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에게는 두 개의 블랙홀이 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의 신철 집행위원장은 김혜수의 배우로서의 매력은 '마성'과 '순수'라고 했다. 두 개의 블랙홀 같은 매력으로 데뷔 후 33년 동안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신 집행위원장은 28일 오후 경기도 부천 고려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된 23회 ‘BIFAN’의 프로그램 ‘배우, 특별전'의 기자회견에서 “보통 배우들에게 블랙홀이 있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는데, 그 블랙홀이 하나 정도 존재하면 큰 배우가 된다. 근데 김혜수 배우는 블랙홀이 두 개다. 하나는 마성, 또 다른 하나는 순수”라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혜수가 어떤 작품에서는 마성이 커지고 어떤 작품에서는 순수가 커지면서 끊임없이 변신한다”며 “김혜수는 두 개의 매력이 스파크를 일으켜 관객들을 매혹한다. 김혜수를 표현할 이보다 좋은 단어는 없는 거 같다. 두 개의 블랙홀을 가진 김혜수를 올해의 배우 특별전으로 모시게 돼 영광스럽다”는 축사를 건넸다.
BIFAN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배우, 특별전’은 올해로 3회째 운영되고 있다. 앞서 전도연, 정우성이 거쳐갔던 바. 올해는 ‘타짜’ ‘열한번째 엄마’ ‘바람피기 좋은 날’ ‘모던보이’ ‘이층의 악당’ ‘도둑들’ ‘차이나타운’ ‘굿바이 싱글’ ‘국가부도의 날’ 등 김혜수의 필모그래피 중 10편에 관련된 이벤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김혜수는 이날 “데뷔 후 많은 시간 영화와 함께 해왔고 그 안에서 제가 성장해왔다”며 “그동안 제 삶을 차분히 되짚어볼 시간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제 작품들을 복기하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 될 것 같다. 처음에 제안을 받았을 때 영광스럽고 감사한 마음이 있었지만 그 감정을 넘는 부담감도 있었다. 그런 제게 지속적으로 용기를 주시고 세심하게 준비해주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운영진에게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1986년 영화 ‘깜보’(감독 이황림)으로 데뷔한 김혜수는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33년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대표작을 꼽기 어려울 정도로 ‘시그널’(2016) ‘직장의 신’(2013) ‘스타일’(2009) ‘국희’(1999) ‘짝’(1994) 등의 드라마와 ‘국가부도의 날’(2018) ‘차이나타운’(2015) ‘관상’(2013) ‘도둑들’(2012) ‘2층의 악당’(2010) ‘타짜’(2006)의 영화 등 수많은 인생작을 남겼다.
17살에 데뷔한 김혜수는 “배우라는 직업이 제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몰랐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매번 반복되는 스스로에 대한 불만족과 미흡한 부분을 확인하는 과정을 극복하며 배우로서 느끼는 카타르시스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이 지금의 저를 있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혜수는 “배우라는 저의 직업이 이제는 제 삶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어릴 때 우연히 시작하게 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운명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털어놨다. 김혜수는 동료 및 스태프에게 공을 돌리며 “작업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기쁨을 느끼며 이 자리까지 왔다. 그런 행복이 없었다면 제가 지금까지 혹은 앞으로도 이 일을 해내기 어려웠을 거다. 배우로서 재능이 부족하단 생각도 많이 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이날 김혜수는 ‘자기 관리 비법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제 천성이 낙천적이다. 느슨한 기질이 영화 일을 하는 데는 핸디캡으로 느낀 적이 많았다. 영화는 많은 부분에 있어서 예민하게 잡아내야 하는데 제가 무뎌서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을 놓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며 “제 천성이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일을 하면서 필요한 예민한 것들이 조금씩 쌓여온 것 같다. 건강한 마음을 유지하는 게, 제가 인생을 깊이있게 느끼는 과정에서, 나이와 관계없이 순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김혜수는 자신을 설명하는 ‘매혹’이라는 단어에 대해 “배우라는 직업이 ‘매혹’과 떼어 생각할 수 없는 것 같다. 근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저를 가리켜 ‘매혹’이라는 표현을 해주셔서 좋았다”며 “이 특별전이 제게 의미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이 단어이기도 하다.(웃음) 앞으로 배우로서 더 성숙해져야 겠지만 나이와 관련 없이 매혹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watc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