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은 노력으로 완성된 준비된 배우였다.
29일 방송된 KBS2 토크쇼 ‘대화의 희열’ 시즌2 마지막 편에는 이정은이 게스트로 출연해 자신의 삶을 차분하게 되짚었다.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눈이 부시게’, ‘아는 와이프’, ‘미스터 션샤인' 등 총 14편의 드라마에 출연했고 ‘기생충’, ‘우리 지금 만나’, ‘미성년’, ‘말모이’ 등 26편의 영화에 출연해왔다.
최근 드라마 ‘눈이 부시게’로 백상예술상 TV 부문 여자 조연상을 수상한 이정은은 “(수상을)예상하지 못 했다. 부모님과 스태프에게 감사 메시지도 전달하지 못해서 미안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정은은 이날 “어린 시절부터 한복 입는 것을 즐겼다”며 “자신이 연기를 하면, 즐거워하는 친구들을 보며 행복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다가 1987년 연대생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에 맞아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배우를 꿈꾸기 시작했다.
이정은은 “청춘이 희생되는 사건이었다. 그 뜻을 어떻게 이어받을 수 있을까 고민했고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는지 처음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대학입시 한 달 전에 연극영화과로 진로를 변경했고 한양대에 입학했다. 그러나 녹록지 않았다. 40세까지 아르바이트를 겸업했기 때문.
이정은은 연기 학원 교사부터 마트 알바, 간장 및 녹즙 판매원 등 고된 노동을 해야 했다. 그럼에도 이정은은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며 “배우의 얼굴이 주는 어떤 느낌을 무시할 수 없다. 배우의 얼굴이 만들어지는 데 필요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창의력이 좋었던 이정은은 故박광정 배우로부터 조연출 제의를 받았다.
2013년 처음으로 드라마를 시작했고 2018년 방송된 ‘미스터 선샤인’에서 함안댁을 맡으며 인기가 한층 높아졌다. “다음 세대를 위해 죽음을 택하는 함안댁의 마음이 기억에 남는다. 감정을 덜어내고 건조하게 표횬해야 하는데 자꾸 눈물이 났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완벽한 장면을 위해 4일 정도 계속 찍었다”고 말했다.
영화 ‘마더’ 및 드라마 ‘눈이 부시게’를 통해 김혜자와 호흡을 맞춘 이정은은 “김혜자 선생님은 은하수 같은 눈을 가졌다. 모든 것이 다 소통 되는 느낌이었고 모든 연기가 자연스러웠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정은은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의 대본을 읽고 내용은 알았지만 막상 본편의 영화를 본 뒤 큰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완성도가 이 정도로 높은 줄 몰랐다”는 것이었다.
이정은은 “비 오는 거리를 헤매던 기택네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며 “저도 반지하에 살아봤고 물난리도 맞아봤다”고 감정적 경험을 안겨준 작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 냄새 나는 연기만 하다가 공포감이 있어야 하는 (‘기생충’ 속)캐릭터 연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문광의 목표에 집중하기로 했고 예의와 품위 유지를 보이는 게 더 무섭다고 생각했다”고 관객을 사로잡은 자신만의 연기 비법을 전했다./ watch@osen.co.kr
[사진] '대화의 희열2'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