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과 3학년입니다". '바람이 분다'의 감우성이 모든 기억을 잊고 김하늘과 처음 만난 그 순간으로 돌아갔다.
9일 밤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바람이 분다' 14회에서 권도훈(감우성 분)의 알츠하이머 증세가 악화됐다. 권도훈이 사랑하는 아내 이수진(김하늘 분)과의 어쩔 수 없던 이혼과 재회는 물론 딸 권아람(홍제이 분)의 탄생과 만남까지 모두 잊었다. 대신 이수진과 처음 만나 순수하게 사랑만 꿈꾸던 대학생 시절로 돌아갔다.
권도훈은 이날 눈을 뜨자마자 낯선 시선으로 집안을 둘러봤다. 집안 곳곳을 살핀 그는 아침을 준비하며 잠시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온 이수진을 보고 처음 본 사람처럼 인사했다. 그는 이수진에게 "경제학과 3학년 권도훈이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대학 시절 두 사람이 마주쳤던 축제를 언급했다.
이수진은 단번에 권도훈의 기억이 과거에 머물렀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는 깜짝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이어 함께 아침을 먹는 순간에도 이수진은 권도훈에게 사실을 밝히려다 입을 다물었고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웃어보였다. 권도훈에게 무리하게 기억을 심어주려다 큰 상처를 주지 않으려 자신이 모든 것을 맞춰주고자 한 것.
대신 이수진은 남동생에게 연락해 자기 대신 권도훈을 보살펴 달라고 부탁했고, 딸 아람과 엄마(전국향 분)가 권도훈과 마주치지 못하도록 당부했다. 이수진은 권도훈이 자신이 알츠하이머라는 사실을 다시 알고 받을 상처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잊었다는 죄책감을 걱정했다. 또한 아직 어린 아람이 아빠가 자신의 존재를 잊은 것을 이해하지 못할까 봐 염려했다.
이를 위해 권도훈의 절친 최항서(이준혁 분)가 나섰다. 최항서는 권도훈의 기억 속에 이수진보다 오래 남아 있는 유일한 친구였다. 그는 권도훈을 만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가벼운 내기 화투까지 치며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도록 도왔다. 이수진의 친구 조미경(박효주 분) 또한 권도훈과 만나며 "처음 뵙겠다"고 인사하며 보조를 맞췄다.
하지만 모두의 노력에도 권도훈의 증세는 악화됐다. 그는 이수진과 문경훈(김영재 분)이 자신 앞에서 둘만 대화하는 모습에 극심한 질투와 스트레스를 느꼈다. 실상은 문경훈이 권도훈을 돕기 위해 그가 딸을 위해 만들었던 루미 초콜릿의 특허권 반환을 도와주는 것이었지만, 권도훈이 이를 알 리 없었다.
머릿속의 모든 기억이 사라지고 희미해져 가는 와중에도 권도훈은 이수진을 기억했다. 그의 사랑이 그만큼 짙고 깊게 박혔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해지는 병세를 막을 수 없는 상황. 권도훈의 안타까운 상황이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바람이 분다'에서 어떻게 해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 moanmi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