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경험 1회 김구라와 육아 경험이 전무한 김민종, 서장훈이 아이들의 등·하원 도우미로 변신한다. “새로운 걸 알아가고 배워간다는 느낌으로 하고 있다”는 말처럼 세 사람이 마주한 대한민국의 육아 현실은 녹록치 않은 게 사실이지만 이를 통해 육아 시스템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다는 게 이들의 작은 소망이다.
1일 김구라, 김민종, 서장훈이 기초적인 육아 교육을 받은 서울 양천구 목동 해우리장난감 도서관에서 다시 뭉쳤다. 오는 6일 오후 10시45분 첫 방송되는 KBS2 새 예능 프로그램 ‘아이를 위한 나라는 있다’(이하 아이나라) 기자간담회를 위해서다.
‘아이나라’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이의 등·하원을 책임질 수 없는 부모를 대신해 등·하원 도우미들이 육아 전쟁을 겪어보며 대한민국 아이 돌봄의 현주소를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돌봄 대란 실태보고서다.
대한민국의 육아 현주소는 이렇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인 합계출산율이 2018년 3분기 0.95명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 OECD 35개국 회원국 중 압도적인 꼴찌다. 대한민국 미혼, 기혼 남녀가 출산을 고민하는 주된 이유는 양육에 드는 ‘경제적 부담’과 육아와 돌봄에 대한 ‘정서적 부담’이다.
‘아이나라’는 ‘대체 아이들은 누가 키우고 있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를 리얼하게 담아내기 위해 육아와는 전혀 접점이 없던 김구라, 김민종, 서장훈이 출연해 객관적인 눈높이로 현실을 바라보고, 육아와 돌봄에 대한 문제의식을 환기시키며 공감대를 키워보고자 한다.
육아와 접점이 없다고 했지만 김구라는 아들 김동현을 키운 경험이 있다. 세 사람 중 그나마 가장 육아와 접접이 있는 이가 바로 김구라다.
김구라는 “동현이가 올해로 22살이다. 4~5살 때가 17년 전이라 육아가 잘 기억 나지 않는다. 당시는 내가 상황이 녹록치 않았던 것도 있다”며 “요즘에는 ‘동상이몽’등 가족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하면서 아이들을 키우는 걸 보니까 예전 생각이 좀 난다”고 말했다.
현실 육아를 직접적으로 겪은 김구라는 육아는 난생 처음인 김민종과 서장훈에게 조언을 건넸다. 그는 “내가 조언할 입장은 아니지만 아이가 울 때 우리가 반응하는 게 다르다. 그래서 나는 아이가 울면 당황하지 말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민종은 “조카가 많이 있지만 조카를 내가 직접 돌본 적은 없었다. 기본적으로 아이를 돌본 경험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아이를 만나니 당황스러워서 많이 굳었다. 특히 다른 사람의 아이인 만큼 조심스러웠다”며 “힘들지만 아이를 보면서 저절로 웃음 나는 부분도 있다. 전체적으로 쉽지 않은 프로그램이지만 고마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서장훈은 ‘아이나라’의 기대 포인트 중 하나다. 이미 대중에게 깊게 인식된 깔끔한 성격과 정리정돈이 육아와 만나면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기대된다. 원승연 PD는 이 점에 대해 “폭발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몇 번 촬영했는데 서장훈의 성격과 육아가 만나니 엄청난 ‘케미’가 나왔다”고 기대를 높였다.
서장훈은 “일반적인 예능이 더 웃기게, 더 자극적이게 한다면 ‘아이나라’는 그렇지 않다. 예능을 표방하지만 다큐 같다. 다같이 이런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게 있다. 대한민국에서 늘 나오는 이야기가 돌봄, 육아다. 그 점에 대해 우리가 현실적으로 다같이 고민할 수 있는 지점이다. 웃기만 하는 예능이라기 보다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생각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서장훈은 “나는 육아를 잘 모르기 때문에 새로운 걸 배우고 알아간다는 느낌으로 하고 있다. 생각해 볼 게 많은 프로그램이다”고 강조했다.
김구라, 김민종, 서장훈이 하게 될 등·하원 도우미는 실제로도 있다. 원승연 PD는 “시터 사이트가 따로 존재한다. 이번 기획을 통해 더 깊게 알게 됐다. 돌봄 선생님, 등·하원 도우미를 구하는 구인, 구직글이 있다. 급한 상황에 놓인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취재했고, 정말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기획 의도다”라고 말했다.
홀로 두 명의 딸을 키우는 아빠를 비롯해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손자를 대신 키우고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 등이 ‘아이나라’에 등장한다. 아직 첫 방송 전이지만 많은 신청자들이 몰렸고, ‘아이나라’ 측은 50~60명의 신청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며 신중하게 출연자를 결정했다.
몇 차례 촬영을 마친 서장훈은 “그 집에서 숙식을 하면서 돌봄을 하는 게 아니라 하루 동안 등·하원 도우미를 하고 하원 이후 시간을 같이 보낸다. 처음에는 아이가 낯설어 하고 많이 운다. 하지만 그랬던 아이들도 우리가 돌아갈 때 쯤 되면 친해지고 낯도 가리지 않는다. 아쉬워하기도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원승연 PD는 “한번 촬영을 원칙으로 하지만 아이와 MC들의 관계가 형성될 경우 다른 구성 방식을 더 생각해 볼 예정이다. 구성을 열어 놓고 준비 중이다”고 설명했다.
‘아이나라’는 이런 현실 육아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을 받은 시청자들은 다시 한번 생각할 계기를 ‘아이나라’를 통해 얻게 되는 셈이다.
원승연 PD는 “보시면서 ‘저렇게까지 힘들다고?’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이렇게까지 힘든 게 맞다.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알아주셔도 기획 의도는 관철된다. ‘아이를 위한 나라는 없다’가 원래 제목이었지만 어두운 이야기만 하고 끝날 게 아니라 공감과 위로를 전달했으면 해서 제목을 변경했다. 첫 방송 잘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 돌봄 서비스 등을 통해 대한민국 육아의 현주소를 리얼하게 보여주고 시청자들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할 계기를 만들어줄 KBS2 ‘아이를 위한 나라는 있다’는 오는 6일 오후 10시 45분 첫 방송된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