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6년 데뷔한 김혜수(50)가 배우로서 느낀 그간의 소회를 전했다.
28일 오후 2시 경기도 부천 고려호텔 그랜드블룸에서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의 올해의 배우로 선정된 김혜수의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BIFAN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배우, 특별전’은 올해로 3회째 운영되고 있다.
앞서 배우 전도연, 배우 정우성이 각각 21회와 22회의 주인공이었는데 올해는 김혜수가 발탁돼 ‘매혹, 김혜수’라는 주제로 배우 특별전을 진행한다. 어제(27일) 개막한 23번째 ‘BIFAN’에서는 김혜수의 영화 ‘타짜’(감독 최동훈) ‘열한번째 엄마’(감독 김진성), ‘바람피기 좋은 날’(감독 장문일), ’모던보이’(감독 정지우), ’이층의 악당’(감독 손재곤), ’도둑들’(감독 최동훈),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 ’굿바이 싱글’(감독 김태곤), ‘국가부도의 날’(감독 최국희) 등 그녀의 대표작 10편을 통해 배우로서 세계관과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기념 행사가 마련된다.
신철 집행위원장은 이날 “보통 배우들에게 블랙홀이 있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이 블랙홀인데, 보통 하나 정도 존재하면 큰 배우가 된다. 근데 김혜수 배우는 에게 블랙홀은 두 개”라며 “하나는 마성, 또 다른 하나는 순수”라고 칭찬했다.
김혜수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바로 ‘매혹’. 1986년 데뷔한 이래 현재까지 김혜수는 다양한 캐릭터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관객에게 영화적 만족감을 안겼다.
이어 신 집행위원장은 “어떨 때는 마성이 커지고 어떨 때는 순수가 커지면서 끊임없이 변신한다”며 “보통의 배우들, 엔터테이너들이 (이미지가 반복돼)지루해지곤 하는데 김혜수는 두 개의 매력이 스파크를 일으키며 매혹시킨다. 김혜수를 표현할 이보다 더 좋은 단어는 없는 거 같다. 두 개의 블랙홀을 가진 배우 김혜수를 올해의 배우 특별전으로 모시게 돼 대단히 영광스럽다”고 초청한 이유를 밝혔다.
집행위원장의 칭찬에 김혜수는 부끄러워 하며 소감을 전했다. “배우라는 직업이 매혹과 떼어 생각할 수 없는 것 같다. 근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저를 가리켜 ‘매혹’이라는 표현을 해주셔서 기뻤다”며 “이번 특별전이 제게 의미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이 단어다. 제가 영화로 경험한 시간이 매혹이기도 했다. 앞으로도 배우로서 더 성숙해야겠지만 나이와 관련 없이 매혹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시간 영화와 함께 해왔고 그 안에서 성장해왔다. 그간 제 삶을 차분히 되짚어 볼 시간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작품을 복기하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 될 것 같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도 김혜수는 "처음에 (배우 특별전의 주인공으로)제안을 받았을 때 너무 영광스럽고 감사한 마음이 있었지만 그 감정을 넘는 부담이 있었다. 그런 제게 지속적으로 용기를 주시고 세심하게 준비해주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운영진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1986년 데뷔한 김혜수는 10대 시절부터 3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제는 명실상부 독보적인 배우로서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는 그녀.
김혜수는 “어릴 때 데뷔해서 배우라는 직업이 제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몰랐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기도 했다”며 “매번 반복되는 스스로에 대한 불만과 미흡한 부분을 확인하는 과정을 극복하고, 배우로서 느끼는 카타르시스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이 지금의 저를 있게 했다”고 활동하면서 느낀 소회를 전했다.
이어 "배우라는 저의 일이 제 삶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어릴 때 우연히 시작하게 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부분에서 운명적으로 받아들인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김혜수는 이날 자신이 33년 동안 활동할 수 있었던 비결은 자신의 능력이라기보다 함께 해준 동료 덕분이라고 했다. “작업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제가 이 자리까지 왔다. 사람들과의 행복이 없었다면 제가 지금까지 혹은 앞으로도 이 일을 해내기 어려울 것 같다. 그간 배우로서 재능이 부족하단 생각도 많이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개인적으로 모두 다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데 저는 ‘2층의 악당’이라는 작품이 좋았다”며 “촬영 준비와 그 과정이 너무나 좋았다. 제가 코미디에 대한 두려움을 지워낼 수 있었고 무엇보다 한석규 선배와 재회한 것도 너무나 감동이었다. 손재곤 감독님만이 할 수 있는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답했다.
김혜수는 “후배들에게 롤모델이라는 말을 들으면 고맙다는 감정과 동시에 ‘정말 나를 지칭하는 것 같지 않다’는 감정도 동시에 느낀다. 사실 후배들이 저에 대해 느끼는 것 만큼 제가 썩 괜찮은 선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김혜자 선생님처럼 이름도 거론하기 어려운 선배들에게 지금의 제게 없는 깊이 있는 통찰을 느낄 수 있다. 앞으로 저는 제 안에 내제돼 있는 순수함을 잃지 않으며 좋은 영화를 만들어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오후 6시 부천시청 어울마당에서 최동훈 감독의 영화 ‘타짜’(2006)가 상영되며 상영 후 메가토크가 진행된다./watc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