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결단코 마약을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하며 결백을 주장한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이 1심 선고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기자회견부터 선고까지, 84일이 걸렸다.
박유천에 대한 마약 투약 혐의는 전 연인 황하나 씨의 경찰 조사 과정에서 불거졌다. 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있던 황하나 씨는 지난 4월 입원 중이던 경기도 성남시 분당 서울대 병원에서 체포된 뒤 구속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 조사에서 황하나 씨는 연예인 지인의 권유로 다시 마약을 투약하게 됐다고 밝혔고, 전 연인 박유천이 ‘연예인 지인’으로 지목돼 충격을 줬다.
▲ 4월 10일 : “결단코 마약을 하지 않았습니다” 기자회견
황하나 씨의 ‘마약 공범’으로 지목된 박유천은 자진해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유천은 “결코 마약을 하지 않았는데, ‘나는 이렇게 마약을 한 사람이 되는건가’라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결단코 마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사기관에 가서 조사를 받더라도 제가 직접 말씀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유천은 황하나와 결별 후 협박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박유천은 “(황하나가 내게) 마약 전과가 있거나 불법적인 약을 복용 중이라는 말은 한 적이 없다. 기사를 접하고 많이 놀라고 안타까운 마음이었지만 마약은 한 적도 없고, 권유한 적은 더더욱 없다”며 “경찰서에 가서 성실히 조사를 받겠다. 혐의가 인정된다면 연예인 박유천으로 활동을 중단하고 은퇴하는 것을 넘어 인생을 부정 당하는 것이기에 절박한 마음이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박유천의 절절한 호소에 기자회견장에 있던 한 팬은 “하늘을 봐요. 기도할게요”라고 외치며 응원해주기도 했다.
▲ 4월 17일 : 경찰 자진출두
박유천은 4월 17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했다. 블랙 수트 차림으로 포토라인에 선 박유천은 여유 있는 얼굴이었다. 박유천은 “있는 그대로 성실하게 조사 잘 받고 나오겠다”고 말한 뒤 조사실로 이동했다. 기자회견에서 결백을 호소하고 당당했듯이 박유천은 이날 역시 당당했다.
▲ 4월 23일~26일 : 마약 양성 반응→구속
박유천의 결백 주장은 마약 양성 반응이 나오면서 ‘거짓말’로 밝혀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식 결과, 박유천의 다리털에서 필로폰에 대한 마약 양성 반응이 검출된 것. 경찰은 23일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는 “박유천과 신뢰관계를 회복할 수 없다고 판단, 전속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박유천은 연예계를 은퇴하고 모든 활동을 중단, 재판부의 판단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4월 26일에는 박유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열렸다. 재판부는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면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 4월 29일 ‘자백’→5월 3일 ‘검찰 송치’
구속되고 3일이 지난 4월 29일, 박유천이 마약 투약 혐의를 인정했다. 박유천은 “나 자신을 내려놓기 두려워 혐의를 부인해왔지만 인정할 건 인정하고 사죄할 건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유천은 다섯 차례 마약 투약 혐의를 인정했고, 이후 두 차례 더 투약한 사실이 있다고 자백했다.
박유천은 마약 혐의를 인정한 뒤 5월 3일 검찰에 송치됐다. 박유천은 “거짓말을 하게 돼 그 부분 많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을 드린다. 깊이 반성하고 있다. 제가 벌 받아야 할 부분은 벌 받고, 반성하며 살겠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 6월 14일 첫 공판, 검찰 1년 6월 구형
마약류 관리 위반 혐의에 대한 박유천의 첫 공판은 지난달 14일 열렸다. 연갈색 수의를 입고 금발로 염색한 채 법정에 선 박유천은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검찰은 박유천에 대해 징역 1년 4개월, 추징금 140만원을 구형했다. 박유천의 변호인은 박유천이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숨김 없이 털어놨고,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선처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박유천은 최후 진술에서 “구속된 후 가족과 지인이 면회올 때마다 걱정해주시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저를 믿어주셨던 분들이 얼마나 실망하셨을지 가늠조차 어렵다. 진심으로 깊이 뉘우친다”고 말했다. 특히 박유천은 눈물을 흘리며 오열해 미리 준비한 글을 제때 읽지 못하기도 했다.
▲ 7월 2일 : 1심 선고→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2일 박유천에 대한 마약 투약 혐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렸다. 재판부는 박유천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과 마약 치료, 추징금 14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유천이) 황하나와 1.5g의 필로폰을 매수하고 총 7회 투약 혐의를 받는다. 범죄 사실을 자백하고 있고, 범죄 사실에 대해 모두 유죄를 인정했다”며 “이 같은 마약류 범죄는 사회적 폐해가 심각하기에 엄히 처벌이 필요하다. 피고인 다리털에서 나온 것으로 보아 필로폰을 오래 투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구속 후 범죄를 인정했으며 초범이고, 2개월 넘게 구속돼 반성의 기회를 가진 점 등을 고려하면 현 단계에서는 집행유예를 선고해 재사회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형벌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집행유예를 받으면서 실형을 면한 박유천은 “많은 분들에게 심려를 끼쳐 사과드리고 싶다. 앞으로 사회에 많이 봉사하도록 노력하겠다. 더 성숙해지도록 노력하겠다. 그렇게 하겠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박유천은 “팬들에게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말하면서 울컥해 눈물을 보였고, “정직하게 살겠다”고 말했다. 항소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결백을 주장한 기자회견부터, 집행유예를 받으면서 석방되기까지. 박유천의 ‘마약 투약 혐의’와 관련해서는 84일이 걸렸다. /elnino8919@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