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창제를 위한 대왕 세종과 실존했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던 스님 신미, 그리고 소헌왕후의 드라마틱한 서사가 ‘나랏말싸미’에 정제(精製)돼 담겼다.
15일 오후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이달 24일 개봉하는 영화 ‘나랏말싸미’(감독 조철현, 제공배급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작 영화사두둥)의 언론배급 시사회가 진행됐다.
‘나랏말싸미’는 한글을 만든 왕 세종과 불굴의 신념으로 그의 뜻을 함께한 신하들, 역사가 담지 못한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기본적으로 정통 사극에 기반했지만 인물들의 말투와 행동에서 현대적인 느낌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왕과 스님이 왕후의 도움을 받아, 불굴의 신념과 의지로, 한글을 만들었으나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를 눌러 담았다.
‘세종의 한글 창제’는 어린이들까지 잘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지만 그 이면에 어떤 사연이 숨겨졌는지, 당대 왕과 대신들의 심정이 어땠을지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다룬 작품은 많지 않았다. ‘나랏말싸미’는 그런 점에서 이면의 재미와 감독을 전한다.
세종을 연기한 송강호는 “세종대왕은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많이 알려진 위대한 업적을 남긴 성군이다. 어떻게 보면 그런 성군의 모습이 우리가 봐온 모습이겠지만, (사람들)스스로 자신의 머리와 마음속에 자신만의 왕 이미지를 그렸을 것이라고 분명히 생각한다”며 “그래서 저는 배우로서, 연기자로서 새롭고 창의적인 파괴를 통해 새로움을 추구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선입견과 편견을 넘어 자신의 방향대로 해석한 세종을 담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어 송강호는 “훈민정음, 우리말을 만든 세종대왕의 업적이 있는데 지금까지 그 과정에서의 고뇌, 군주로서의 외로움은 ‘나랏말싸미’가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 점에서 ‘나랏말싸미’는 (한글 창제에 대한)새로운 시각을 담은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화 ‘사도’에서 영조를 연기할 때도 똑같은 마음이었다. 한 번도 만나 보지 못한 오래된 조상이기 때문에 스스로 만들어온 이미지가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위대한 분들의 모습이 차곡차곡 쌓여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 것들 깨뜨리는 게 배우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다만 설득력이 있어야 하는 게 배우의 책임이다. 우리가 만든 이미지 속에 갇혀 있는 위대한 성군의 모습을 새롭게 차근차근 만들어간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세종을 해석하고 표현한 과정을 전했다.
신미스님 역을 맡은 박해일은 “제가 맡은 신미스님이 실존한 인물이었다는 사실은 시나리오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며 “관객들이 영화를 보실 때 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궁금해하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배우로서 스님답게 준비를 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문자에 능통한 인도학과 교수님에게 산스크리트어를 배워서 집중도 있게 찍었다”고 했다.
불교 국가인 고려를 뒤집고 유교를 국시로 창건된 새 나라 조선의 임금인 세종이 스님과 손을 잡고 한글을 만들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드라마틱한 이야기.
이어 박해일은 “이 영화의 시대가 백성을 억압했던 시기이기 때문에, 신분이 가장 높은 세종과 만나는 과정을 어떻게 그릴지 생각하며 다가갔다”고 신미와 세종의 만남을 표현한 부분을 떠올렸다.
박해일은 자신이 내린 결론에 대해 “그 시대에 억불정책을 펼쳤다 보니, 세종이 애민정신을 발휘해 문자를 창조해낸 거 같다. 신미는 불경이라는 소재로 본인만의 문자를 만들고 있었다. 시대적 상황 안에서 스님으로서도 본래 목적이었던 문자를 만들기 위해, (세종고 만나 목적을 달성하려는) 생각이 있었을 거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다. 박해일은 훈민정음 창제의 과정에서 세종이 한 역할을 감독에, 신미스님이 한 역할을 디자이너에 비유했다.
故전미선은 세종의 뜻을 품은 소헌왕후를 연기해 극의 풍성함을 더했다. 지난달 29일 세상을 떠난 전미선은 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했다. 박해일은 "촬영할 때 기억이 생생하다. 각자 배우들이 치열하게 준비해 촬영을 마친 후 서로의 경험담에 대한 이야기하던 때가 있었는데, 그게 불과 얼마 전이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박해일은 전미선에 대해 “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해서 너무 안타깝지만 개인적으로 선배님의 마지막 작품을 함께 하게 돼 영광스럽다”며 “보시는 분들도 저희 작품을 따뜻한 온기로 품어주시리라 생각한다”고 애도했다.
송강호도 故전미선에 대해 애도의 뜻을 전달했다. "너무나 안타깝고 슬픈 과정이 있었다. 감독님, 스태프, 배우들이 슬픔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극중)천도제는 의도하진 않았지만 이 영화의 슬픈 운명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나랏말싸미’가 슬픈 영화가 아니라 그 슬픔을 딛어낸 아름다운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조철현 감독은 “사극을 만드는 과정에서 배운 게 있다면, 아무리 (역사에 대해)아는 게 많다고 하더라도 ‘진짜로 이게 맞을까?’라고 의심하는 통찰력을 이 영화를 통해 특히 배운 거 같다"면서 “그래서 저는 영화의 오프닝 부분에 훈민정음 창제 중 하나의 과정일 수 있다는 자막을 넣었다. 감독으로서 넣고 싶지 않은 자막이지만 역사 앞에서 누구나 겸허해야한다는 생각이다”라고 드러냈다.
개봉은 이달 24일./ watc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