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해서 너무 안타깝지만 개인적으로 선배님의 마지막 작품을 함께 하게 돼 영광스럽다.”
배우 박해일이 15일 오후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나랏말싸미’(감독 조철현, 제공배급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작 영화사두둥)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생을 마감한 배우 전미선에 대한 애도를 표하며 “보시는 분들도 저희 작품을 따뜻한 온기로 품어주시리라 생각한다”라고 이 같이 말했다.
1989년 드라마 ‘토지로’ 데뷔한 전미선은 지난달 29일 세상을 떠나 모두에게 충격과 안타까운 마음을 안겼다.
이어 박해일은 "촬영할 때 기억이 생생하다”며 "배우들이 각자 치열하게 준비를 해오고 그 날의 촬영을 마친 후, 같이 식사를 하며 (각자의 추억이 된 경험담을)이야기하던 시기가 얼마 지나지 않았다”라고 고인이 된 그녀를 떠올리며 무거운 마음을 전했다.
‘나랏말싸미’에서 신미스님을 연기한 박해일은 소헌왕후 역을 맡은 전미선과 비교적 많은 분량을 함께 촬영했다. 전미선은 가슴이 따뜻하지만 현명함과 당당함을 동시에 지닌 소헌왕후의 면모를 강단 있게 표현했다.
이어 박해일은 “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해서 너무 안타깝지만 개인적으로 (전미선)선배님의 마지막 작품을 함께 하게 돼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영화의 중심을 이끈 또 한 명의 주인공인 송강호도 전미선을 보낸 감회를 전했다. “너무나 안타깝고 슬픈 과정이 있었다. 감독님, 스태프, 배우들이 슬픔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라면서 “극중 천도제 장면은 의도하진 않았지만, 마치 이 영화의 슬픈 운명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송강호는 “그렇다고 해서 ‘나랏말싸미’가 슬픈 영화가 아니라 그 슬픔을 딛고 아름다운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영화 제작사 오승현 대표도 이날 무대에 올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희와 함께 했던 전미선 배우의 비보를 접하고 충격에 빠졌다. 영화의 흥행 여부를 떠나 고인을 애도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며 “개봉을 미룰까 싶었지만 유족과 얘기를 나눠보니, 고인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영화를 많은 분들이 보시고 ‘좋은 배우, 최고의 배우’로 기억해주시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저희의 진심이 왜곡될까봐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나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철현 감독은 전미선 배우를 떠올리며 목이 멘 목소리로 대답을 하지 못했는데 결국 “힘들다”는 문장으로 애도를 전달했다.
‘나랏말싸미’는 한글을 만든 세종과 불굴의 신념으로 뜻을 함께한 사람들, 역사가 담지 못한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담을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세종, 왕자들, 스님 등 신분도 종교의 차이도 뛰어넘는다. 한글이 형태를 찾아가고 갖추어 가는 과정에서 언어학자와 종교학자 등 전문가들의 자문을 바탕으로 철저한 고증을 거쳐 역사적 사실성을 더해 실감나는 드라마를 완성했다.
‘나랏말싸미’는 훈민정음 창제 과정에서 ‘위대함은 실패를 딛고 이뤄진다'는 메시지를 선사했다. 세종은 중국과의 사대관계로 인해 왕권 강화를 견제로 하는 유신들의 압박을 받고, 평생을 괴롭힌 질병에 고통받는다.
세종이 왕이지만, 보통사람들과 똑같이 좌절하고 고뇌하는 평범한 인간이었다는 것을 말한다. 어떤 인물이든 사실감과 입체성을 더해 표현하는 ‘믿보배’ 송강호의 연기력이 발휘됐다. 천한 신분임에도 배짱 있게 왕을 대하는 신미스님 역을 맡은 박해일은 차이를 넘어 서로를 인정하는 모습을 진정성 있게 표현했다.
장애물을 만났지만 그만의 해법을 제시하며 현명하게 대처하는 소헌왕후는 왕과 스님 사이에서 큰 역할을 했다. 전미선이 가진 특유의 따뜻한 톤이 가득 묻어나 울림을 느끼게 한다.
다소 불가능하게 보이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의 노력을 담은 ‘나랏말싸미’는 한글 창제 과정의 순간과 벅찬 감동을 고스란히 전달했다. 24일 개봉. / watc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