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130억 원이 투입돼 올해 하반기 방송을 앞두고 촬영에 한창이던 드라마 '키마이라' 제작 과정에서 스태프 성추행 사건이 벌어졌다. 특히 성추행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사과를 받는 과정에서 제작팀 프로듀서로부터 2차 가해를 당한 것으로 알려져 시선을 모으고 있다.
16일 방송가에 따르면, '키마이라' 조연출 A씨는 지난달 24일 연출부, 제작부 등이 참여한 회식 자리에서 B씨를 성추행했다. 이에 B씨는 '키마이라'에서 하차하더라도 비슷한 상황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전 스태프가 모인 공식적인 자리에서 A씨가 사과하기를 요구했고, 이는 지난달 29일 이뤄졌다.
하지만 B씨는 16일 다수의 매체를 통해 "2차 가해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해당 사과는 촬영장의 깊은 풀숲에서 연출감독, 촬영감독, 조명감독, 소품팀장 등 몇몇 주요 보직자들만 모인 자리에서 이뤄졌고, B씨가 "스태프들이 모인 자리에서 사과를 해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제가 원한 자리와는 다르다"고 피력하자 프로듀서 C씨의 2차 가해가 이뤄줬다는 것.
B씨는 "C씨가 지난달 30일 촬영 중 나를 불러 '서로 간의 오해고 뭐고 당장 지금 뭘 원하는지 말하라'라고 압박을 가했으며, 피해자인 나에게 '쌍방'이라던지 '피하지 않은 너의 잘못이다', '앞으로 무서워서 드라마를 하겠느냐' 등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키마이라' 제작팀은 지난 15일 단체 대화방에 "해당 프로듀서의 잘못된 언사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물을 것이고, 피해의 정도의 심각한 사안으로 판단돼 해당 프로듀서를 프로그램에서 하차시킨다. 이후 인사위원회를 열어 자초지종을 파악한 뒤 해고를 비롯, 가능한 모든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다"라는 공지글을 올린 상황.
더불어 제작사 JS픽쳐스 측 관계자는 16일 OSEN에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피해 당사자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다"면서 "(2차 가해) 의도를 가지고 이야기한 건 아니지만 피해 당사자가 느꼈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서 어제(15일) 저녁 C씨를 하차시켰다. 또 전체 배우와 스태프들이 볼 수 있는 단체 대화방에 사과문을 올렸다"고 밝혔고, 드라마 촬영 중단과 관련해서는 "재정비를 하려고 노력하겠지만 당분간은 답보 상태일 것 같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한편 '키마이라'는 세 주인공이 1984년 연쇄살인 사건 '키메라 사건'의 발단이 된 폭발 사고가 2019년 비슷한 형태로 다시 일어나게 되자 진범인 '키메라'를 찾기 위해 두 사건 사이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이번 성추행 사건으로 B씨가 하차하자 제작이 중단된 상태며, 연출자인 김도훈 PD는 지난 15일 "피해자의 글을 읽고 나서 정상적인 일정대로 촬영을 진행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팀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이후의 사태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저의 부족함에 용서를 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nahee@osen.co.kr