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진, 류준열이 뭉친 '봉오동 전투'가 관객들의 마음을 훔칠 수 있을까.
3일 오전 서울 CGV 압구정에서는 영화 '봉오동 전투'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주연 배우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과 연출을 맡은 원신연 감독이 참석했다.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 제작 (주)빅스톤픽쳐스 (주)더블유픽처스, 제공배급 (주)쇼박스)는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의 전투를 그린다. 3.1 운동 이후 거세진 항일 투쟁을 잠재우기 위해 일본군은 독립군의 본거지였던 봉오동으로 향한다. 독립군은 수적인 열세에도 봉오동 지형을 무기 삼아 일본군에 맞서는 이야기를 담았다. '가발'(2005), '구타유발자들'(2006), '세븐 데이즈'(2007), '용의자'(2013), '살인자의 기억법'(2017)을 연출한 원신연 감독이 2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원신연 감독은 "'봉오동 전투'는 봉오동 골짜기로 일본군을 유인해서 최초로 승리한 전투다. 이 전투를 널리 알려진 한 사람의 영웅이 아닌 어제 농사 짓던 인물이 오늘은 독립군이 될 수 있는, 모두의 싸움, 모두의 승리였던 싸움이다.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독립군 연합이 처음으로 승리했다. 그것이 기록으로 남아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밝혔다.
실화 소재이고, 역사물 연출에 처음 도전한 원신연 감독은 "고민이 상당히 많았다. 잠도 잘 못자면서 여러가지 준비를 했다. 지금까지 그 시대를 이야기하는 영화들이 피의 역사, 아픔의 역사를 이야기했다면, 봉오동 전투는 저항의 역사, 승리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그 시대를 이야기하는 영화들의 패러다임이 바뀌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배우 캐스팅 과정에 대해 원신연 감독은 "역사를 바라보는 진정성이 중요했고, 알려진 영웅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는 그들의 이야기라서 늘 우리 주변에서 머물렀을 것 같은 친근함, 편안함이 중요했다. 그 당시 독립군들이 일본군들을 유인하기 위해서 산골짜기를 많이 뛰어다녔다. 산과 산을 뛰어넘을 수 있는 체력이 중요했다. 그 세 가지를 고려했고, 특히 황해철 캐릭터, 이장하 캐릭터가 형제처럼 지내는 사이라서 둘이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유해진, 류준열의 닮은 외모가 캐스팅에 중요한 이유였다고 했다.
이때 유해진은 류준열을 향해 "미안해"라고 사과해 웃음을 자아냈고, 류준열은 "형제로 나오지는 않으니까 오해는 없으셨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유해진은 "류준열과 '택시 운전사'를 찍을 때도 '어디서 봤나?' 했다. 누구랑 비슷하다고 얘기했는데, 자세히보니 내 친척이랑 닮았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유해진은 극 중 항일대도를 휘두르는 전설적인 독립군 황해철을 연기했다. 평소에는 허허실실이지만 전투가 시작되면 민첩한 몸놀림과 대범함으로 일본군의 목을 거침없이 베는 비상한 솜씨를 보여준다.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죽음은 새털보다 가볍다는 문구가 새겨진 항일대도를 지니고 다니는 그의 명성은 독립군들 뿐 아니라 촌민들에게도 익히 알려져 있다. 장하를 친동생처럼 챙기며 그를 도와 작전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유해진은 "오랜만이라 긴장도 되고, 반갑다"며 "시나리오를 처음볼 때 기교 보다는 진정성이 느껴졌고, 바위보다는 돌멩이 같았다. 그러면서 통쾌함이 묻어 있어서 시나리오를 선택했다. 한 영웅을 그린 게 아니라 지금은 이름조차 없는, 잊혀졌지만, 조국을 위해서 희생하신 독립군을 그린 작품이다. 진정성을 갖고 임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원신연 감독과 동갑내기인 유해진은 "알고 지낸지 오래됐고, 언제 꼭 작품을 하거나, 산에 가자고 했다. 이번에 원없이 했다"며 "첫 캐스팅 미팅을 짬뽕집에서 했는데 '내가 감히 이 캐릭터를 접근해도 되나', '쉽지 않은 작업이 되겠구나' 싶었다"고 설명했다.
류준열은 유해진과 '택시 운전사'에서 호흡을 맞췄고, 류준열과 조우진은 '돈'에서 함께 작업해 '후배 류준열'이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유해진은 "류준열이 막내 답게 역할을 잘 하더라. '형님 이거 한 번 써보실래요?' 하면서 선물도 해주더라"며 살갑게 행동한 후배의 행동을 공개했다. 류준열은 "거의 모든 현장 분위기 메이커는 유해진 선배님이었다. 나도 거들고 싶어서 노력했고, 선배님이 한 번씩 '오 괜찮았어'라고 해주셨다. 그걸 보면서 나도 분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연기 뿐만 아니라 유머의 합도 좋았다고 했다. 조우진은 "난 이번에 유해진 형님의 아재 개그에 완전히 빠졌다"며 팬심을 보였다.
류준열은 비범한 사격 실력의 발 빠른 독립군 분대장 이장하로 분했다. 독립군 1분대장으로 빠른 발과 정확한 사격 솜씨로 독립군을 이끈다. 임무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는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돌진하는 성격 때문에 매번 해철을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누이가 3.1 운동으로 투옥된 후 일본군을 향한 분노를 폭발하는 캐릭터다.
류준열은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안 할 이유가 없었다. 그냥 바로 하고 싶었다. 그리고 원신연 감독님의 전작 영화들을 재밌게 봤고, 캐릭터가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꼭 하고 싶었다"며 출연 이유를 공개했다.
모든 배우들 중 가장 먼저 출연을 확정한 류준열은 "장하는 소총에 굉장히 능하고, 동네에서 발이 빠른 독립군 분대장이다"며 캐릭터를 소개했고, "결코 가볍지 않은 마음으로 임했고, 실존 인물을 캐릭터로 만들어 연기했기 때문에 독립군들의 생활 등 많은 자료를 찾아봤다. 국내도 아니고 중국에서 벌어진 전투다. 그 사건 자체가 뭉클하고, 여러 의미가 있다"고 했다.
캐릭터와 류준열의 싱크로율에 만족한 감독은 "과거 사진을 보면 류준열과 똑같이 생긴 독립군이 대부분이다. 사진에서 걸어나온 듯한 멋진 이미지였다. 무리를 위해서 희생하는 늑대 우두머리 같았다. 무리를 지키기 위해서 사자나 호랑이가 자신을 희생하면서 적과 맞붙어 싸운다. 류준열을 가까이서 보면 외적인 이미지보다 속 깊은 내면이 먼저 보인다. 남들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심이 보이더라. 그 캐릭터와 닮았다고 생각했다"며 칭찬했다.
최초의 사극이자 와이어 액션에 도전한 류준열은 "선배님들의 조언을 많이 들었는데, 영화는 혼자하는 작업이 아니라 여러명이 힘을 합쳐서 하는 작업이다. 줄은 잡아주는 액션팀과 나의 조합이 없으면 한 발자국도 뗄 수 없다. '영화라는게 이런 묘미가 있구나' 새삼 느꼈다"고 고백했다.
조우진은 총과 언변으로 일본군을 상대하는 마적 출신의 저격수 마병구를 소화했다. 빼어난 사격술과 일본어 통역까지 전담하는 해철의 오른팔이다. 독립자금을 상해로 전달해야 한다는 임무를 맡았지만, 봉오동 일대에서 독립군 작전에 가담하는 해철이 조금은 못마땅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독립군 생활에 지쳤지만, 결정적 순간 몸과 손이 절로 총을 겨누게 되고, 해철과는 죽이 척척 맞는 아우다.
그는 "시나리오를 다 보고 덮은 다음에 이렇게 벅차 오르는 감정을 느낀 적이 있었나 싶었다. 벅차 오르고, 뭉클한 느낌을 한껏 받았다. 내러티브는 굴곡이 있었지만, 감정이 계속 달리고 있어서 큰 매력을 느꼈다. 그 부분이 굉장히 매료됐다. 국찢남(국사책을 찢고 나온 남자들)들과 함께 한다면 아주 좋을 것 같았다"고 했다.
유해진이 "영화에서 원없이 뛰어다녔는데, 신나는 마음도 있었다"고 하자, 조우진은 "주로 바다는 좋아하는데 등산화를 이번 작품 하면서 처음 사봤다. 유해진 형님의 운동량이 엄청나다. 빠를 거라고 예상했는데,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자랑하더라. 오른팔 캐릭터인데 못 따라 붙어서 2~3번은 더 찍었다. 나중에는 해진 형님이 내 속도 맞춰주느라 조금 늦게 뛰었다"며 에피소드를 꺼냈다.
류준열은 "전력 질주를 하면 카메라와 동료 배우들이 못 따라간다. 그래서 해진 선배님은 전력 질주를 안 하셨다", 조우진은 "테이크를 거듭하면 속도가 떨어져야 하는데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감독은 "촬영 끝나고 선배님을 찾으면 더 높은 산에서 산책을 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영화를 만들면서 신경 쓴 부분에 대해 원신연 감독은 "독립신문을 보면 어떻게 유인했는지 잘 나와 있다. 남겨진 사료 신문, 자료 , 고증들을 집요하게 접근했다. 일본군을 유인해서 승리를 이루게 했던 일등 공신들이 일반 평민들이고, 촌민들이더라. 그 분들을 녹여내서 캐릭터들을 만들어냈다.
이어 "기록이나 사료를 보면 봉오동 전투가 선제 공격, 유인책, 험준한 산악 지역을 이용했다는 사료들이 있다. 액션 자체나 전투 장면을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멀리 떨어져서 찍었다. 액션 장면을 돋보이기 위한 렌즈를 사용하지 않았다. 될 수 있으면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려고 했다. 어린 시절 교과서에 있던 삽화를 그대로 보여주려고 신경 썼다.
"연출하면서 애국심 마케팅, 국뽕 주의 등을 경계한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감독은 "이 시대 이야기를 하면서 그 걱정을 안 할 수는 없고 상당히 조심스럽다. 최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은 그렇다고 해서 이 시대의 영화가 안 만들어 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보니 이 시대의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진정성과 균형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에 실제로 일본군들을 유인해서 승리를 거둔 분들의 생각들, 그 분들이 왜 그토록 나라를 되찾고자 했는지, 의미를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원신연 감독은 "봉오동 전투가 현재 고등학생들이 배우는 한국사 교과서에 딱 7줄 나와 있다. 한 페이지 전체 7줄이 아니라, 한 페이지 4단락으로 나눠서 7줄이 나와 있다. 그런 것을 보면서 부끄러웠다. 이들은 꼭 기억돼야 하는구나 싶었다. 꼭 기억하자고 다짐하면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 관객 분들이 영화를 보시고 판단해야 될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봉오동 전투'는 오는 8월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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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