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 대회에서 수영복 심사마저 사라진 와중에 예능에서는 비키니 방송을 시청률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극과 극을 달리는 2019년 한국 방송가의 현주소다.
11일 서울시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2019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이하 '미스코리아')가 치러졌다. 이에 32명의 본선 진출자들이 무대에 올라 자웅을 겨룬 가운데 작곡가 김창환의 딸 김세연이 영광의 '진'으로 선발됐다.
미스코리아는 한국을 대표하는 미인을 선발하는 미인 대회다. 1957년 5월 첫 대회를 시작으로 올해로 63회를 맞으며 고현정과 김성령, 이하늬 등 숱한 배우들의 등용문으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유서 깊은 전통과 달리 그 이면에는 '성 상품화'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특히 참가자들이 수영복 한벌만 입고 몸매를 뽐내는 '수영복 심사'는 여성의 몸매를 성적으로 부각한다는 점에서 규탄의 대상으로 지목됐다.
이에 이번 '미스코리아'에서는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수영복 심사'가 폐지됐다. 미인 대회라는 성격 자체를 바꿀 순 없지만 '성 상품화'에 대한 지탄을 고려한 변화였다.
하지만 이번 '미스코리아'에서는 사라진 수영복 대신 '한복'이 도마 위에 올랐다. 2부에서 전년도 미스코리아들이 고별 행진 의상으로 착용한 퓨전 한복들이 지나친 노출 수위로 선정성 논란에 휘말린 것. 가슴골이 드러나는 짧은 상의, 미니 드레스처럼 허벅지가 다 비치는 의상이 거센 비판을 야기했다.
이와 관련 '미스코리아' 측은 " 전년도 미스코리아들의 고별행진 의상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보도와 소문이 있어 사실 관계를 분명히 밝힌다"며 "논란이 되고 있는 퓨전 한복은 2019년 미스코리아 후보자들이 착용한 게 아니고, 전년도인 2018년 미스코리아 진, 선, 미 7인이 고별행진을 진행하기 위해 입장하는 과정에서 입은 의상"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해당 의상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내외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한복을 제작했던 '김예진 한복' 측이 전년도 미스코리아 본인들과 직접 디자인을 협의해 제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스코리아'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퓨전 한복에 대한 비판 여론은 식지 않고 있다. 동서양의 조화를 취지로 한 퓨전 한복의 개념을 넘어서 전통 의상을 훼손한 수준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기 때문. 심지어 일각에서는 "수영복 심사보다 더하다"는 의견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여성의 노출 강한 의상과 '성 상품화'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상황. 12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베스트 웨스턴 서울 가든호텔에서 치러진 라이프타임 새 예능 프로그램 '돌아이덴티티' 제작발표회에서 시청률 공약으로 '비키니 녹화'가 거론돼 충격을 더했다. '돌아이덴티티'에 출연하는 방송인 이본이 시청률 공약에 대해 "사놓은 비키니가 있다. 비키니를 입고 방송을 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말한 것. '미스코리아' 대회에서조차 '수영복 심사'가 사라진 가운데 불특정 다수가 시청할 수 있는 예능에서 '비키니 착용'이 적합한지 의문을 남겼다.
물론 이본의 답변은 예상치 못한 시청률 공약 질문에 떠올린 농담 성격의 답변이었다. 그러나 함께 출연하는 방송인 붐조차 "저와 최화정 씨는 정장을 입겠다"며 만류할 정도로 당혹스러운 제안이기도 했다. 시류를 반영하지 못한 파격을 넘어 충격적인 내용이 아쉬움을 더하는 실정이다. / monami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