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를 공언하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 기피 논란에 휩싸인 가수 유승준에게 한국 땅을 밟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입국금지에 비자발급 거부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위법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찬반 여론이 팽팽하다.
대법원 3부는 11일 유승준이 로스앤젤레스 한국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비자 발급 거부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깼다.
재판부는 “비자발급 거분 처분이 재외공관장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지시에 해당하는 입국금지 결정을 그대로 따른 것이라고 해서 적법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며 “영사관이 주어진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고 오로지 13년 7개월 전 입국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비자발급 거부 처분을 했으므로 이런 재량권 불행사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과 2심에서 재판부는 “유승준이 입국해 방송, 연예 활동을 할 경우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국군장병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병역의무 이행 의지를 약화시켜 병역기피 풍조를 낳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적법한 입국 금지 사유에 해당한다”며 비자발급 거부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1심, 2심의 판단과 달리 비자 발급 거부 처분에 행정 절차를 위반한 잘못이 있다며 항소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유승준이 다시 한국 땅을 밟을 가능성이 생겼다.
유승준에게 ‘희망의 빛’이 생긴 가운데 국내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앞서 지난 8일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4.4%p) 결과, 유승준의 입국을 허가해서는 안된다는 응답이 68.8%로 집계됐다.
유승준의 입국을 허가해서는 안된다는 네티즌들은 입대를 공언했다가 미국 시민권을 획득해 병역을 기피한 유승준에 대한 배신감과 괘씸죄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와 함께 병역 기피 풍조가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대로 유승준의 입국을 이제는 허가해도 된다는 의견도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미 긴 시간이 흘렀고, 유승준이 앞서 당시 상황을 해명하고 사죄하는 등 반성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승준이 당장 입국해서 연예계 활동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대법원이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고, 항소심 재판을 다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여전히 싸늘한 여론으로 인해 당장의 연예계 활동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다수의 의견이다.
한편, 유승준은 2002년 1월 미국 시민권을 얻고 한국 국적을 포기해 병역을 면제 받았다. 유승준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자 법무부는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는 자’에 해당한다며 입국을 제한했다.
유승준은 2015년 9월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를 신청했다가 거부되자 국내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을 냈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