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쳐’ 한석규, 서강준, 김현주 사이의 미묘한 관계성이 긴장감을 형성하며 심리스릴러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지난 6일 첫 방송된 OCN 토일드라마 ‘WATCHER(왓쳐)’(극본 한상운/ 연출 안길호, 이하 왓쳐)가 시작부터 폭발적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건 이면에 얽혀있는 인물들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집요하게 파고든 ‘왓쳐’는 단 2회 만에 그 진가를 입증했다. 쏟아지는 호평과 함께 시청자 반응도 뜨거웠다. 2회 시청률이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가구 전국 기준 최고 5.0%까지 치솟으며 케이블과 종편을 포함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비리 경찰을 잡는 경찰이자 영원한 내부의 적 ‘감찰’을 전면에 내세운 ‘왓쳐’는 시작부터 전혀 다른 구도로 새로운 판을 그렸다. 선과 악, 편과 적의 경계가 모호한 내부자들이 속내를 숨긴 채 서로를 탐색하고 각자의 목적을 향해 움직이는 과정은 이제껏 본 적 없는 내부 감찰 스릴러의 서막을 짜릿하게 열었다. 치밀하게 복선과 반전 코드를 심은 안길호 감독의 연출은 심리스릴러의 묘미를 예리하게 세공하며 서스펜스에 힘을 실었다.
무엇보다 과거의 비극으로 얽힌 도치광(한석규 분), 김영군(서강준 분), 한태주(김현주 분)의 외줄타기처럼 아슬한 관계성은 시청자들의 추리력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스치는 찰나의 표정, 대사 하나도 놓치지 않는 배우들의 압도적 연기는 흡인력을 견인하며 심리스릴러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함축된 다양한 장치들이 이후의 전개에 강한 폭발력으로 응집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세 주인공의 일거수일투족은 한 장면도 눈 뗄 수 없게 만드는 대목. 각기 다른 상처를 숨기고 달라진 인생을 사는 도치광, 김영군, 한태주가 비리수사팀으로 재회해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커다란 진실을 향해 비로소 첫걸음을 뗐다. 이에 알면 알수록 호기심을 자극하는 세 사람의 대사 속에 숨겨둔 관계의 퍼즐 조각을 짚어봤다.
#1.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외로운 감시자 한석규의 숙명 “난 나쁜 경찰을 잡는다”
감찰반 조사실에 마주 앉은 도치광과 김영군 사이에는 날 선 긴장감이 맴돌았다. 다른 감찰과 다르냐는 김영군에게 “난 나쁜 경찰 잡는다”라는 도치광의 짧고 굵은 한마디는 과거와 현재를 관통한다. 지금은 대립각을 세우는 광역수사대 반장 장해룡(허성태 분)과 김영군의 아버지 김재명과 동고동락하는 강력계 형사로 현장을 누볐던 도치광. 15년 전 발생한 비극적 사건 이후 도치광은 경찰을 잡는 경찰, 감찰의 외로운 길을 살아왔다. 2회에 공개된 과거에서 도치광은 공중전화 부스에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 믿어서 사람들이 다쳤다”는 도치광의 말은 다시는 사람을 믿지 않겠다는 선언과도 같았다. 그리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도치광은 겁에 질려있던 어린 김영군을 처음 만났다. 누구도 믿지 않고, 감정에 흔들리지 않으며 “나쁜 경찰을 잡는” 숙명의 길을 걷는 도치광에게 어떤 사건이 벌어졌던 것일까. 그 길에서 다시 만난 김영군과의 필연적 재회는 어떤 변곡점이 될 것인지, 이들이 파헤칠 진실에 궁금증을 증폭했다.
#2. 깊은 상처를 안고 사는 서강준 “아무도 못 믿으니까 경찰이 적성이죠”
김영군은 계산보다는 행동이 먼저 앞서는 열혈 순경이다. 한없이 가벼워 보이지만 그 속에는 뜨거움과 깊은 어둠이 자리 잡고 있다. 아버지에게 살해당한 엄마를 목격해야 했던 영군. 여전히 죽은 엄마의 환영에 시달리며 괴로워하던 영군은 잘나가는 군인의 길을 버리고 아버지의 그림자까지 짊어져야 하는 경찰을 선택했다. “아무도 못 믿으니까 경찰이 적성이다”는 말은 사실인 동시에 김영군의 의지다. 감찰인 도치광과 거리를 두면서도 사비로 산 위치 추적기를 장해룡의 차에 단 행동 역시 진실을 찾으려는 의지였다. 경찰도 감찰도 믿지 않으며 김영군이 찾으려는 진실은 분명 그의 과거와 맞닿아 있는 듯 보인다. “반장님을 어떻게 믿습니까?”라며 도치광에게 의심의 날을 거두지 않았던 김영군이 비리수사팀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도 기대되는 대목.
#3. 미스터리한 외부자 김현주의 위태로운 집념 “더러운 놈들 알아서 싸우다 죽길 바라는게 다예요”
엘리트 검사였다가 비극적 사건 이후 범죄자들을 직접 상대하는 형사전문 변호사가 된 한태주는 의뢰인과 경찰 사이를 오가며 사건을 키운다. ‘협상의 달인’이 된 이유는 바로 정보력. 결정적인 순간 사건의 본질이 유괴임을 밝히고, 손병길의 외출을 장해룡에게 알려 모두를 위험에 노출 시키기도 했다. 외부자인 한태주가 비리수사팀을 제안한 이유는 그의 삶을 옭아맨 과거의 사건이 경찰과 관련돼 있음을 직감했기 때문. 도치광, 김영군, 한태주 그리고 배후의 누군가가 얽힌 사건의 진실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누가 다치더라도 진실을 파헤치려는 태주의 위태로운 집념은 비리수사팀의 앞날을 예측 불가하게 만든다.
#4. “감정도 문신도 감춘다고 지워지지 않는다”..이들이 짊어진 과거는?
비극적 사건에 얽혀있는 도치광, 김영군, 한태주는 제각기 다른 상처를 갖고 있다. 아내를 살해한 김영군의 아버지는 도치광이 존경하는 선배 경찰이었고, 사건을 수사한 검사가 바로 한태주였다. 비극적 사건으로 운명이 뒤바뀐 세 사람은 여전히 과거를 짊어지고 살고 있다. 도치광은 누구도 믿지 못하며 외로운 감시자의 길을 걸어왔고, 김영군과 한태주는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지워지지 않는 문신처럼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 비극적 사건은 어떤 진실을 품고 있을까. 윤곽만 드러났을 뿐인데도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과거의 비극이 드러낼 실체가 추리력을 자극한다.
#5. 목적은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함께 갈 수 있어요. 나쁜 경찰 잡으면 되니까”
하나의 사건에 뛰어들며 필연적으로 재회한 세 사람은 이제 비리수사팀으로 본격적인 공조에 돌입한다. 그러나 CH토건 김상준 회장의 아들 유괴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이들에게 완벽한 협력은 없다. 서로를 끊임없이 경계하면서 각자의 목적을 향해 함께 움직이는 ‘비리수사팀’의 공조. 얻는 것이 뭐냐고 묻는 도치광을 향해 “함께 갈 수 있어요. 나쁜 경찰 잡으면 되니까”라는 한태주의 말은 언뜻 방향은 같아 보이지만 목적은 알 수 없어 궁금증을 더욱 증폭한다. 믿었던 선배의 비리를 목격했던 도치광에게는 길을 잃은 ‘나쁜 경찰’을 잡는 것이 자신만의 정의다. 김영군은 ‘나쁜 경찰’이 된 아버지의 진실을 알고 싶다. 한태주는 자신을 나락으로 빠트린 ‘나쁜 경찰’을 잡고 싶다. 방법도, 목적도 다른 세 사람의 위험하고도 수상한 공조는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한편 ‘왓쳐’ 3회는 오는 13일 밤 10시20분 방송된다. / nahe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