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놈 목소리'를 보고 배우를 꿈꾸던 소년이 우상이었던 배우 정해인과 한 작품에 출연하며 데뷔했다. 이제는 선배 연기자 공유를 롤모델 삼아 진심을 전하고 싶다는 신인 배우 임현수의 이야기다.
임현수는 4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에서 OSEN과 만나 MBC 수목드라마 '봄밤'(극본 김은, 연출 안판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현재 방송 중인 멜로 드라마 '봄밤'은 오랜 연인과의 의무적인 결혼에 지친 여자 이정인(한지민 분)과 '싱글 대디'의 아픔을 간직한 남자 유지호(정해인 분)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다. 임현수는 극 중 유지호의 친구 겸 이정인의 오랜 연인 권기석(김준한 분)의 후배 최현수 역으로 출연했다.
조연이었던 최현수의 촬영은 일찌감치 끝났으나 임현수는 지난달 30일 '봄밤'의 마지막 촬영까지 현장을 방문했다. 본인의 촬영이 아닐 때도 메이킹 필름에 하도 많이 등장해 애청자들 사이에서 '촬영장 지박령'으로 통했을 정도. 임현수가 데뷔작 '봄밤'에서 최현수 역으로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남긴 이유다.
임현수는 굳이 촬영이 없어도 촬영장에 간 이유에 대해 "세트장에 가서 선배들이 연기하는 걸 봤다"고 담담하게 답했다. "현장 분위기도 익혔고, 스태프들이 정말 많은데 각자 어떤 일을 하시는지, 그분들 사이에서 내가 어떻게 연기하면 좋을지 생각해봤다"는 것. 자신이 몰랐던 부분을 지적하고 발전시키는 안판석 감독과 김준한, 정해인 등 선배 연기자들의 모습에 자기반성도 했다는 그다.
특히 그는 데뷔작 '봄밤'에 깊은 애착을 갖고 있었다. 중학교 때 영화 '그놈 목소리'를 보고 막연히 배우의 꿈을 꿨을 뿐, 연기를 전공하기는커녕 청소년 시절 연극반 근처도 가지 못했던 그에게 '봄밤'은 생애 처음으로 만난 드라마 촬영 현장이었다.
더욱이 그는 배우를 반대하는 부모를 설득하기 위해 자원입대한 해병대에서 정해인이 출연한 드라마 '불야성'을 보고 구체적인 연기자의 꿈을 그렸다. 군 제대 이후에도 부모의 반대가 계속돼 마음에도 없던 전공 지질학과에서 높은 성적을 거둔 뒤에야 "하기 싫은 것도 이 정도인데, 하고 싶은 건 얼마나 더 열심히 하겠냐"며 배우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단다. 이에 '봄밤'은 임현수에게 여러모로 남다른 작품이었다.
임현수는 "'봄밤' 오디션을 볼 때부터 될 거라는 생각도 못했다"며 오디션을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봄밤' 오디션 전까지 본 오디션도 몇 개 없었다. 한 손에 꼽았다. 그래서 안판석 감독님께 저를 보여줄 수 있는 경험이라 생각하고 갔다. 오디션 끝나고도 합격, 불합격을 생각하기보다는 후련했다"며 "그러다가 '최현수'라는 배역으로 캐스팅됐다고 들어서 더 놀랐다. 어안이 벙벙했다"며 웃었다.
기대하지 못한 오디션 합격이었던 만큼 예상외의 가르침도 있었다. 임현수는 "안판석 감독님이 연기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인간이 살아온 과정이 압축돼서 연기에서 드러난다'고 하시더라. 오디션장에서도 연기를 보여드리기도 했지만 가벼운 질문들을 주고받으면서 인간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며 "앞으로 배우 이전에 '인간 임현수'를 발전시켜야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안판석 감독에 대해 "'이게 장인이구나'라는 걸 확실히 느꼈다"고 강조했다. 임현수는 "여러 가지 디렉팅, 연출 방법에서 정말 세심한 부분을 신경 쓰신다. 예를 들면 촬영장 시계에 있는 시간까지 허투루 보지 않고 신경 쓰신다. 하나하나 정확성이 굉장히 뛰어나셔서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안 들더라"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 경험을 살려 임현수는 빠르게 차기작에 도전하고자 했다. 그는 "'봄밤'을 찍기 전에는 '스릴러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봄밤'을 찍으면서 장르는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중요한 건 '어떤 사람과 함께 하는지'였다"며 "저는 이제 백지에 선 하나 그은 수준일 뿐이니까 순서가 어떻게 됐든 저라는 배우의 도화지를 열심히 채워나가고 싶다"고 했다.
그런 임현수가 닮고 싶은 롤모델은 배우 공유라고. 임현수는 "드라마 '커피 프린스'부터 영화 '부산행'까지 공유 선배님 과거 작품들을 다 찾아봤다. 물론 '도깨비'도 군대에 있을 때 챙겨 봤다"며 "공유 선배님의 작품들을 보면서 '나는 저 연기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많이 하게 됐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진심으로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진심이 돼야 일단 모든 게 올바르게 이뤄지는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이 역시 '봄밤'을 통해 생각하고 배운 점이란다. 매해 7월 6일 이후 1년 뒤의 자신을 향해 편지를 쓴다는 그는 이번 편지에 '봄밤' 이후 자신이 꿈꾸는 모습을 생각하며 편지를 남길 예정이라고도 했다. 데뷔작을 통해 배우로서 첫걸음을 뗀 임현수의 앞날에 어떤 다짐이 남길지 성과로 남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monami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