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도, 끈질긴 추격전도 없었다. 하지만 지난 밤 ‘보좌관’엔 정치적 신념 차이만으로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리고 이를 만든 건 이정재와 정진영의 폭발적 연기였다.
지난 29일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금토드라마 ‘보좌관-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극본 이대일, 연출 곽정환) 6회에서 장태준(이정재 분)과 이성민(정진영 분) 의원은 한 공장 기계 오작동으로 사망한 20대 청년의 억울한 죽음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송희섭과 막역한 사이이자, 장태준이 공천권을 얻는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삼일회’ 총무인 이창진(유성주 분). 이 사고는 그가 대표로 있는 주진 건설 공장에서 벌어졌고, 이성민은 자신의 지역구에서 벌어진 이 사고에 대해 당연히 진상을 파헤쳐, 더 이상 이러한 안타까운 죽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으려했다. 그에게 정치란 언제나 이득이 아닌 사람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태준은 이성민을 막아야했다. 이창진을 조사하다보면, 그 불똥이 송희섭에게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 무엇보다 이창진은 그의 “가슴팍에 무궁화 꽃 화려하게 필 수 있게 물 듬뿍듬뿍” 줄 수 있는 인물이었다. 장태준은 이창진이 직접 유가족을 찾아가 사과를 하게 해 비난 여론을 잠재웠고, 대신 피해자가 최대한의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양쪽 모두 ‘윈윈’할 수 있다고 내린 최선의 결론이었다.
이성민은 폭발했다. 이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정치적 쇼일 뿐이고, 송희섭이 법무부장관이 된다면 진상 조사를 위한 수사가 은폐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태준을 비난했다. “사람이 죽었다고! 네 방식, 얼마나 비열한 건 줄 알아?”라며. 그리고 “지는 싸움이 무섭다고 진실을 외면하지 말라”고 진심을 담아 조언했다.
언제나 차분히 대응했던 장태준 역시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았다. 자신도 막지 못하는 초선 의원 이성민이 상대하기엔 송희섭과 이창진은 너무나도 막강한 세력을 갖고 있었다. 장태준이 보기엔 이성민의 외침은 그저 “울고불고 떼쓰는 것”이고 “그런다고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 “이길 수 있는 자리에서 싸워야 이길 수 있기” 때문에, 그 자리에 올라 진실을 외면하지도, 싸움에도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두 정치인의 갈등은 단순한 선과 악의 대립이 아니다. 정치적 신념이 만든 차이이고, 그 차이는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정재와 정진영은 두 인물의 신념에 꾸준히 설득력을 부여해왔고, 지난 밤 언성까지 높아진 대립은 그래서 긴장감을 폭발시키는 동시에 공감도 불러일으켰다. 연기가 곧 개연성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강선영, 송희섭, 조갑영은 각자의 자리에서 이 갈등에 불을 지폈고, 신민아, 김갑수, 김홍파의 실감나는 연기는 폭발력에 힘을 실었다.
강선영은 연인 장태준이 아닌 이성민을 돕기로 결단을 내렸다. 조갑영을 움직여 이성민을 법무부 장관 청문회 위원으로 만들었다. 자신이 공들인 지역구를 지키고, 장태준을 휘두르며 언젠가 버릴지도 모르는 송희섭을 막기 위해서였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소신이 강한 칼” 이성민이 송희섭을 위협한다면, 장태준은 그토록 원했던 공천권을 얻을 수 있을까. 장태준은 이에 어떻게 대처할까
‘보좌관’은 매주 금, 토 오후 11시에 방송된다.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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