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시간 영화와 함께 해왔고 그 안에서 성장해왔다.(웃음)“
배우 김혜수(50)가 28일 오후 2시 경기도 부천 고려호텔 그랜드블룸에서 열린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의 배우 특별전 ‘매혹, 김혜수’의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제 삶을 차분히 되짚어 볼 시간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제게도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 특별전에 초청받아 영광스럽다”라고 이 같이 말했다.
김혜수는 데뷔한 지 33년된 배우. 남녀를 막론하고 수많은 배우 후배들이 그녀를 '롤모델'로 꼽으며 존경심을 드러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김혜수는 영화 ‘깜보’(감독 이황림)로 연예계에 데뷔, 작품의 크기와 성패 여부를 따지지 않고 다양한 드라마 및 영화를 완성했다.
김혜수는 “많은 시간(33년간) 영화와 함께 해왔지만 제 삶을 차분하게 복기할 시간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아주 소중한 시간이 될 것 같다”며 “처음에 (특별전의)제안을 받았을 때 너무 영광스럽고 감사한 마음이 있었지만 그 감정을 넘는 부담도 있었다. 그런 제게 지속적으로 용기를 주시고 세심하게 준비해주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운영진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김혜수는 다양한 캐릭터를 맡아온 비결에 대해 “사실 저의 능력은 아니다. 우리 나라에 저보다 좋은 배우들이 많은데 제가 운 좋게 다양한 캐릭터를 맡게 됐다”고 겸손하게 밝혔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데뷔한 김혜수는 “배우라는 직업이 제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몰랐다. 너무 어린 나이에 데뷔해 어떻게 보면 당연하기도 했다”면서 “어찌 보면 매번 반복되는 스스로에 대한 불만족과 미흡한 부분을 확인하는 과정을 극복하고, 배우로서 느끼는 카타르시스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이 지금의 저를 있게 했다. 배우라는 저의 일이 제 삶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어릴 때 우연히 시작하게 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운명적으로 받아들인 부분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우로서 느낀 행복은 단순히 ‘기쁨’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 왜냐면 그 기쁨이라는 단어가 (1차적으로)원색적인 기쁨일 수도 있다”며 “작업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서 이 자리까지 왔다. 그런 행복이 없었다면 제가 지금까지 혹은 앞으로도 이 일을 해내기가 어려울 것 같다. 배우로서 재능이 부족하단 생각도 많이 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세 번째로 진행된 '올해의 배우, 특별전'으로 꼽힌 김혜수. 앞서 21회에는 배우 전도연, 22회에는 배우 정우성이 특별전의 주인공으로 섰던 바.
이에 김혜수는 “배우라는 직업이 ‘매혹’과 떼어 생각할 수 없는 것 같다. 근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저를 가리켜 ‘매혹’이라는 표현을 해주셔서 좋았다. 기뻤다. 제가 선배인 것을 떠나서 누군가에게 가장 들어보고 싶었던 단어였다”며 “이 특별전이 제게 의미 있는 것 중 하나가 이 단어이기도 하다. 제가 영화로 경험한 시간이 매혹이기도 했다. 배우로서 앞으로 더 성숙해져야겠지만 나이와 관련 없이 매혹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나가겠다”고 했다.
특별전의 주인공으로 발탁돼 부담을 느꼈다는 그는 “저의 어떤 작품을 소개해야할지 고민스럽기도 했다. 운영진에서 가이드를 주신 덕에 부담을 덜고 선정할 수 있었다”면서 “정말 그럴 듯하고 영화적으로 잘 완성이 된 작품뿐만 아니라 다시 꺼내보기 부끄럽고 두려운 작품, 관객들이 부끄러울 수 있는 작품마저도 저의 과거였고 지금의 저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혜수는 영화 ‘2층의 악당’(감독 손재곤, 2010)을 인생작으로 꼽았다. “작품 모두 다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순 있는데, 많은 분들이 본 영화를 배제하고 선택을 하자면, ‘2층의 악당’이라는 작품이 좋았다”며 “그 작품의 촬영 준비 과정이 참 좋았다. 제가 코미디 장르를 좋아하는데, 개인적으로 두려움이 있던 코미디에 대한 걱정을 지워낼 수 있었고 한석규 선배와 재회한 것도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손재곤 감독님만이 할 수 있는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후배들의 롤모델이라는 얘기를 들을 때 소감이 어떤지 궁금하다’는 물음에 “롤모델은 엄청난 부담감과 책임감이 느껴질 수 있는 단어다. 근데 그 말을 들으면 고맙다는 감정과 동시에 정말 나를 지칭하는 것 같지 않다는 감정을 동시에 느낀다. 사실 저 스스로는, 후배들이 저를 느끼는 것 만큼 제가 썩 괜찮은 갖춰진 선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다”라고 답했다.
이어 “김혜자 선생님이나, 이름을 함부로 거론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선배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지금의 제게 없는 깊이 있는 통찰이 있으시다. 저는 앞으로 제 안에 내제돼 있는 순수함을 잃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다. 그런 순수함을 유지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김혜수는 끝으로 “한국 영화 100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지 않지만 그 안에서 우리나라 영화가 정말 큰 폭으로 진보를 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때는 제게도 구체적인 욕망이 있었다. ‘나에게 왜 저런 배역이 오지 않는 건가?’ ‘고작 난 이 정도인가?’ ‘이런 영화를 기획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 말이다. 근데 지금은 준비를 잘 해낼 수 있는 구성원을 만나거나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그동안 영화와 함께 한 걸음씩 성장해왔듯 앞으로도 영화와 해나갈 소중한 시간이, 오늘 이 자리를 통해 큰 용기를 얻은 것 같다. 특별전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watc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