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곽신애 대표 "15세관람가 문제? 영등위 판단·개인 취향 존중" [Oh!커피 한 잔②]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19.06.27 15: 11

 곽신애 대표가 '기생충' 개봉 후, 영화 등급에 대한 관객들의 다양한 의견에 "개인의 입장과 취향을 모두 존중한다"고 했다. 
동아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곽신애 대표는 1990년 출판대행사와 드라마제작사를 거쳐 영화 전문 월간지 'KINO(키노)'의 기자로 일했다. 1997년 영화홍보대행사 '바른생활' 공동대표로 '록키 호러픽쳐쇼', '닥터 지바고' 등을 마케팅했고, 1999년부터 영화제작사 청년필름의 기획 마케팅 실장을 지내며 '와니와 준하', '해피엔드' 마케팅 및 기획 홍보를 담당했다. 이후 2003년 영화제작사 엘제이필름 기획마케팅 이사, 2006년 KNJ 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 2008년 신씨네 기획마케팅 이사 등을 거쳤다. 2010년에는 바른손 영화사업부 본부장으로 '커플즈'를 제작 총괄했고, 2013년 바른손필름 대표이사, 2015년 바른손이앤에이 대표이사로 취임해 VR 영화 '기억을 만나다', '가려진 시간'(2016), '희생부활자'(2017), 그리고 칸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2019) 등을 제작했다. '희생부활자'는 공동 제작이고, 강동원 주연의 '가려진 시간'이 메인 제작자로 나선 첫 작품이다. 
두 번째 제작한 '기생충'은 지난달 폐막한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작품으로,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에 뜻깊은 발자취를 남겼다. 수상 소식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고, 개봉 직후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최근 누적관객수 900만 명(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돌파해 천만을 향해가고 있다. 또, 칸영화제 필름 마켓을 거치며 192개국에 판매돼 역대 한국영화 해외 판매 기록 1위를 경신한 '기생충'은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아이슬란드, 불가리아 등 10개국에 추가 판매되며 전 세계 202개국 판매라는 유례없는 신기록을 세웠다. 

영화 '기생충'을 제작한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이사

여기에 지난 6월 5일(현지시각 기준) 프랑스에서 개봉한 '기생충'은 68만 1,122명을 동원하며 역대 프랑스에서 개봉한 한국영화 중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됐다. 종전 '설국열차'가 가지고 있던 1위 자리를 가져왔다. 
영화 '기생충'은 지난 5월 30일 국내 개봉해 엄청난 이슈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영화 속에 숨겨진 의미와 해석을 찾느라 관객들은 자진해서 'N차 관람'을 이어갔고, 알면 알수록 놀라운 숨겨진 의미에 감탄을 자아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15세 관람가'를 두고 "학생들이 보기에는 부적절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곽신애 대표는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관람가 기준은 영등위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15세는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했다고 생각하고, 각자 의견은 다를 수 있다고 본다. 만약 중·고등학생 자녀와 영화를 보러 갔다면 당황했을 수도 있지만, 그것도 각자의 문화와 성향에 따라 다르게 반응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영화에 다소 폭력적인 장면이 있다고 해도, '나도 저렇게 해봐야지' 부추기는 작품을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개인의 입장과 문화, 그리고 취향을 존중한다. 그 또한 관객의 몫이고, 영화의 해석은 관객이 하는 거다. 등급에 대한 답은 지극히 내 생각"이라며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영화 '기생충'을 제작한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이사
곽신애 대표는 첫 메인 제작 작품 '가려진 시간'으로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지 못했다. '기생충' 얘기를 나누다 '가려진 시간'이 언급되자, "그때 우울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되돌아보게 되더라. 내가 했던 업무를 포함해 다른 사람들이 했던 일까지 '어디가 잘못됐을까..' 고민했는데 답은 나오지 않았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또, 그는 "상업영화를 만들 때 '난 흥행이 안 되지만 만들 거야'라고 하면서 제작하는 사람은 없다. '가려진 시간'은 엄태화 감독의 연출력도 훌륭했고, 배우 강동원의 캐스팅도 잘 됐다. '좋은 시나리오에 배우, 훌륭한 감독인데 왜 안 됐지?' 싶더라. 마케팅 문제인가, 스토리 요약을 못했나, 편집을 더 타이트하게 했어야 했나 등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에 '기생충'을 하면서 내가 제작자로서 조금은 늘지 않았나 싶다. 기회가 된다면 엄태화 감독님과도 다른 작품을 해보고 싶다"며 미소를 보였다. 
곽신애 대표의 이력만으로도 화려하지만, 그의 배우자는 '해피 엔드'(1999), '모던 보이'(2008), '은교'(2012), '4등'(2016), '침묵'(2017) 등을 연출한 정지우 감독이고, 친오빠는 한국영화 청불 흥행 역사를 다시 쓴 '친구'(2001) 곽경택 감독이다. 업계에서 유명한 '영화인 가족'으로 통한다. 
"최근 좋은 일이 있었는데, 남편과 오빠의 반응은 어땠나?"라는 말에 곽신애 대표는 "남편은 '곽신애 인생에 스페셜한 순간이 생겼네'라고 하더라. 그런데 크게 의미 부여는 하지 않고, 경쾌한 축하였다. 원래 남편의 성향이 그렇다.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해서 내가 한 일이 가치 있는 일은 아니다. 만약 상을 안 받았다면 가치 없는 일인가. 그건 아니니까. '스페셜한 일이다. 마음껏 즐겨! 축하해!' 이런 톤이었다"고 답했다. 
오빠 곽경택 감독의 반응에 대해서는 "문자를 보내줘서 폐막식이 끝나고 나오자마자 읽어 봤다. '영화에 긴 세월을 바친 결과'라고 하더라. 마음껏 기뻐하라고 했다. 두 분 모두 우리 신애가 감정적으로 호사를 누린다고 했다.(웃음) 사실 황금종려상은 봉준호 감독님의 성취다. 난 그저 한 구석에 운 좋게 있었을 뿐"이라고 했다. 
차기작과 관련해 곽신애 대표는 "좋은 기회가 되면 봉준호 감독님과 한 번 더 작업하고 싶지만, 내가 괴롭힌다고 되는 게 아니다.(웃음) 서로 인연이 닿아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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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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