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사극 ‘기방도령’이 조선시대 팽배했던 남존여비 사상을 유쾌하게 풍자해 통쾌함을 안겼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기방도령’은 폐업 위기에 몰린 기방 연풍각을 살리기 위해 꽃도령 허색이 기생이 되어 벌이는 코믹 사극을 표방한다. 가장 큰 키워드는 남과 녀, 양반과 천민, 그리고 사람 대 사람의 ’교감’이다.
2일 오후 서울 용산 CGV 아이파크몰에서 ‘기방도령’(감독 남대중, 제공배급 CJ ENM・판씨네마, 제작 브레인샤워・제이와이피픽처스)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공명, 예지원, 정소민, 최귀화와 메가폰을 잡은 남대중 감독이 참석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 영화에 출연했지만 군 복무 중인 2PM 멤버 겸 배우 준호는 불참했다.
남대중 감독은 영화 ‘위대한 소원’(2016)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으로 컴백했다. 이번 영화도 각본과 연출을 모두 담당했다.
남 감독은 이날 “저희 영화의 키워드는 교감이다. 현장에서 즐겁게 촬영한 게 영화에 잘 담긴 것 같다“며 “개봉 후 관객분들도 저희가 촬영하면서 느낀 교감을 느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조선이라는 시대가 고결하고 고귀했지만 신분에 대한 차별이나 남존여비에 대한 부조리한 관념이 있던 시대였기 때문에 저는 그런 부분을 해학적으로 담고 싶었다”라고 기획의도를 전했다.
남자 기생을 떠올린 과정에 대해 남 감독은 “이전까지 없었던 얘기를 하고 싶은 건 작가와 감독의 공통된 관심사다. 저는 처음부터 남자 기생이라는 소재를 떠올렸다기 보다 주제를 먼저 생각하고 그 다음에 소재를 찾았다”며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거리를 찾다가 천민에 속한 기생을, 남자가 먼저 조선시대 여자들의 처지와 사연을 깨닫고 이야기를 해준다는 걸 담고 싶었다. 몇 년 전에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이 같은 생각이 떠올라 시나리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남자 기생인 허색을 연기한 준호의 연기가 눈길을 끌기 충분하다. 그 어떤 사극에서도 본 적 없던 캐릭터 허색은 당대 억압받던 여인들의 애환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여심을 파고 든다.
이에 남대중 감독은 “준호가 아이돌이라 캐스팅한 건 아닌데, 너무 잘해줘서 만족스럽다. 촬영 당시엔 준호 배우와 얼마나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 하며 촬영했다”며 “짧은 시간 동안 그가 춤은 물론, 가야금을 열의있게 준비해 와서 저로서는 호사스럽게 촬영했다”라고 남자 기생 캐릭터를 소화한 준호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준호는 사람 자체가 매력적이다. 연기력도 워낙 안정이 돼 있는 친구”라며 “춤부터 노래까지 다할 수 있는 배우다 보니 저로선 다른 배우가 생각나지 않는 아주 행복한 선택지였다”고 다시 한 번 준호의 연기력을 칭찬했다.
도령 유상을 연기한 공명은 허색과 대척점에 선 인물. 극중에선 갈등했지만 촬영장 분위기는 좋았다고 했다. 이날 공명은 “준호 형에게 고맙다. 오늘 영화를 처음 봤는데 영화 안에서 허색 역을 너무 멋있게 잘해줬다. 빨리 형과 만나고 싶다”고 칭찬을 덧붙였다. 정소민도 “오늘 영화보기 직전까지 (여기 계신 배우들을 포함해)준호 배우와 단체 카톡창에서 대화를 나눴다. 그가 빨리 봤으면 좋겠다”고 준호의 연기에 대한 만족감을 전했다.
최귀화는 도인 육갑 역을 맡아 준호와 브로맨스를 빚어냈다. “소재가 너무 재미있어서 출연을 고민할 수 없었다”며 “저희 영화가 남자기생이 주인공인데, ‘조선시대 열녀들도 한 번쯤 유흥을 즐겨보지 않았을까?’라는 상상을 하며 접근했다. 만약 진짜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즐겼을지 고민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함께 기생으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고려시대 왕족 출신 도인을 연기한 최귀화는 상반신 노출부터 코믹연기까지 극의 핵심 코드를 책임졌다.
연풍각의 주인 난설 역을 맡은 예지원도 “준호 배우가 짧은 시간 안에 가야금까지 섭렵했다는 것에 놀랐다. 그 날 제 촬영이 없었음에도 밤을 새워 촬영 과정을 지켜봤다”면서 “저는 촬영 자체가 너무 즐거웠다. ‘이게 영화구나 싶었다’(웃음) 그 날 아침에 다 같이 아침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라고 만족스러웠던 촬영 과정을 회상했다.
‘남자 기생’이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방도령’. 이날 밝힌대로 남대중 감독은 조선시대 금기시 된 여성들의 일탈, 남녀차별로 인한 고통과 외로움, 신분차별 등을 유쾌하게 비틀었다.
준호가 맡은 허색은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꽃도령’에서, 더 나아가 조선시대 억압받던 여성들의 애환을 이해하고 위로해준 깨어 있는 ‘성숙한 남자’로 거듭났다. 무엇보다 준호와 최귀화의 코믹 연기가 러닝타임 내내 신박한 재미를 안긴다. 개봉은 7월 10일. 러닝타임 110분./ watc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