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시청자 분들을 웃게 만들었다는 게 기뻐요". 말 그대로 '반전' 매력이 넘친다. MBC 손정은 아나운서가 재치 있는 입담과 의외의 허술함을 드러내며 '라디오스타' 히로인으로 등극했다. 그 밑바탕에는 새로운 도전도 거리낌 없는 솔직함 나아가 시청자를 헤아려야 한다는 MBC 아나운서의 소명의식이 있었다.
10일 밤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이하 '라스')는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라는 주제로 꾸며졌다. 이에 배우 김성령과 아나운서 손정은, 야구해설위원 김병현, 코미디언 남창희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그중에서도 손정은 아나운서가 재치 있는 입담과 풍성한 에피소드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손정은 아나운서는 이날 '라스'에서 기존 시사 교양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던 유쾌한 말솜씨, 믿기지 않는 허술함을 지닌 반전 있는 매력을 발산했다. 김성령과 함께 출연하는 연극 '미저리'(연출 황인뢰)로 생애 첫 연극에 도전하는 점도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에게 직접 출연 계기와 소감 등을 들어봤다.
OSEN과의 통화에서 그는 "시작은 연극이 먼저였다"고 운을 뗀 뒤 "작품을 홍보할 겸 김성령 선배하고 같이 나가게 됐다"고 담백하게 출연 계기를 밝혔다. 그가 진행 중인 MBC 교양 프로그램 '탐나는 TV'와 '라스'의 인연도 있었다. 평소 '탐나는 TV'와 '라스'가 같은 날, 같은 층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녹화를 진행하는 터라 '라스' 제작진과 자주 마주쳤다고. 이에 '탐나는 TV' PD의 제안으로 손정은 아나운서의 '라스' 출연뿐만 아니라 '라스'를 연출하는 최행호 PD의 '탐나는 TV' 출연까지 자연스럽게 성사됐단다.
특히 손정은 아나운서는 "제가 원래 '라스'를 정말 좋아했다"며 "어제(10일) 본 방송도 정말 열심히 봤다"며 '라스'에 대한 애착도 드러냈다. 그는 "처음에 김구라 씨하고 커피 얘기를 하는 부분은 저도 정말 재미있게 봤다"며 "거기서는 정말 '빵 터진다'는 느낌이었다"고 웃었다.
이어 "그런데 연기를 시작하는 부분에는 너무 민망했다. '왜 저걸 편집해주지 않으셨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시청자 분들이 저처럼 생각하지 않으셨을까 걱정했다. 민망함을 웃음으로 승화하려고 MC들이 정말 애쓴 것 같다. 어색한 연기를 웃음으로 승화했다"며 겸연쩍어했다.
다만 그는 "그래도 본 무대에서는 '라스'보다 훨씬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라스'는 예능이었으니까"라며 '라스'와는 또 다른 '미저리' 속 연기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한 그는 방송 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것에 대해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그런데 피부로 느끼는 게 아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겸손을 표하는 손정은 아나운서의 반응과 달리 이날 '라스'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닐슨코리아 전국 기준)까지 차지하며 화제를 모았다. 최근 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이 수요일 심야 시간대 1위를 굳건히 지켜온 가운데, '라스'가 오랜만에 영광을 되찾은 것.
이와 관련 손정은 아나운서는 "예능국 쪽에서 잠깐 연락을 받았는데 시청률 보고 놀랐다고 하시더라. 동시간대 1위를 했다고. 그 끼를 어떻게 숨기며 살았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다"며 부끄러워했다. 그는 "아직 관심이나 반응을 실감하진 못했지만 MBC 아나운서로서 '라스'가 '골목식당'을 꺾고 동시간대 1위를 했다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손정은 아나운서는 "사실 어쩔 수 없이 예능은 '시청률'로 말해야 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 출연할 때도 걱정이 많았고, 방송을 보면서도 화제만 되고 시청률은 잘 안 나올까 봐 걱정이 컸다. 그런데 '동시간대 1위'라고 하니 안심이 됐고 또 기뻤다"고 거듭 힘주어 말했다.
그만큼 그는 'MBC 아나운서'로서 남다른 책임감과 소명 의식을 갖고 있었다. 손정은 아나운서는 "사실 방송을 못한 기간 동안 계속 생각했다. '방송을 포기해야 하는 걸까?'라고. 내 커리어를 어떻게 이어나갈지 막막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고민을 하더라도 타사가 아닌 MBC의 얼굴로, 다시 MBC에서 방송을 하고 싶었다. 여러 번 생각해도 그렇게 밖에 결론이 안 났다"며 애사심을 고백했다.
그는 "'예전의 MBC가 영광을 찾겠다'는 과거형을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MBC가 다시 한번 국민의 사랑을 받고 정말 훌륭한 방송사, 채널로 거듭났으면 좋겠다"며 "거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어떻게든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어제 '라스'를 통해 조금이라도 시청자 분들을 웃게 만들고 국민들에게 웃음을 드리는 데에 기여했다는 게 기쁘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정은 아나운서는 내부자의 입장에서 본 MBC의 변화와 발전 방향에 대해 "아직 조금 더 달려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시청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방송사가 돼야 할 것 같다.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한데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구성원 전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 미디어 환경이 너무 달라져서 100% 확신은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해봐야 한다"며 각오를 다잡았다.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 monami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