 뵙고, 설명을 들으니 확신이 가면서 믿음이 생겼다. 나도 다른 세계를 볼 수 있겠구나 싶더라. '사자'를 선택한 99.9%는 전부 김주환 감독님 덕분"이라고 했다.
사회자 박경림이 "박서준, 안성기 두 분은 감독님에 대한 몇 %의 믿음으로 이 영화에 출연했나?"라는 질문에 안성기는 "시나리오 쓸 때부터 나였다고 하더라. 오죽했으면 이름도 '안신부'라고 했겠나", 박서준은 "내가 알기론 '청년경찰'
시사회 때 감독님이 안성기 선배님을 초대했다. 이미 안성기 선배님을 기다리고 계셨다. 난 시나리오 전부터 계속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에 거의 100%"라고 답했다.
영화에서 주로 악역을 맡은 우도환은 "'마스터'에서도 악역을 했고, '사자'에서도 악역을 했다. 사실 '마스터' 이후에 전부 악역 시나리오가 들어오더라. '사자'도 악역이지만 선택한 이유는 다른 악을 보여주고 싶었다.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해하는 친구가 아닌 확실한 이유가 있는 악역을 원했다. 나중에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지능범이고 그런 부분에서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사자' 개봉을 앞둔 박서준은 최근 특별 출연한 '기생충'이 칸 황금종려상에 이어 900만을 돌파했다. 영화 초반 짧게 등장했지만, 중요한 캐릭터를 맡아 강한 임팩트를 남겼다. 이번 '사자'에는 '기생충' 주연 최우식이 특별 출연하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박서준과 최우식은 연예계에서도 절친으로 유명하다.
김주환 감독은 "인간적으로 소통이 되는 분들과 작업을 하면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 우식 씨와는 서준씨와 굉장히 많이 만났다. 좋아하는 배우 영화 이야기를 나누다가 할 수 잇는 지점들이 있을 것 같아서 얘기를 나눴다. 특별 출연보다는 의미가 크다. 영화를 보면 좀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제법 큰 분량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감독은 자신의 전작 '청년경찰'을 언급하면서 "'사자'와 '청년경찰'을 비교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 '청년경찰'은 신선함이 있어서 잘 된 것 같다. 충무로에 젊은 두 배우가 이끄는 작품이 없었고, '사자'에서도 신선함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와 이런 건 보지 못했고, 우리나라에서도 통하고 재밌구나' 그런 걸 느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자'는 오는 7월 3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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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