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정은이 연기에 대한 꿈과 열정을 바탕으로 무명 시절을 이겨냈다고 전했다.
29일 방송된 KBS2 토크쇼 ‘대화의 희열’ 시즌2 마지막 편에는 이정은이 게스트로 출연해 자신의 삶을 차분하게 되짚었다. 1991년 연극으로 데뷔한 이정은은 햇수로 데뷔 29년차를 맞이했다.
이정은은 무명의 연극배우 시절, 1년에 20만 원을 벌었다고 털어놨다. “연기를 하면서도 아르바이트를 해야했는데 부업으로 연기 선생님, 마트, 간장과 녹즙 판매원을 했다”고 회상했다.
이정은은 2013년 방송된 드라마 ‘여왕의 교실’을 통해 안방극장에 입성했다. “(TV는)45세에 데뷔했는데 40세까지 계속 그렇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며 “시간을 보내는 법을 배웠다. 어릴 때는 막연하게 '무슨 역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배우가 어떤 역할을 맡기 위해서 얼굴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전했다.
연극배우 시절 생계가 어려웠던 이정은은 선후배 동료들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얻었고 악착 같이 일해 모든 빚을 갚았다고 했다. “전대 속에 돈을 모은 게 아니라 제가 돈을 빌린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놨다. 혹시 제가 객사하면 가족들에게 이 분들이 제게 도움을 줬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서다”라며 “제가 돈을 다 갚은 날 기분이 좋았다. 돈 갚는 게 당시 인생의 목표였는데 그 다음에 무슨 일을 해야할지 허무했다.(웃음) 이제는 빚이 없다”고 밝혔다.
이정은이 늦은 나이에 드라마를 시작한 이유는 카메라 울렁증 때문이었다. 영화 ‘와니와 준하’(감독 김용균, 2001)에 출연했을 당시 크기가 큰 카메라에 부담을 느끼면서 2009년까지 연극 무대에 집중했던 것. 그러다가 2009년 봉준호 감독의 ‘마더’에 캐스팅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이정은은 출연하는 작품에서 정이 넘치고 푸근한 중년 아주머니 역할을 도맡았다. 지금까지 영화 ‘기생충' ‘옥자’ ‘택시운전사’ ‘카트’ ‘마더’, 드라마 ‘눈이 부시게’ ‘미스터 션샤인’ 등 출연한 작품마다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봉 감독의 ‘기생충'에서 가사도우미 문광을 연기하며 역대급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정은은 “영화를 보고 이틀 정도 충격을 받았다. 처음에 볼 때 저는 잘 안 보였고 영화 자체가 좋았다. 나중에 두 번째로 다시 볼 때는 저만 보였다”고 했다. 보통의 배우들은 신작을 처음 대면할 때 자신부터 살펴보지만 이정은은 반대였다. 전체를 보고 나서 자신의 연기를 본 것.
문광 캐릭터를 분석한 과정에 대해 “제가 우려했던 건 제가 귀여워서 극적인 반전을 줄 수 있을지 걱정했다”며 “막상 생각해보니 ‘공포감을 어떻게 줄까?’라는 고민보다 ‘이 집에 들어가서 문광이 해야할 일에 집중 해야겠다’ 싶었다”고 전했다.
이정은은 오랜 시간 무명의 길을 걸었지만,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연기에 대한 꿈을 저버리지 않고 묵묵히 버텨돴다. 연기력을 인정받아 안방극장과 충무로의 대세로 거듭난 이정은. 그녀가 앞으로 써내려 갈 필모그래피는 어떤 그림일지 한층 더 높은 관심을 받게 됐다./ watch@osen.co.kr
[사진] '대화의 희열2'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