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이달의 소녀 츄를 보고 있으면 ‘발랄하다’, ‘쾌활하다’, ‘밝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언제나 미소 짓고 다니는 츄는 ‘발랄하다’라는 말이 사람으로 태어나면 딱일 것 같은 텐션을 자랑한다. 비글미가 가득한 이달의 소녀 멤버들 중에서도 하이 텐션에 속하는 츄. 그런 츄가 연기로 자신보다 ‘윗길’인 캐릭터를 만나면 어떤 모습일까.
드라마, 영화 속 캐릭터와 이를 연기하는 배우의 싱크로율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배우와 캐릭터의 비주얼, 성격 등이 일치한다면 시청자들은 몰입하기 쉬워진다. 배우로서도 싱크로율이 높다면 연기하기 쉽지만, 한편으로는 더욱 부담으로 느낄 수 있다.
츄가 첫 연기에서 만난 tvN D 웹드라마 ‘필수연애교양’ 한은솔은 비슷한 점을 많이 지녔다. 무엇보다 활발하고 발랄한, 텐션이 높다는 부분이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덕분에 첫 연기부터 ‘찰떡’ 같은 캐릭터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데뷔 후 꼭 연기를 해야지’라는 생각은 없었어요. 주변에서 친구들이 입시 준비로 연기를 하는 걸 보면서 막연하게 욕심이 들긴 했지만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자극을 받았고, 미래에 연기를 하면 좋겠다 싶었어요.”
“‘미래에 첫 연기를 하게 되면 어떤 캐릭터일까?’라고 상상했을 때 딱 떠오르는 캐릭터가 한은솔과 같았어요. 이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어 욕심이 났어요. 다른 작품들을 모니터링하면서 꼭 잡고 싶었던 캐릭터였고, 좋은 기회로 인연이 닿아서 연기를 하게 됐어요.”
이달의 소녀는 웹드라마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이하 우만나)로 연기를 경험한 바 있다. 하지만 츄가 속한 유닛 yyxy 멤버들은 연기를 접하지 못했다. ‘우만나’가 yyxy 멤버들이 공개되기 전 시즌3로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츄는 다른 멤버들에게 연기 조언을 듣고 응원을 받았다.
“멤버들이 대본을 봤었어요. 제게 ‘너랑 딱 맞는 캐릭터를 만났다’고 해줬어요. 기대된다고도 했고요.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에 가장 많이 출연한 희진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봤어요. 촬영장 분위기, 적응, 어떻게 하면 대본을 잘 흡수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요. 가장 도움이 된 건 대본을 외워야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말이었어요. 그래서 촬영하는 동안 대본을 달달 외웠어요.”
하지만 첫 연기는 쉽지 않았다. 아이돌로 무대에는 많이 섰지만 연기자로서 카메라에 선 건 처음이기 때문이다. 카메라 보는 법부터 현장에서 사용하는 단어까지, 츄에게 첫 촬영장은 낯설고 생소했다. 그래서 긴장하게 됐고, 실수도 많았다.
“촬영장 분위기는 좋았어요. 하지만 제가 스스로 긴장을 너무 해서 대사가 꼬였어요. 계속 틀리니까 죄송한 마음에 ‘죄송합니다’라고 많이 이야기했어요. 그래서 잠꼬대로 ‘죄송합니다’라고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촬영장이 점점 익숙해졌고, 모르는 용어는 검색해보고 노트에 적어가며 익혔어요. 잠꼬대로 ‘죄송합니다’라고 한 건 첫 촬영 이후로 없어졌어요.”
의지가 된 점은 프로미스나인 장규리, 크나큰 박서함 등 아이돌과 함께 연기를 했다는 부분이다. 특히 장규리와 공통점이 많았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를 했고, 연기를 처음 한다는 부분이 공통 분모였다. 극 중 절친이기도 한 두 사람은 실제로도 절친이 됐다.
“촬영을 같이 하면서 통하는 게 많았어요. 긴장을 풀기 위해 같이 운동장을 뛰기도, 걷기도 했어요. 밥도 같이 먹었죠. 컴백할 때 서로 응원도 하고 그랬어요. 아침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함께 있으니까 안 친해질 수 없었어요.”
“전부터 친해지고 싶었던 마음이 컸어요. 규리 언니도 저랑 많이 친해지고 싶다고도 했고요. 이렇게 촬영장에서 만나서 함께 하면서 인연이 된 것 같아요. 많이 친해지고 싶었는데 다행이었어요. 함께 있을 때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콘서트 준비 에피소드, 다이어트 방법, 맛있는 음식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공통점이 많이 생겼어요.”
그렇게 대본을 익히고, 연기에 집중한 츄는 츄가 아니면 생각할 수 없는 한은솔을 만들어냈다. 실제 자신보다 텐션이 높은 캐릭터를 오버스럽지 않게 표현하기 위해 중간을 잡으려 노력했다.
“싱크로율이 비슷하다는 점에서는 편했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걸 해야 행복한지, 나라는 사람을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고 생각해요. ‘나라는 사람을 한은솔에 담아야 한다’고 하시는데, 그것도 어려웠어요. 생각도 많아지고, 조금은 어려웠지 않았나 싶어요. 실제 성격에서 줄여야 하는지, 높여야 하는지 그걸 구분하기도 어려웠어요.”
“한은솔이라는 캐릭터는, 제가 팬사인회나 무대에 있을 때 텐션보다는 낮아요. 하지만 제가 방에 혼자 있을 때보다는 텐션이 높은 캐릭터에요. 제가 텐션이 낮지는 않거든요. 한은솔과 비슷한데, 집에 혼자 있거나 연습을 할 때의 츄보다는 높다고 생각해요.”
츄는 금방 사랑에 빠지는 ‘금사빠’이면서도, 금방 사랑에서 빠져 나오는 ‘금사빠’ 한은솔을 텐션의 높낮이를 조절하면서 표현해냈다. ‘핵인싸’ 한은솔부터, 믿었던 사람에게 상처를 받은 한은솔, 그 상처를 극복하고 사람들과 다시 어울리는 한은솔 등은 츄가 캐릭터를 분석하고 어떻게 연기할지 고민해서 만들어진 결과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츄는 또 배우고, 성장했다.
“배운 점이 많아요. 이런 부분에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걸 첫 연기를 통해 알았어요. 다음에 연기를 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하고, 대본에서 어떤 부분을 살리고 줄일지 알게 됐어요.”
“아쉬운 점도 있죠. 츄가 한은솔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했잖아요. 밝은 사람이 더 밝은 캐릭터를 해야 하니까 조금 부자연스럽게 보인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긴장해서 더 밝게 표현한 것 같아요. 그런 점이 아쉽지만 다음에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알게 된 것 같아요.”
츄는 첫 연기를 점수로 말해달라는 질문에 “제일 어려운 질문이네요”라며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고민 끝에 자신의 첫 연기 점수를 110점 만점에 70점이라고 밝혔다.
“110점 만점에! 70점 주고 싶어요. 막상 카메라 앞에 서니까 표현을 하고 싶었던 게 자제되어서 나온 경우도 있고, 자제하려고 했던 게 오버스럽게 나온 것도 있어요. 여러 캐릭터들을 많이 보고 느끼고 연구해야 현장에서 연기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책, 영화 등 다양하게 견문을 넓혀야 하는 것 같아요.”
어떤 것이든지 처음이 기분이 좋고, 재밌어야 한다. 하물며 먹어보지 않은 음식을 처음 먹을 때도 맛집에서 먹게 되면 그때 기억을 생각하고 호감을 갖게 된다. 츄에게 연기가 그랬다. 첫 연기는 츄에게 기분 좋은 기억을 줬고, 츄는 이를 통해 연기에 호감을 갖고 재미를 느꼈다.
“첫 연기를 통해 연기에 호감이 생기고 재미를 더 느꼈어요. 기회가 된다면 또 해보고 싶어요. 제가 판타지 장르에 관심이 많거든요. ‘별에서 온 그대’를 재밌게 봐서 휴대전화도 바꾼 경험도 있어요. ‘필수연애교양’ 같은 캠퍼스 장르도 좋고, 판타지 장르도 해보고 싶어요. 더 노력할게요. 더 노력해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elnino8919@osen.co.kr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