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우성이 난민을 둘러싼 오해를 풀고자 직접 나섰다.
30일 방송된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는 50회 특집 '난민 없는 난민 보도'가 준비된 가운데, 정우성이 출연해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정우성은 평소 '저널리즘 토크쇼 J'를 즐겨본다고 밝혔다. 그는 "언론 스스로의 자세에 대한 고민을 던질 수 있는 프로그램이 생겼기 때문에 기뻤고 반갑게 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에도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정권에 의해 변질되고 오염된 씁쓸한 기억도 있고. 앞으로는 '저널리즘 토크쇼 J'와 같은 프로그램이 정권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언론 본연의 자세를 지켜 가길 바란다.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에 큰 힘을 줘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우성은 지난 2017년 KBS '뉴스집중'에 출연, KBS의 정상화를 바란다고 밝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정우성은 2년이 지난 현재, KBS가 정상화된 것 같으냐는 질문에 "한 현상의 바로잡힘이 한 순간에 뚝딱 되길 바라는 것 같다.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삐뚤어진 시간보다 정상화되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게 당연하다. 조급함을 갖지 말고 갈 길을 가면 언젠가는 모든 국민이 원하는 모습으로 돼있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정우성은 평소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배우로 잘 알려져 있다. 이에 정우성은 '저널리즘 토크쇼 J' MC 자리에 대한 러브콜을 받았으나, 결국 섭외를 고사했다.
이에 정우성은 "제가 (MC 자리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 이유는 배우, 스타라는 수식어가 있는데 대중은 저에게 바라는 모습이 있다. 저라는 사람이 그 모습을 깨고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나타난다면, 친근감 있는 소통을 의도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그 의도와 전혀 상관없는 '왜?' '굳이?'라는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입증하면서 프로그램을 안정화해야만 했을 것"이라며 "본업을 지키면서 목소리를 내고 참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 중인 정우성은 난민에 대해 우호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대중의 질타를 받았다. 관련 기사에는 악성 댓글도 상당했다.
정우성은 "왜 저런 이슈에 휘말려서, 왜 무리해서 앞장서나 싶을 수 있다. 악플도 다 본다"라며 "난민이라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것이 단순히 집단의 대상화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절대적인 약자라는 얘기다.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윤리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난민 인정률은 3.9%다. 세계 평균 30%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정우성은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률이 낮은 이유로 난민을 심사하는 인력이 부족한 것을 꼽았다.
정우성은 "공무원 38명만 난민 심사를 담당해왔다. 그나마 최근 충원이 돼서 81명이 담당 심사관으로 근무를 하는데, 올해 4월 말 기준 심사를 받아야 하는 난민만 2만 1341명이다. 1명당 263명의 심사를 맡아야 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무원의 숫자도 중요하지만. 통역 서비스도 상당히 중요하다. 그들의 사정, 처지 등을 정확히 듣고 반영해야 하니까. 그런데 전문 통역 서비스도 매우 열악하다"고 덧붙였다.
정우성은 난민을 둘러싼 오개념을 정립하고자 했다. 특히 정우성은 이주민과 난민을 혼동해 여러 오해가 불거졌다고 봤다. 그는 "이주민은 자의적으로 개인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왔지만, 난민은 강제적으로 이 나라에 들어온 것"이라며 "이주민과 난민들의 노동행위를 할 때 어떤 차이가 있는가 하면, 전혀 차이가 없다. 학력도 높고 난민이라고 해서 보호국에 절대적인 도움에 의존하려고 안 한다. 이주민보다도 자존감 있는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노력한다. 신세를 안 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난민에 테러리스트가 섞여 들어올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굳이 테러리스트가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서 올까. 만약에 그렇다면 굉장히 머리가 나쁜 테러리스트일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 정우성은 난민이 우리나라에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을 띄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와 관련, "불법 체류자와 구분이 안 돼서 벌어지는 오해 같다. 다른 루트로 불법체류를 하면서 노동 행위를 하는게 훨씬 편하다. 왜 굳이 행정 당국을 거치나. 가짜 난민에 연결돼서 생각하면서 그런 오해가 생긴 듯하다"고 말했다.
정우성은 '가짜 난민'이라는 프레임에도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가짜 난민이라는 단어는 인권 단체, 활동가들이 보는 시선 등에서 비롯된다. 가짜 난민은 없다. 난민 신청자와 인정자로 나뉘는 것뿐"이라고 전했다.
정우성은 난민에 대한 시각차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우성은 "진짜 난민의 이야기도 없고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자 하는 입장도 사라지고 진영 논리 강요만 남은 상태다. 사실 난민 보호는 국가적으로 자명한 의무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안에서는 물론 찬성과 반대가 있다. 정서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정서도 분명히 중요하고 보살펴야 한다. 그 사람에게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시간들을 어떻게 하면 성숙하게 보낼 수 있을지 고민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정우성은 출연 소감으로 "앞으로는 시청만 하겠다. 잠깐 볼 때는 편하고 짧은 시간인데, 긴 논의 끝에 이런 의미 있는 의견들이 나오구나 싶다. 제가 녹화가 끝나는 시간에 좀 더 정신차리고 총명함을 유지했어야 하는데 실수를 너무 많이 했다. 값진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notglasses@osen.co.kr
[사진]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